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개구단으로 출발한 KBO리그는 창단 34년 만인 2015년 10구단 체제가 됐다. 순수 신생팀만 4개 구단이 창단했다는 뜻이다. 1986년의 빙그레 이글스와 1991년의 쌍방울 레이더스, 2013년의 NC 다이노스, 그리고 2015년의 kt위즈다(청보 핀토스와 태평양 돌핀스, LG트윈스, 현대 유니콘스, SK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는 각각 기존 구단을 인수해 재창단한 경우다).

신생구단들은 창단 초기 선수단 규모도 적고 스타 선수도 많지 않아 짧게는 1년(NC), 길게는 5년(쌍방울) 정도 하위권을 맴돌며 리그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kt를 제외한 어떤 신생구단도 창단 후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적은 없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kt가 이제는 마냥 '신생 구단의 적응기간'을 핑계로 댈 수 없다는 뜻이다.

kt는 이대로 4년 연속 꼴찌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겨울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팀 창단 후 최대 규모인 88억 원을 투자해 메이저리그 출신 3루수 황재균을 영입했고 '슈퍼루키' 강백호에게는 4억5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올해로 1군 진입 4년째를 맞는 마법사들은 올해야말로 탈꼴찌를 넘어 김진욱 감독의 구상처럼 KBO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까.

[투수] 평균자책점왕 피어밴드와 외국인 최다승 니퍼트의 원투펀치

많은 야구팬들이 선발 투수의 가치를 다승으로 매기지만 정작 투수들은 평균자책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kt는 작년 시즌 많은 투수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평균자책점 1위(3.04) 라이언 피어밴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작년 시즌 단 8승에 그쳤다. 실제로 피어밴드는 작년 시즌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가 무려 9경기나 됐다.

이에 kt에서는 불운한 피어밴드의 파트너로 역대 KBO리그 외국인 최다승(94승)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선택했다. 올해 한국나이로 38세의 노장이 됐지만 니퍼트는 작년 시즌에도 정규리그 14승을 거뒀을 정도로 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에이스다. 피어밴드와 니퍼트가 작년 정도의 구위로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 준다면 합작 25승 정도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물론 니퍼트의 경우엔 작년 후반기의 구위라면 곤란하지만).

작년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사이드암 고영표는 올 시즌 kt의 토종 에이스로 신분 상승(?)했다. 작년 8승을 기록했던 고영표는 올 시즌 생애 최초로 두 자리 승수를 노린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우완 주권이 맡을 4선발까지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 5선발 자리를 두고는 류희운과 베테랑 김사율 등이 경쟁할 예정이었으나 김진욱 감독은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좌완 금민철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근히 잔부상이 많은 김재윤이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마무리를 맡아준다면 kt의 뒷문은 큰 걱정이 없다. 작년 시즌 프로 데뷔 11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낸 우완 이상화와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엄상백, 유사시 선발 투수로도 나설 수 있는 좌완 심재민이 지키는 필승조도 구색은 나쁘지 않다. 여기에 호주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국가대표 출신 사이드암 고창성도 kt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다.

[타선] '머신' 황재균 가세한 타선, '슈퍼루키' 강백호의 활약은?

황재균 안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 말 kt 선두타자 황재균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18.3.13

▲ 황재균 안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 말 kt 선두타자 황재균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kt는 작년 시즌 팀 타율(.275)과 팀 홈런(119개) 9위, 팀 득점(655점)과 팀 타점(625개)에서는 각각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해 중심 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친 멜 로하스 주니어와 윤석민이 없었다면 타고투저가 심한 KBO리그에서 kt의 타격지표는 더욱 우울했을 것이다. kt의 겨울 목표가 '공격력 보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kt는 작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3루수 황재균을 영입했다. 비록 메이저리그 도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황재균은 미국 진출 직전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타율 .335 27홈런113타점을 기록했던 리그 정상급 3루수다. 황재균이 kt의 핫코너에 들어오면서 윤석민이 1루로 돌아가고 오태곤이 외야수로 변신하는 등 kt 내야진에 일약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kt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이 주목하는 '슈퍼루키' 강백호의 활약 여부도 큰 관심사다. 서울고 시절 투타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강백호는 kt 입단 이후 좌익수로 변신해 타격에 전념하기로 했다. 강백호는 지난 1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는 등 프로 무대에 착실하게 적응하고 있다. 만약 강백호가 '장타력을 갖춘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수준임이 증명된다면 kt 타선의 무게감은 몰라보게 상승할 것이다.

투타 각 포지션의 주전 선수들이 일찌감치 정해진 가운데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김진욱 감독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포지션은 바로 유격수다. 작년 시즌 3할 타율(규정타석 미달)을 기록한 정현과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자랑하는 심우준, 그리고 두 신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경험치를 자랑하는 박기혁은 저마다 확실한 장점이 있다. 주전 유격수의 주인이 결정됨에 따라 내야의 빈 곳을 채울 유틸리티 요원의 자리도 채워질 것이다.

[주목할 선수] 박경수의 두 번째 FA 대박은 가능할까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12년 동안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이나 .28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박경수는 2014 시즌이 끝나고 4년18억2000만 원의 조건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1군 진입 첫 해 대형 FA를 영입할 의지가 없었던 kt에서 준척급 FA들(박경수,김사율,박기혁)을 영입하며 구색을 맞추려 했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심지어 LG의 '실패한 유망주'가 신생팀에 간다고 갑자기 성적이 나아질 리가 있겠냐고 조롱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박경수는 이적 첫 해부터 타율 .284 22홈런73타점을 기록하며 일약 '저비용고효율 FA'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타율 .313 20홈런80타점으로 성적을 더욱 끌어 올린 2016년에는 2루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경수가 kt 이적 후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사이 박경수의 전 소속팀 LG는 2루수 부재에 시달렸다.

박경수는 작년 시즌 타율이 .262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5홈런66타점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갖춘 2루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년 시즌 2루수 중에서 박경수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안치홍(KIA 타이거즈, 21개)밖에 없었다. 작년 시즌 2루수로 46경기를 소화했던 정현이 유격수 경쟁에 뛰어들면서 올해도 kt의 2루수는 박경수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2014 시즌이 끝나고 kt와 4년 계약을 했던 박경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는다.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FA자격을 재취득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냈지만 박경수는 kt 이적 후 본격적으로 기량이 완성된 선수이기 때문에 전성기가 지난 다른 선수들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리고 올 시즌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한다면 박경수의 진정한 FA대박은 올 시즌이 끝난 후에 찾아올 것이다.

 kt 위즈 2018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kt 위즈 2018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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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 황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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