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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떡해. 반쪽이 됐네! 저것들이 사람을 죽이네! 죽여!" 

이명박이 구속된 다음날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 철거민들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득중 지부장을 찾았다. 그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24일째(3/24일 현재) 살을 태워 버티는 단식 중에 있었다. "아직 괜찮다"는 그의 말에 "큰 눈만 남았다"며, 앙상한 그의 몸을 껴안은 용산 유가족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인연은 한편으로 고약하고, 한편으로 애틋하다. 다른 날 다른 곳에서, 각각의 다른 사건을 겪었지만, 같은 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같은 고통을 겪으며, 같이 위로하고 같이 싸워왔다.

지난 3월 24일,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철거민들이 24일차 단식중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득중 지부장을 만났다.
 지난 3월 24일,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철거민들이 24일차 단식중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득중 지부장을 만났다.
ⓒ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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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추운 겨울, 강제철거에 맞서 "여기, 사람이 있다"며 건물 옥상에 올랐던 철거민들과 그해 8월 뜨거운 여름, 정리해고에 맞서 "함께 살자"며 공장 옥상에 올랐던 노동자들은 2009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건물은 철거해도, 우리의 삶은 함부로 철거하지 마라! 철거민도 사람이다. 부수면 그만인 건물이 아니라 여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는 외침들. "우리 노동자도 사람이다. 사용하다 필요 없다고 버려도 되는 부품이 아니라 사람이란 말이다! 제발 좀 함께 살자!"는 절규들.

"여기, 사람이 있다 - 함께 살자"는 그 처절한 절규가, 2009년 이명박 정권의 국가폭력 살인진압으로 무참히 짓밟히고 학살당했다. 그리고 그 날의 국가폭력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끝나지 않은 용산의 아픔, 끝나지 않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MB와 자본이 연합한 국가폭력

다시, 2009년 MB시대를 돌아보자. 이명박은 2000년대 초부터 '뉴타운'이라는 이름의 투기판을 벌였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건설자본과 투기꾼을 위한 개발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도심 광역개발이라는 대규모 속도전의 뉴타운 개발은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 중산층마저 도심에서 밀어냈다.

용산 일대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사업이자 최대의 개발 사기로 끝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의 환각에 휘말렸다. 용산에서 밀려나게 된 이들이,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며 하늘 가까이 올라 버티던 저항은 도심테러로 규정되어 대테러 전담 경찰특공대의 진압에 의해 단 하루 만에 살해당했다. 결국 여섯 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죽었다. 그것은 국가와 자본이 연합한 폭력이자 학살이었다.

2009년 회계조작을 근거로 한 쌍용차 구조조정으로 16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과 980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통보됐다. 하루아침에 생존을 빼앗겨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며 살기 위해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함께 살기위한 노동자들의 저항 역시, 이명박은 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섬멸하듯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잔인하게 진압했다.

반년 넘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원통함으로 싸워야 했던 용산유가족들은, 벌건 대낮에 수십 대의 방송 카메라가 비추는 쌍용차 공장 옥상에서 벌어진 경찰특공대의 잔인한 살육을 보며, 컴컴한 망루에서 벌어졌을 살육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었다. 그 날 이후 29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이 삶의 끈을 놓았다. 쌍용차 정리해고와 살인진압 역시 이명박 정권과 자본이 연합한 국가폭력이자 학살이었다.

이명박이 만든 잔인하고 고약한 인연

이명박이 만든 이 잔인하고 고약한 용산과 쌍차의 인연으로, 이들은 10년 동안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의 온갖 싸움을 함께하며 하나가 되었다. 함께 걷고, 함께 농성하고, 함께 비를 맞고, 함께 울었기에, 함께 웃을 수도 있었다.

구속철거민과 쌍차 한상균 전지부장의 석방 촉구하는 서한을 정부청사에 제출하려다 막혀,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용산유가족과 쌍차 김정우 전지부장.
▲ "철거민은 집으로, 노동자는 공장으로" 구속철거민과 쌍차 한상균 전지부장의 석방 촉구하는 서한을 정부청사에 제출하려다 막혀,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용산유가족과 쌍차 김정우 전지부장.
ⓒ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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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이명박이 구속되었다.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국고손실… 전직 대통령이라기보다 희대의 범죄 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십 개의 범죄 혐의로 구속되었다. 하지만 검찰이 적시한 그의 범죄 리스트에 용산참사와 쌍용차 살인진압은 빠져있다. 이명박을 법정에 세웠을 때 가장 중하게 물어야할 책임은, 철거민과 노동자들, 국민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등 떠민 살인개발과 살인해고, 살인진압의 국가폭력 범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용산과 쌍차는 이명박이 구속되었다고 기뻐하며 웃을 수 없다. 여전히 우리는 잊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참사의 한 가운데를 살아가며, 원통한 죽음을 맞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

120여 명이 남은, 피 말리는 복직 순번의 맨 끝을 스스로 부여잡고 곡기를 끊은 김득중은 함께 살기위해 다시 죽음의 벼랑 끝에서 싸우고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함께 살자"는 2018년 오늘의 외침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으자. 다시는 MB시대와 같은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싸우는 이들과 '함께 살자'.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식 24일차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과 용산참사 유가족, 생존 철거민들.
▲ "이명박 구속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의 시작" 단식 24일차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과 용산참사 유가족, 생존 철거민들.
ⓒ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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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다.



태그:#쌍용차, #용산참사, #김득중, #이명박,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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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주거권네트워크, 도시연구소 등에서, 주거권 관련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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