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 2017년 6470원보다 16.4%가 인상된 금액이다. 이 금액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자는 말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청년실업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역대 최대 상승폭으로 인상된 7530원의 최저임금은 정말로 무리한 걸까. 지난 15일 방송된 <MBC 스페셜> '중식이의 최저임금 샤우팅' 편에서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줬다. 방송을 통해 최저임금이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살펴봤다.

열정을 잠시 접게 된 최저임금 노동자

 일하고 있는 식당의 손님들을 향해 그녀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녀가 약 1시간 40분 정도를 일해야 먹을 수 있는 13000원짜리 만둣국을 아무렇지 않게 사 먹기 때문이다.

일하고 있는 식당의 손님들을 향해 그녀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녀가 약 1시간 40분 정도를 일해야 먹을 수 있는 13000원짜리 만둣국을 아무렇지 않게 사 먹기 때문이다. ⓒ MBC


22살의 승연씨는 여의도 증권가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일하고 있는 식당의 손님들을 향해 그녀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녀가 약 1시간 40분 정도를 일해야 먹을 수 있는 1만3000원짜리 만둣국을 아무렇지 않게 사 먹기 때문이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본 그녀는 알바생의 품위는 쉽게 무시당한다고 말한다. 10분 단위로 일의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대기업 빵집이었지만 식대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3천 원 미만의 빵을 골라 먹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일자리를 구하는 기준은 이렇다. 시급, 거리 그리고 밥이다. 집밥 같은 식사를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식비를 일주일에 무려 5~6만 원이나 아낄 수 있는 좋은 곳이다.

한달에 총 105시간을 일하고 그녀가 받는 금액은 89만2500원. 방세, 공과금, 통신비, 교통비 등 필수적인 지출만으로도 월급은 지갑을 스쳐간다. 그래도 아끼고 아끼며 적금을 붓고 있는 그녀에게 힘든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여행이다. 그녀의 말이 인상 깊다.

"아르바이트는 그냥 거쳐 가는 것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게 결국 아르바이트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낮은 시급을 주고,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자르고, 함부로 임금을 삭감하고, 체불하는 원인이 될 때가 많거든요."

아르바이트는 단순히 거쳐 가는 것일까. 그저 용돈벌이일 뿐일까. 방송에 출연한 성환씨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음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에게 아르바이트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일이다. 또한, 하루 30건 이상의 햄버거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그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이 있기에 햄버거 업체의 배달 경쟁도 가능하다.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도, 이 사회에도 아르바이트는 단순히 지나가는 정류소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변화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뜨거웠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월급이 최저임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6.4%의 인상, 7530원의 최저임금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변화는 있었다. 중식이 밴드의 박진용씨는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월급이 30만 원 정도 올랐다고 한다. 그는 오른 월급을 체험하기 위해 소비를 늘려보았다. 먹고 싶은 것을 잔뜩 먹었지만 월급이 남아서 그는 기쁘다.

물론 좋은 변화만 있지는 않았다. 햄버거 배달을 하는 성환씨는 임금은 올랐지만 배달 스케줄이 줄어들면서 실제 수령액은 전과 비슷했다. 견출지를 제작하는 한 회사는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포장부 직원을 전원 영업부로 전환시키고 일을 주지 않고 있다. 한 달에 약 20만 원 정도 월급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던 그녀는 이제 아예 월급이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을 하게 됐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준씨도 걱정이다. 본사와 수익을 나누고 건물 월세를 내는 까닭에 200만 원 정도만을 수령할 수 있었던 그에게 인건비 인상은 큰 부담이다. 소비자들의 수입이 늘어야 소비가 는다고는 하지만 인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니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프렌차이즈이기 때문에 수익은 나누지만 인건비 인상은 점주만 책임을 진다.

그렇다면 정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영세상인들이 망하게 되는 것일까?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문무연씨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올라봤자 몇 만 원 수준인 최저임금으로 장사를 할 수 없다면 진작에 그만두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진짜 문제는 자꾸만 오르는 건물 월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문무연씨는 이전에 하던 식당에서 장사가 잘 되자 과하게 치솟는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렇다. 문제는 인건비 인상이 아닌 월세 인상이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딱 밥만 먹을 수 있는 삶을 사람답다고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은 딱 그 정도다.

딱 밥만 먹을 수 있는 삶을 사람답다고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은 딱 그 정도다. ⓒ MBC


을이 을에게 억지로 최저임금을 주고 있는 것 같다는 말처럼,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는 영세상인과 노동자가 싸울 문제가 아니다. 계속 착취를 하는 갑에게서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금액을 받기 위한 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대학의 졸업을 유보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현재 고시원에서 거주하면서 대학교 주변 컵밥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마련하고 있다. 오전 11시 30분 출근, 오후 1시 30분 퇴근, 거기에 밤 9시부터 10시까지 마감. 이렇게 하루 3시간을 일한다. 시급은 딱 최저임금인 7530원이다. 한 달을 일하면 36만 원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방세 17만원을 빼면 19만 원정도의 생활비가 나온다. 하루에 식비로 6천원을 지출하다고 생각하면 엇비슷한 금액이다. 하루 2끼만 먹는다고 쳐도 매우 빠듯한 금액이다. 물론 통신비나 공부할 책 등을 구매할 돈은 되지 못한다.

딱 밥만 먹을 수 있는 삶을 사람답다고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은 딱 그 정도다. 이에 비해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의 한 친환경 화장품 회사의 사례는 최저임금을 넘은 생활임금의 효용성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만 직원들은 부업을 하지 않아도 됐고, 넉넉히 살 수 있게 되어 이직률도 확 줄었다. 재정 담당자 킴콜스는 생활임금 도입이 더 좋은 직원들을 구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성북구청 노동자들은 생활임금을 적용받고 있다. 시급 9255원, 월 25만 원정도 인상됐다. 적어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임금, 노동의 대가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저임금 인상. 그 논란에 대해서 방송을 통해 살펴보았다. 강력하게 드는 생각은, 역대 최고라는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필요한 노동에 대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도의 대가를 지불하는 일. 그게 최저임금이 나아가야할 길이 아닐까.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노동자 생활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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