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TV 드라마 <해파리 공주>의 스틸 컷.

후지TV 드라마 <해파리 공주>의 스틸 컷. ⓒ 채널W


<해파리 공주> <이웃집 가족은 푸르게 보인다>(이상 후지TV), <여자적 생활> <사이고 돈>(이상 NHK). 올해 초 방영했거나 방영 중인 이 일본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LGBT(성소수자)나 '여장 남자'가 등장한다. 일본 드라마에서는 LGBT 요소를 담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제작됐다. <이노센트 러브> <라스트 프렌즈> <오토멘-가을 편>(이상 후지TV) 등 2000년대 중반 청춘드라마에서 동성애가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집중적으로 성 소수자 소재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해파리 공주>에서 여장남자 역을 맡은 배우 세토 코지는 여자로 완전 변신해 매력을 뽐낸다. <여자적 생활>에서 트랜스젠더 역을 맡은 배우 시손 쥰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이 드라마엔 실제 트랜스젠더인 니시하라 사츠키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2016년 4분기 평균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TBS)에서 주인공의 직장 동료는 동성애자로 등장한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 성 소수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드라마에서는 성 소수자를 특별하게 다루기보다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많이 그리는 편이다. 각종 사회현상이나 문제를 다루는 일본 드라마 특성이 잘 묻어난다고 볼 수 있다. 카메라가 비추는 성 소수자는 다양하다. 차별이나 눈초리 받는 모습부터 주변인들의 지지를 받는 이야기까지 폭 넓다. 성 소수자간의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인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미디어 연구가 키누와 신이치씨는 "현재 LGBT 인식 확대에는 '오네' 탤런트의 활약이 영향을 미쳤다"고 <오리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네'는 여성스러운 말을 하는 남자나 여장을 하는 남자를 의미한다. 트랜스젠더도 포함된다.

일상에 존재하는 성 소수자들, 드라마도 마찬가지여야

 TBS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스틸 컷.

TBS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스틸 컷. ⓒ 채널W


하루나 아이, 잇코 등 일본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속칭 '오네' 연예인들이 있다. 하루나 아이는 일본의 유명 자동차 회사 '스즈키'의 광고모델로 기용되기도 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니혼TV에서 방영한 예능프로그램 <오네맨즈>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패션과 메이크업계에서 선두주자인 여장 남자들이 출연해 메이크업 강좌를 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LGBT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 영향을 준다고 평가 받는다.

일본 전통 공연 예술인 가부키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가부키의 모든 출연자는 남성으로 여성역도 남성이 했다. 즉, 일본에서 남성이 여성을 연기한 것이 특이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선해야 될 점은 있다.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를 그리는 경우는 많지만 반대로 남성이 된 트랜스젠더는 거의 등장하지는 않는다. 작품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다. LGBT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조직된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GLAAD'는, LGBT 작품의 지표로 "LGBT의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들(그녀들) 없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아야 한다. 웃음을 위한 소재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민간 방송 연맹 방송 기준 11장 '성 표현' 항목에는 '성적 소수자를 다루는 경우는 그 인권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지침이 있다.

최근 한국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LGBT를 다룬 드라마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다양한 인물의 등장은 현실을 반영하는 드라마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한양(이규형)과 지원(김준한)의 동성애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해 방영한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여장남자로 출연한 김광복(김원해)도 있다. 2010년 SBS <시크릿가든>에서는 썬(이종석)이 오스카(윤상현)를 좋아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2010년 방송된 SBS 드라마 <인생이 아름다워>에서 양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애가 그려져 논란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다. 당시 일부 학부모·기독교 단체가 보수 언론에 드라마를 비판한 광고를 실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LGBT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적어도 '드라마' 안에서 만큼은 좀 더 개방적으로 변한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LG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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