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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저녁. 지하철 1호선 창동역 1번 출구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캠페인이 어김없이 벌어진다. 사건이 없었다면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돌아와야 하는 날이 금요일.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금요일에 실천활동을 한다고.
▲ 창동역 금요실천 매주 금요일 저녁. 지하철 1호선 창동역 1번 출구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캠페인이 어김없이 벌어진다. 사건이 없었다면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돌아와야 하는 날이 금요일.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금요일에 실천활동을 한다고.
ⓒ 이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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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전화 한 통. 나하고는 별 교류 없이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던 동네 여성분. 세월호 참사인 4·16 4주기를 맞아 동네에서 조촐한 추모문화제를 하는데 합창도 있다고. 남성, 여성, 어린이까지 파트별로 부르는데 남자 어른이 없어 화음이 안 된다며 참여해 달란다. 엥? 뜬금없이 갑자기?

물론 이런 행사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준비가 잘 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까지 참여 요청이 오다니.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 참여가 꺼려졌다. 바로 전날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강좌를 하나 듣고 있던 것.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퇴근 후에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시간 맞춰 다시 또 집을 나서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이틀 연속해서 해야 한다니. 일단 생각해 보겠다며 통화를 끝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거절할 상태였다.

다른 한 편으로는 별로 친하지도 않던 여성분이 얼마나 급했으면 나한테까지 전화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여성분은 동네에서 하는 4·16연대 활동의 주축.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늘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서 홍보활동을 하고 서명을 받고 노란리본을 나눠 준다.

그 전에 시민단체 활동 같은 걸 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오로지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둔 엄마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나서게 됐다는 것. 말하기 좋아 홍보활동이지 술 취해 행패 부리는 인간들까지 있는 마당에 그 오랜 시간을 거의 빠지지 않고 계속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와중에 촛불집회도 개근했단다.

나는 4·16연대를 후원하고 있어 이런 소식을 전해 듣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함께 하지 못해 늘 마음 한 구석에 걸리곤 했다. 이번 기회에 미안함을 좀 씻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고심 끝에 "합창단을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물론 입만 벙긋거려도 좋다는 조건.

그리하여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지하철 1호선 창동역 근처. 동네 사람들 대여섯이 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목요일 저녁에 동네 아줌마들과 아이들이 모여 거기서도 연습. 각자 모이기 편한 시간과 공간에서 따로 연습을 한 뒤 행사가 가까워지면 소리를 맞춰 보겠다는 생각. 한 사람이라도 더 모일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짜낸 묘안이며 고육책이다.

우리 팀 노래 연습을 지도하는 분도 동네 형. 무조건 "잘한다!"고 추켜세우는 것이 지도의 전부다. 행여 못한다고 꾸중이라도 하면 안하겠다고 가버릴까 봐 겁내는 눈치. 이렇게 각자 직업도 다르고 성별도, 나이도 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입을 맞추고 소리를 맞추고 마음을 맞추고 있다. 연대하고 있는 것. 무엇을 위해서일까?

흔히들 '촛불혁명'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언뜻 보면 그리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겉모습만 보았기 때문.

세월호 참사. 생때같은 자식들이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발만 동동 구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부모들이 죽음의 원인이라도 밝히겠다며 일어섰다. 돈으로 메우려는 시도, 아직도 그 얘기냐는 비아냥도 자식을 앞세운 부모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곁에 세월호 유가족과 아픔을 같이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 가진 바 돈을 내고 시간을 내고 품을 내어 어떻게든,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왔던 바로 이 사람들의 투쟁의지가 모이고 모여 거대한 강물이 되었던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에서 주겠다는 돈 냉큼 받아먹고 싸움을 접었다면, 유민아빠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지 않았다면, 교황을 만나지도 않고 7시간의 진실 따위 상관없다며 다들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면 과연 우리는 어디서 이 거대한 '촛불혁명'의 불씨를 찾을 수 있을까?

'촛불혁명'에는 분명, 진실을 밝히고야 말겠다는 유가족의 굳은 의지와 후원자들의 뜨거운 연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연대의 핵심은, 각자의 처지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조금씩 힘을 보탠 동네방네 장삼이사들의 정성이었을 것.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창동역 1번 출구에서 지금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캠페인 '금요실천' 역시 그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이들이 바로 '촛불혁명'의 뿌리이며 씨앗이다. 그들에게 박수를!

4월 13일 오후 7시 도봉구민회관 소강당에서 열려

과연 남자 어른이 모자란다.
▲ 창동역 연습장면 과연 남자 어른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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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곳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모여 연습하고 있다.
▲ 합창 연습 또 다른 곳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모여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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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씩 나라가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한 번 민주주의를 맛본 국민은 절대로 후퇴하지 않으며 국민 스스로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음을 절절히 확인하는 요즘이다. '국가 브랜드 위원회' 따위가 아니어도 국민 스스로 나라의 품격을 하늘 높이 올리는 것을 몸으로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월호의 진실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도 다시 또 맞게 되는 4월, 하루 빨리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촐한 추모행사를 갖는다. 4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 도봉구민회관 소강당. 세월호 참사 4주기 기억문화제 '함께 기억하는 봄'이 열린다. 부디 많이들 오시라! 그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분들께 미안함이 있는 분들이라면, 오셔서 봐 주기만 하셔도 미안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도 있고 그들에게 힘을 줄 수도 있는 응원의 시간이 될 것도 같다. 나처럼 말이다.

3등분한 재료를 접어 강력접착제로 붙이고 군번줄을 끼우면 리본 하나가 완성된다. 우리가 거리에서 공짜로 받았던 세월호 노란 리본 하나 하나는 전국 방방곳곳 동네 마다에서 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각자가 다 자기 돈 내고 시간내고 품을 내 만든 것.
▲ 세월호 리본 만들기 3등분한 재료를 접어 강력접착제로 붙이고 군번줄을 끼우면 리본 하나가 완성된다. 우리가 거리에서 공짜로 받았던 세월호 노란 리본 하나 하나는 전국 방방곳곳 동네 마다에서 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각자가 다 자기 돈 내고 시간내고 품을 내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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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30센치 세로 50센치미터의 압축스폰지, 일명 에바폼(EVA, Ethylene Vinyl Acetate)을 폭 8센티 크기로 자른 다음 다시 이를 3~4등분하면 노란리본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된다.
▲ 세월호 노란리본 만들기 가로 30센치 세로 50센치미터의 압축스폰지, 일명 에바폼(EVA, Ethylene Vinyl Acetate)을 폭 8센티 크기로 자른 다음 다시 이를 3~4등분하면 노란리본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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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늘어 거의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동네 사람들
▲ 리본 만들기 기술이 늘어 거의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동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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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도봉, #기억문화제, #창동역, #금요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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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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