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포스터.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포스터. ⓒ 미디어캐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지난해 처음으로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의아했다. 제목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니, 무슨 '고어물'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책이 너무 좋다고, 감동적이라고 읽어보라고 했다. 제목에서 주춤하긴 했지만 읽어볼 만했다. 제목 덕분에 이목을 끌기는 했지만 또한 제목 때문에 나쁜 인상을 주는 아이러니란.

일각에서는 일본 영화를 '감성 과잉'이라고 평가한다. 연애세포가 죽지는 않았는지 요즘 따라 로맨스물이 보고 싶었고,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였다.

이 영화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일본에서만 250만 부 이상이 팔리며 '너의 췌장~'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여러 일본 로맨스 영화들이 가진 소재들을 가져왔지만, 로맨스를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삶과 사랑에 집중하는 영화다.

우리 삶의 매순간이 소중하다는 메시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 (주)NEW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나(하루키, 키타무라 타쿠미)'와 학급 최고의 인기인 '그녀(사쿠라, 하나베 미나미)'. 전혀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은 우연히 주운 한 권의 노트인 '공병문고'를 계기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책에서는 사건의 진행 시기가 거의 같은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사건의 12년 이후, 어른이 되고 나서의 남자 주인공의 시각으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남자 주인공은 주변 친구들과 관계를 잘 맺지 않는 외톨이 소년이다. 그런 소년에게 찾아온 사쿠라('벚꽃'이라는 뜻)라는 소녀와 사쿠라의 친구인 교코까지. 영화는 이들에게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고 삶과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우정', '삶', '사랑'을 깨닫게 해 준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매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일상에 지쳐, 지금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우리에게 여자 주인공 사쿠라는 "어쩌면 어떤 사고로 인해서 네가 나보다 일찍 죽을 수도 있는 거야.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지. 시한부인 나도, 그렇지 않은 너도, 하루의 가치는 같아"라고 말한다.

"고백하자면 난 너처럼 되고 싶어. 다른 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누군가와 좀 더 마음을 나누고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난 너처럼 될 수 있을까?"

항상 활발하고 화사하게 웃는 사쿠라는 주인공 하루키에게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는 강함'을 갖고 있는 그가 대단하고, 부럽다고 말한다. 자신은 강하지 못해서 친구나 가족을 자신의 슬픔에 말려들게 하는데, 하루키는 그렇지 않다며 그 용기를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주라고 한다. 어쩌면 그래서 항상 슬픔과 아픔을 웃음 뒤에 감추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되고 싶다면서 자신의 몫까지 살아달라는 사쿠라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기 충분하다.

사쿠라(벚꽃)가 전해준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지막 외출을 위해 병원을 나선 사쿠라는 하루키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가고 싶어했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그녀. 하루키를 제외한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병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쿠라는 하루키를 '나에게 평범함을 선사해 줄 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어간다.

책의 감동에 비하면 아쉽지만...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 사진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 사진 ⓒ (주)NEW


책을 보고 영화를 봤기에 실망한 점이 적지 않다. 원작의 감동을 반도 표현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감동을 선사한 것만 해도 성공적이라 생각될 만큼 원작의 감동이 큰 것 아니었을까.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사쿠라', 그리고 처음 해 보는 것이 많고 어리숙함이 묻어나는 '하루키', 둘의 풋풋함이 영화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든다. 덕분에 시한부 인생의 비극성이 아닌 삶의 가치, 첫사랑의 아련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된 하루키가 사쿠라를 떠올리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동력을 얻게 된다는 부분에서 첫사랑의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닌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을 가리켜 <산다>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쿠라는 하루키가 자신의 친구인 교코와도 친구가 되길,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열고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사쿠라의 일기장인 '공병문고'는 삶의 기록인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나눌 누군가를 향한 간절함이 담겨 있는 것이다.

12년 후 삶의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갈등하는 하루키가 도서관에서 발견한 사쿠라의 유서는 하루키에게 누군가와 깊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 소중한 일임을 깨닫게 했다. 이 장면을 보며 필자 본인은 살아가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사랑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 한 쪽이 저려왔다.

사쿠라는 하루키에게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동물의 같은 부위를 먹으면 아픈 부위가 나을 수 있대"라고 말한다. 하루키는 무언가 간절히 믿으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간절함을 담아 사쿠라에게 고백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렇게 모든 것이 담겨있는 고백이 있을까.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기뻐하며 누군가를 그 사람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가장 소중한 게 아닐까.

"누군가를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짜증난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누군가를 껴안는다, 누군가와 스쳐 지나간다. 그게 산다는 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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