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기 약 1년 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국회 본회의장에 섰다. 2017년 4월 12일, 국회 헌법개정특위 '대통령 후보 개헌 관련 의견청취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 후보는 의원들 앞에서 개헌에 대한 의견을 상세히 밝혔다.

왼쪽 가슴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배지를 단 문 후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것은 '국민을 위한 개헌'이었다. 13분 동안 이어진 연설에는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어떤 개헌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로드맵이 모두 담겼다.

"국민을 위한 개헌,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개헌, 저 문재인이 앞장서고 책임지겠습니다."

1년 전 연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 말대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 주도하에 개헌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 결과물이 오는 26일 발의될 대통령 개헌안이다. 지난 20일부터 공개되고 있는 개헌안의 주요 골자 역시 1년 전 내놓은 안과 일맥상통한다.

1년 전 연설문을 통해 '대통령 개헌안'의 함의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후보 시절 이미 밝혔던 핵심 내용

지난 2017년 4월 1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1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년 전, 문 대통령이 정의 내린 '헌법'은 "대한민국 존립 근거"이자 "국가와 국민이, 국민과 국민이 맺은 최고 수준의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중심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민이 대한민국 헌법의 주인이지만 헌법 개정에 단 한 번도 제대로 참여한 경험이 없습니다. 이번 개헌은 국민주권의 확고한 원칙 속에서 철저히 국민의 참여와 토론 속에 이뤄져야 합니다."

그 결과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내 국민참여본부가 추진한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이다. 지난 2월 13일, 문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한 헌법자문특위는 한 달 여 동안 국민 의견을 수렴했고, 70만 건 이상의 국민 의견을 받았다. 자문특위는 국민 의견을 정리해 지난 13일 '국민헌법 자문안'을 만들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후보는 당시 '개헌 5대 주요 내용'도 제시했다. 그 첫 번째가 "새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의 정신을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헌법 전문에 자랑스러운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추가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을 분명히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대통령 개헌안'에는 부마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이 명시됐다. 다만,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기본권' 강화 역시 당시 문 후보가 내세운 '개헌 5대 주요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다. 기본권에 한해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야 하며, '근로자'는 '노동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본권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문 후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87년 헌법 개정은 독재 권위주의 시절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권력기관의 과도한 권한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호칭의 편견부터 걷어내야 인권과 기본권의 대전환이 시작됩니다."

다음 방점은 '권한 분산'에 찍혔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개헌은 삼권 분립의 헌정체제를 정립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중앙과 지방의 권한은 균형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분권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 중앙과 지방의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보장"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내용 또한 대통령 개헌안에 담겼다. 1년 전, 이미 '대통령 개헌안'의 골자가 나와 있던 셈이다.

개헌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도 내놨다. 당시 문 후보는 "국회가 2018년 초까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면 개헌이 완성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새 헌법에 의한 4년 중임의 대통령제 시행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2022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게 해 이때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분리시켜 총선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못박았다.

문 후보는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곧바로 개헌작업에 착수할 것을 약속"했다.

10차례 '공개 발언'으로 개헌 의지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0차례 있었던 '개헌' 발언에서 키워드를 뽑아 시각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0차례 있었던 '개헌' 발언에서 키워드를 뽑아 시각화한 것이다.
ⓒ 이주연

관련사진보기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여 동안 10차례 '개헌'을 언급하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9일 만에 열린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저의 공약도 지키겠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라고 말한 것이 첫 삽이었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신년사에서 계속해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대통령 당선 한 달 전부터 대통령 개헌안 발표까지, 반복된 문재인 대통령의 '말' 속에 담긴 핵심 키워드 역시 1년 전 연설문과 궤를 함께한다. "국민을 위한 개헌"이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강조한 것은 '국민 기본권 확대'와 '지방 분권'이다.

"최소한도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그리고 국민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국민의 뜻이 국가운영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2018년 1월 10일, 신년사)
"저는 여러 차례,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 드렸습니다." (2018년 2월 1일,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

꿈쩍 않는 정치권...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대통령 개헌안 준비하라"

문 대통령의 요청에도 정치권은 꿈쩍하지 않았다. 정쟁으로 개헌을 소비할 뿐 합의안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국회 개헌 합의만을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며 "대통령 개헌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또 한 달 여가 지난 후 대통령 개헌안 내용이 발표됐다. 그러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문 대통령은 이제 기다리길 바란다, 인내심을 갖고 국회 논의를 기다리라"며 "문재인 정권이 대놓고 국회 패싱하려는 노골적 작태를 보이는데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소리 높였다. 취임 후 한 달에 한 번 꼴로 '개헌'을 얘기하며 국회 논의를 지속적으로 촉구한 문 대통령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한 것이다.

이 같은 요청에 문 대통령은 뭐라 답할까. 예상 답변 역시 지난 1월 10일 신년사에 나와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200억 원을 더 써야 합니다.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지 정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국회가 책임있게 나서주시기를 거듭 요청합니다."


태그:#문재인대통령, #개헌안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