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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관련자인 송두한(65)씨는 1979년 부마항쟁 당시 구류를 결정한 법원의 판결에 재심을 신청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송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9일 오전 부산민주공원에서 만난 송씨가 재심을 청구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부마항쟁 관련자인 송두한(65)씨는 1979년 부마항쟁 당시 구류를 결정한 법원의 판결에 재심을 신청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송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9일 오전 부산민주공원에서 만난 송씨가 재심을 청구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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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야?"

1979년 10월 17일 밤 9시를 즈음한 시간 부산 광복동 길을 가던 송두한씨를 경찰이 잡아 세웠다.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이었던 송씨가 "그렇다"고 하자 경찰은 잠깐 파출소로 들어오라고 했다. 부마항쟁 발발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집회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그저 취직을 확정한 뒤 선배가 사주는 밥을 먹기 위해 시내에 나왔던 송씨였기에 별생각 없이 경찰의 말을 따랐다. 들어간 파출소에서는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잡혀있었다. 다짜고짜 경찰이 송씨에게 말했다.

"빨갱이 새끼야."

그날 밤 송씨는 중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최전방 부대에서 군 생활도 했고, 시위는 하지 않았으며 취업이 확정돼 모레면 연수를 위해 서울로 가야 한다고 사정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서류에 지장을 찍으라고 했다. 집회에 참여해 돌을 던졌다는 내용이 쓰인 진술서였다.

하지도 않은 일에 지장을 찍을 수 없다고 버텼다. 경찰은 무릎을 꿇리고 허벅지 사이에 경찰봉을 밀어놓고 비틀었다. 28일에야 즉결재판소에 넘겨진 송씨는 구류 일주일을 선고받은 뒤 11월 3일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구류 선고가 있기 전까지 경찰은 송씨를 체포했다는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리지조차 않았다. 그 사이 불안정한 시국에 갑자기 연락도 없이 사라진 아들을 찾느라 부모님의 속이 타들어 갔다.

취직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사는 다시 취소되어 있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하지 못했다. '데모'하다 잡혀 구속까지 됐던 '빨갱이'라는 낙인이 두려웠다. 세월이 흘러 2015년 부마항쟁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우연히 뉴스로 접했다.

"부마항쟁 명예회복 조치 모르는 관련자도 많을 것"

부마민주항쟁 <자료사진>
 부마민주항쟁 <자료사진>
ⓒ 부산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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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는 심사 끝에 2015년 12월 14일 송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했다. 송씨는 이제 사법부를 향해서도 당시 잘못한 판결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 한다. 지난해 9월 송씨는 부산지방법원에 특별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13일 "재심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29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송씨를 만났다. 사실 그가 재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미 30년이 지나 구류 사실을 입증할 서류가 사라져 법적으로 송씨에 대한 주홍글씨도 사라졌고, 관련 법상으로는 보상을 받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관련자들은 재심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씨의 생각은 달랐다. 시간과 돈을 들여 재심을 청구한 이유를 그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억울하잖아요."

올해 65세가 된 송씨는 20대 시절 국가가 자신에게 했던 잘못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마 송씨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다. 당시를 목격했던 주변 사람들이 증언해준 탓에 관련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었고, 재심도 열릴 수 있게 됐다. 송씨는 "혼자 있다 잡혀간 사람은 관련자로 인정도 받지 못해 더 억울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송씨는 다른 관련자들도 재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랐다. 그는 "억울한 사람이 많은데 부마항쟁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련자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특별재심을 청구한 사람도 저 혼자라고 해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김종기 부산 민주항쟁기념관장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부마항쟁 당시 연행자는 1500명 정도인데 그중 일부만 관련자로 인정됐다"면서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진정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부마항쟁의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가 청구한 재심은 오는 4월 18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태그:#부마민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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