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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신소영 시민기자는 글 쓰는 일을 했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일했고, 마흔 넘어서는 방송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이름 석 자 뒤에 자리했다. 5년째 라디오 원고를 성실히 써오던 어느 날, 담당 PD에게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마흔여섯 살에 그는 백수가 됐다.

"갑자기 사회와 단절돼서 방황할 때였어요. 안정된 직업은 없지만 글 쓰는 것 자체는 놓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동안은 남의 글을 만지고 남이 읽는 원고만을 써왔다. 이제는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신소영의 이야기'를 하려니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오르질 않았다. 글 쓰는 게 직업이었으니 마음 먹으면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오산이었다. 다시 차근차근 배우기로 했다.

2016년 처음으로 돈을 내고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을 쓴 은유 작가의 수업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자기만의 서사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마음에 자국을 남겼다. 그동안 엮지 못했던 나만의 아픈 사건과 감정들을 차근차근 복기했다.

다음 해에도 은유 강의에 참여해 배움을 이어갔다. 마침 친하게 지내던 수강생의 글이 <오마이뉴스>에 실렸다. 그는 '우리의 이야기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 한번 글을 내보라'고 권유했다. 2017년 12월,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됐다.

가장 깊은 상처를 꺼내 든 이유

 신소영 시민기자
 신소영 시민기자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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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영 시민기자는 자신을 괴롭혀왔던 가장 크고 깊은 상처를 서사로 엮어내고 있다. 현재 연재 중인 '비혼일기'(http://omn.kr/qp4u)를 통해서다. 방송사에서 착하고 이쁘고 훈훈한 글만 써오던 그는 비혼을 '비정상'으로 취급해온 사회의 단면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중이다.

그는 전 직장에서 '나이에 맞는 경험'을 요구받았다. 경력, 결혼, 자녀. 그가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나이는 많은데 경력은 짧고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도 아닌 그를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비혼이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질문과 참견 또한 자주 받았다. 30대 때는 '결혼했어?' '왜 아직 결혼을 안 했어?'라고 추궁 당했고, 40대에 들어서는 '남편은?' '아이들은?' 등 결혼과 출산이 '정상'인 듯한 물음에 휩싸이곤 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건데, 내 잘못이 아닌데, 자꾸 잘못으로 느껴야만 하는 게 불편했어요. 너무 부당한데 얘기할 데가 없더라고요. 외치고는 싶은데 들어줄 사람은 없고... 그래서 일단 썼어요."

비혼인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세상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로 존재를 드러내고자 했다. 곳곳에서 숨죽이며 지내는 비혼인들에게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솔직하게 글을 쓰면 "음지에서 참고 사는 비혼인들에게 조금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박정은 수녀가 쓴 책 <사려 깊은 수다>가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론이 되고, 그 담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책의 요지다. 그는 "나 먼저 비혼인으로서 겪은 일들을 고백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고, 그러면 그 이야기들이 모여 사람들의 기존 편견이나 시선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그런 반응이 오기도 했다. 나이 어린 후배를 향한 질투(관련기사 : 아이유 바라보는 이효리,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http://omn.kr/q2r1)나 패키지 여행에서 받은 불편한 질문(관련기사 : 패키지 여행에서 유부녀인 척 했더니 http://omn.kr/pdbk)에 관한 글을 읽은 이들에게서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댓글과 쪽지를 받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다.

잘 읽히는 글, 답은 퇴고에 있다

신소영 시민기자의 글은 매번 A4용지 2장 내외로 끝난다. 그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알맞은 분량"이라는 판단이다. 과거 은유 수업의 과제 분량이 딱 그만큼이었다. "화려한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가 얼마나 적은가가 글의 성패를 가른다"라는 스승의 철학에 동의해서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산되기도 하고,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정보를 취재해 쓰는 글이면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개인의 이야기인 산문은 길이가 적당해야 몰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는 항상 2장에 맞춰 글을 완성하기 위해 퇴고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평균 대여섯 번은 다듬고 나서 원고를 보낸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라서 단번에 쓴 글도 최소 사흘간 묵혀두며 불필요한 문장들을 덜어내고, 쉽게 써지지 않는 글은 일주일 동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심사숙고한다.

초고를 쓸 때는 하고 싶은 말, 넣고 싶은 문장을 마음 가는 대로 써내려간다. 정해놓은 분량을 훌쩍 넘긴다. 그러면 한 문장씩 반복해서 읽어가며 고치고 빼는 식으로 글을 축약한다.

분량을 줄이는 일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봐도 뺄 게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본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균형 있게 녹아 있는지, 흐름에 안 맞게 튀는 문단이나 문장은 없는지 점검한다. 분량이 잘 안 줄여질 때는 소리 내어 읽어본다. 문장과 문장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지, 호흡이 잘 맞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입으로 한 글자씩 읽어가다 보면 글이 물 흐르듯 나아가다가 갑자기 끊기는 듯한 대목이 나와요. 글의 흐름을 깨는 부분이니까 과감하게 덜어내요. 내가 봐도 아까운 문장은 따로 빼놓고 저장해두는데, 다시 쓰진 않더라고요."

일기와 산문의 차이

 5년째 라디오 원고를 성실히 써오던 어느 날, 담당 PD에게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유가 담긴 글을 쓰기 위해 항상 '예민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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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보다 더 신경 쓰는 건 '사유'다. "나의 이야기가 일기를 넘어 산문이 되려면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의미를 더해야 한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가 이만큼 아팠다'는 한풀이에 그치지 않고, '왜 아팠는지' '아픔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사유해야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전해주는 '양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유가 담긴 글을 쓰기 위해 항상 '예민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목에 가시처럼 걸린 말이나 장면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불편한 이유를 파고 들어가는 태도를 습관처럼 몸에 들이고 있다.

"내 글을 쓰기 전에는 사사건건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힘들었어요. 한번은 <사려 깊은 수다>를 쓴 박정은 수녀님께 상담 메일을 보냈는데, '예민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통찰을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답이 왔어요. 그분께서 해주신 말이 큰 위로가 됐죠."

나만의 사유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책에서 도움을 받으려 한다. 독서하면서 마음에 든 문장을 메모해두고, 글의 진도가 안 나갈 때마다 메모장을 훑어보는 식이다. 글의 매듭을 짓지 못할 때도 책을 참고하는 편이다.

독자에게 생각할 지점을 던져주며 결말을 맺는 책들을 표시해뒀다가 나중에 글을 쓸 때 벤치마킹한다. "정확한 답을 주려 하거나 훈훈하게 마무리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말이 좋은 글들을 보면서 배우는 중"이란다.

신소영 시민기자는 요즘 프리랜서로 원고를 쓰는 일과 자격증 시험 준비를 병행하며 틈틈이 <오마이뉴스>에 보낼 글을 쓴다. 마음에 무언가 차올라야 글이 잘 써지는 편인 그는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매일 느끼고 생각하기를 실천하려 한다"라며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걸 멈추지 않기 위해 많이 읽고 듣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의 올해 목표는 '비혼일기'를 멈추지 않고 쓰는 것이다. 한때는 뜻밖의 해고 등을 겪으며 글 쓰는 일을 그만둘 생각도 해봤지만, 비혼으로서 겪은 설움을 글로 엮으면서 '조금 더 써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언제까지 제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매번 완성도 있는 글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요. 올 한 해가 마무리될 때, 내가 썼던 글을 돌아보며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소영 시민기자 대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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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