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도 뚫어야지  19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 대 안양 KGC의 2차전 경기. 현대모비스 블레이클리가 KGC 오세근, 한희원의 수비를 뚫고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2018.3.19

▲ 두 명도 뚫어야지 19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 대 안양 KGC의 2차전 경기. 현대모비스 블레이클리가 KGC 오세근, 한희원의 수비를 뚫고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2018.3.19 ⓒ 연합뉴스


안양 KGC의 '기둥' 오세근이 경기 초반 쓰러졌다. 6강 플레이오프 1, 2차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초반 연속 득점에 성공하는 등 맹활약이 기대됐던 터였다. KGC는 당황했고,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세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 선수가 한 발씩 더 뛰었다. 데이비드 사이먼이 골밑을 지배했고, 전성현이 외곽슛을 폭발시켰다. '주장' 양희종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중요한 순간 외곽슛과 멋진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은 KGC의 완벽한 승리였다.

KGC가 21일 오후 7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에서 101-80으로 승리했다. KGC는 6강 플레이오프 전적 2승 1패의 우위를 점하면서 4강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에서 2차전까지 1승 1패를 기록한 후 3차전 승리를 가져간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설 확률은 71.4%(7회 중 5회)에 달한다.

시작부터 찾아든 악재, 오세근의 부상

오세근의 6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KGC가 승리를 따낸 1차전에서는 32분 26초를 소화하며 4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철저한 박스아웃에 이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았고, 절묘한 패스로 외곽슛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팀 승리를 도왔지만 득점이 아쉬웠다.

모비스에 승리를 헌납한 2차전은 확실히 부진했다. KGC는 모비스 수비 공략에 실패하면서 골밑 볼 투입에 애를 먹었다. 자연스럽게 오세근의 존재감이 줄어들었고, 출전 시간도 23분 05초에 머물렀다. 기록은 3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였다. 큐제이 피터슨이 실책을 남발하는 등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 오세근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이자 KGC의 기둥인 오세근은 자존심이 상했다. 당연히 3차전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경기 초반 움직임으로 드러났다. 선발로 나선 오세근은 연이은 득점에 성공했다. 골밑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손쉬운 득점을 만들어냈다. 함지훈과 거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골밑슛을 블록슛 하는 등 맹활약이 기대됐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가 찾아들었다. 오세근이 경기 시작 2분 37초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속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함지훈의 발을 밟았고, 왼쪽 발목이 꺾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불운이었다. 오세근은 발목을 부여잡고 연신 소리를 지르는 등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어떻게든 코트로 복귀하려 했지만, 더 이상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골밑은 사이먼, 외곽은 전성현

3점 슛 시도하는 전성현 19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 대 안양 KGC의 2차전 경기. KGC 전성현이 3점 슛을 날리고 있다. 2018.3.19

▲ 3점 슛 시도하는 전성현 19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 대 안양 KGC의 2차전 경기. KGC 전성현이 3점 슛을 날리고 있다. 2018.3.19 ⓒ 연합뉴스


모비스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함지훈과 블레이클리가 오세근이 빠지면서 헐거워진 KGC의 골밑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오세근과 함께 골밑을 사수하는 사이먼이 힘을 냈다. 수비에서는 연이은 블록슛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고, 공격에서는 KGC의 득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모비스 수비를 손쉽게 무너뜨리는 2:2 플레이, 자신의 수비를 따돌리고 손쉬운 골밑슛을 만들어내는 영리한 움직임, 정확한 중거리 슛 등 정상적인 수비로는 막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먼은 1쿼터 10득점, 2쿼터 14득점, 3쿼터 11득점 등 총 37득점을 올렸다. 한희원과 양희종의 절묘한 패스를 화끈한 덩크슛으로 연결하며 분위기도 띄웠다. 그는 13개의 리바운드와 4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는 등 수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모비스는 블레이클리와 레이션 테리, 함지훈 등이 힘을 합해 그를 제어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이먼이 골밑을 지배했다면, 외곽에는 전성현이 있었다. 1차전 3점슛 5개(19득점), 2차전 3점슛 2개(12득점)에 이어 이날도 3점슛 4개를 폭발시켰다. 초반에는 잠잠한 듯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어김없이 등장해 3점슛을 성공시켰다. 30분 48초를 소화하며 17득점 2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 KGC 핵심 선수로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주장의 품격 양희종, 그는 감동이었다

사이먼과 전성현보다 기록은 뛰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수많은 이들은 승리의 주역으로 양희종을 꼽는다. 양희종은 기록으로 표현할 수 없는 '영향력'을 보였다. 그의 움직임이 흔들릴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바로잡았고, 모든 선수들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양희종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는 볼을 몸을 날려 살려냈고, 자신보다 신장과 힘이 우위에 있는 선수들이 득실한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따냈다.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넘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표정에서 고통이 드러날 때도 있었지만, 금세 털고 일어나 속공에 가담했고 수비에 힘을 보탰다.

영양가 넘치는 득점과 패스도 빠뜨리지 않았다. 4쿼터 종료 6분 12초를 남겨둔 상황, 양희종은 정확한 3점슛에 이어 환상적인 패스로 사이먼의 투핸드 덩크슛을 도왔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양희종은 30분 36초간 코트를 누비면서 13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최고의 기록은 아니었다면, 그는 최고의 선수임이 틀림없었다.

양희종은 말보다는 움직임을 통해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승리를 가져왔다. 화려함과 거리가 먼 선수지만, 대표팀과 소속팀 감독이 가장 먼저 찾는 선수, KBL 최고의 주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오세근의 출전 여부는 확실치 않다. 오세근은 지난달에도 왼쪽 발목을 다친 바 있다. 6강 플레이오프에 맞춰 복귀에 성공했지만, 또다시 같은 부위를 다쳤다. 22일 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을 받은 뒤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KGC는 오세근 없는 4차전 및 향후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세근의 부상 및 결장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주장' 양희종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친 KGC는 강하다. 오세근의 몫까지 해내는 사이먼, 무서운 외곽포를 자랑하는 전성현,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이는 이재도와 한희원 등 KGC는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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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 VS 울산 현대모비스 양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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