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라타주> 포스터

영화 <나라타주> 포스터 ⓒ 팝엔터테인먼트


최근 일본 로맨스물의 대세는 젊은 청춘들이 대거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뽀얀 배경화면에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너와 100번째 사랑>만 봐도 그렇다. 결말은 제각기 다르지만 영화 초반 주인공들의 아름답고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로맨스물이 찾아왔다. 청춘은 있는데 이야기는 무겁고 복잡하다. 최근 개봉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옥의 <나라타주>다.

대학생 이즈미 쿠도(아리무라 카스미)는 고교생 시절 연극부 고문이었던 하야마 타카시(마츠모토 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후배들과의 연극을 도와달라는 하야마의 부탁을 받아 이즈미는 옛 고교를 찾는다. 그곳에서 만난 동갑내기 남자 오노 레이지(사카쿠치 켄타로)는 이즈미를 좋아한다. 오노는 이즈미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거절당한다. 졸업 후에도 하야마에 대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이즈미는 다시 만난 하야마의 어중간한 태도에 답답하다. 이때 오노가 다시 이즈미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세 사람의 묘한 삼각관계가 영화의 토대가 된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으로 인해 고통받는 처절함

시마모토 리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나라타주>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으로 고통받는 처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모든 걸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선 인간은 강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나약하다. 이즈미와 하야마, 오노 모두 어딘가 결핍된 인물이다. 이즈미는 친구의 전학으로 기댈 곳이 없어 방황하다 하야마의 도움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하야마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집 창고에 불을 지른 아내와 별거를 했다. 원인은 자신에 있다고 자책하고 있다. 그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다. 오노는 상대방에게 불신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불안하다.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낳는다. 하야마에 대한 이즈미의 마음은 사랑을 넘어 욕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후 이즈미는 오노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하야마를 잊지 못한다. 오노는 그런 하야마의 태도에 상처를 받고 무너진다. 하야마는 자신에게 돌아온 이즈미를 또다시 밀어낸다. 이들 셋의 사랑은 모두 이렇게 지지부진하다. 이렇듯 해도 괴롭고 안 해도 괴로운 것이 사랑이다. 이즈미와 하야미가 최근 본 영화의 이름은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 <이웃집 연인>(1981)이다. 이즈미의 극 중의 한 대사를 읊는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너무 괴롭지만 당신 없인 살 수 없어요." 순식간에 지나가는 이 장면에 <나라타주>의 답이 있다.

 <나라타주> 한 장면

<나라타주>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제목이기도 한 '나라타주'는 내레이션(Narration)과 몽타주(Montage)의 합성어이다. 장면 밖 목소리를 따라 시간, 장소, 시점 등이 전환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기법이다. 영화는 사회인인 이즈미가 비가 오는 깊은 밤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영화 시작부터 아련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10년 전 영화 기획 제의를 받았다. 연애의 답답함을 영화를 통해 그리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순애영화 붐이 일어 제작을 꺼렸다. 캐스팅도 난항을 겪었다. 마츠모토와 아리무라가 캐스팅 되면서 영화제작은 순풍을 탔다.

일본 매체 <시네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유키사다 감독은 영화 속에 최대한 설명을 배제한 채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순간적인 감정을 배우의 모습을 통해서만 생각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설명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훌륭한 감정의 표현이 된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얼굴에 담긴 감정 표현이 돋보인 이유다. 아리무라는 "하야마와의 관계는 게임의 줄다리기 같다. 여기로 공을 던졌지만 다른 장소에 돌아오는 느낌이다"라며 이즈미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나리타주 유키사다이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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