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농장은 농로 하나를 두고 마을과 맞닿아 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농장은 농로 하나를 두고 마을과 맞닿아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돼지 농장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자식들도 손자들도 안 와, 명절 때도 냄새난다며 하룻밤도 안 자고 가버려, 우리가 문 닫으라는 것도 아니고 허가 난 대로만 하라는 데도 말을 안 들어. 나도 손자 손녀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

어느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얘기다. 마을에 들어선 돼지농장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25년간이나 악취에 시달리며 참고 살았으니 불법건축물은 철거하고 사육두수를 줄여달라는 주민과,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고 세금을 내면서 하는 사업이라는 농장주 의견이 충돌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폭행 사건까지 발생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는 87세대 200여 명이 옹기종기 살아가는 곳으로 예전에 산소리라 칭하던 것을 계수(桂樹)나무가 많아 계실(桂室)이라 하였다. 음력 정월 14일에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특히 계실리 산신제와 장승제는 생활·민속 문화유산/무형 유산이다.

주민들이 기자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993년 마을 상류에 돼지 농장이 들어섰다. 2000년도부터 국유지(부여국유림관리소)에 컨테이너와 조립식건물, 비닐하우스 등 건축물이 불법 증축으로 들어섰다고 했다. 취재 결과 이는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공주시와 농림식품부, 부여국유림관리소 등을 방문하여 항의하고 집회를 했다. 개인소유의 토지를 농장에서 무단 사용한다는 이유로, 도로를 막으면서 경찰이 출동하고 묵은 감정까지 터지면서 몸싸움까지 벌어져 현재 공주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냄새가 심해서 창문도 못 열고 산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마을 입구부터 돼지농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마을 입구부터 돼지농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16일 찾아간 마을엔 높이 3m쯤 되어 보이는 20여 개의 장승이 서 있고 돼지농장을 비난하는 수백 장의 깃발과 현수막이 걸려 바람에 나부끼며 을씨년스러웠다. 구불구불한 마을 길 도랑과 맞닿은 마을회관이 북적거렸다. 모처럼 한 주민이 어르신들 점심을 내는 날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온 할머니들의 허리는 휘어서 구부정한 상태다. 지팡이를 짚고 온 어르신들까지 작은 공간이 순식간에 들썩거렸다. 식사가 끝나고 한방에 모여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은 우리가 시끄럽게 해서 냄새가 조금 덜 나는 편이여. 논에서 일하면 등허리엔 온통 파리가 달라붙고 냄새가 심해서 숨쉬기도 힘들어. 냄새가 심해서 더워도 창문을 열지 못해. 냄새난다고 손자 손녀가 할머니·할아버지 만나러도 안 와. 낮에는 조금 덜 나는데 밤에는 말도 못 해. 냄새는 심한데 돼지를 자꾸 늘리고만 있어서 반대하는 거여.

옛날에 거기서 하던 사람이 이 사람한테 팔고 갔어요. 그때 어르신들이 허락해준 것이 있어요. 그래서 그 면적만큼만 하라는 것이에요. 우리가 돼지 농장을 못 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무허가는 돼지 넣지 말고 철거하라는 것인데 이 사람이 말을 안 들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묵은 감정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마을 이장은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가 3천 두라고 하는데 우리가 농장에 들어가지 못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4천 두는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냄새가 하도 심해서 우리가 허가 난만큼만 하라고 했더니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1천만~2천만 원 정도 발전 기금을 내놓는다고 했다. 우리가 돈 때문에 반대한 것도 아닌데, 화가 얼마나 치밀던지 주민들이 그 소리에 분노가 치민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곧 마을에 소방방재청 국민안전 교육연구단지와 행자부 전산센터, 국토정보교육원 등이 들어온다. 공주시 얘기로는 1년에 (방문객) 50만 명(공주시 30만 명)이 오간다고 하는데, 돼지똥 냄새가 심해서 이사 오는 사람도 없다.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들어오는데 기사가 '이런 데서 어떻게 사냐'고 할 정도다"라고 했다.

20일간 도로를 막아서 돼지를 굶겼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문제가 되는 돼지농장.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문제가 되는 돼지농장.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농장 사업자의 반론도 들었다. 농장주는 "93년도에 공주공설운동장 부지에서 농장을 하다가 토지가 시에 편입되어 당시 이곳 축사로 이사를 왔다. 건축물을 늘려서 한 부분은 할 말이 없으며 법의 처분을 받겠다. 하지만, 농장을 하면서 아무리 깨끗하게 한다고 해도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동네에서는 돈 많이 벌었으니 철거를 하라고 하는데 사유재산을 철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를 내고서 정당하게 사업을 하는데, 주민들이 시간적 여유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5차례에 걸쳐 도로를 막아서 20일 동안이나 축산 분뇨도 처리하지 못하고 사료가 떨어져서 돼지를 굶겨야 했다. 경찰을 부르고 나서야 차량이 다닐 수 있었다. 돼지 농장을 한다고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무단 사용한 부분인 국유림도 2년간 유예를 부탁하는 서류를 냈다. 현재 무허가축사 양성화 기간이라 이번 기회에 기존의 오래된 구조물을 치우고 새롭게 신축하여 냄새도 덜하고 주민 마찰도 피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데 허가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사업을 접을 수 없는 상태다"고 고민했다.  

부여국유림 관리소는 8월 7일까지 국유림 내 불법 시설물(축사) 자진철거 등 원상 복구를 통지한 상태다. 담당자는 "현 돼지농장에 국유림 점용허가가 3030㎡ 정도 나간 상태다. 그런데 1364㎡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16년도 변상금 184,950원을 부과했으며, 8월 7일까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사업자가 그때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바로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것이다"고 답변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지난 월요일 농장에 일부 증축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끝마친 상태다. 2006년 전 일부 건축물은 당시 허가 대상이 아니라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다만 2011년 이후에 컨테이너 등 위반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안 될 경우 강제이행 부담금과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처지를 밝혔다.

부여국유림관리소는 최근 민원이 발생하자 해당 농장을 찾아 무단 사용되고 있는 국유지에 표지판을 새웠다.
 부여국유림관리소는 최근 민원이 발생하자 해당 농장을 찾아 무단 사용되고 있는 국유지에 표지판을 새웠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한편, 주민과 농장주 등 감정이 치달아 길을 막으면서 폭행이 이루어지고 고소·고발이 벌어졌다. 공주경찰서 담당자는 "서로 화해를 유도했으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몸싸움까지 이어져 현재 수사 중이다. 조사과정에서도 서로의 주장이 팽배해 거짓말탐지기까지 사용할 정도다"고 귀띔했다.


태그:#돼지농장, #공주시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