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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관리공단 6개월 계도기간 뒤 과태료 부과

자연공원법 개정으로 무등산 등 국립공원 내 지정구간에서 음주가 금지됐다. 무등산 정상 개방 당시 몰린 등산객들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자연공원법 개정으로 무등산 등 국립공원 내 지정구간에서 음주가 금지됐다. 무등산 정상 개방 당시 몰린 등산객들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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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등산을 끝내고 풍광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 정상에서 마신다고 해 '정상주'라 부르는 문화를 산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법이 바뀌면서 국립·도립·군립 공원 내 음주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새봄을 맞아 날씨가 풀리고 수많은 전국의 등산가들이 광주 무등산을 찾을 춘삼월, 갑작스런 음주금지 소식으로 등산객들의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선 금지조치에 대한 찬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 국립·도립·군립공원 등 규제 대상 

지난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자연공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여기엔 '자연공원 내 지정된 장소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따라서 13일부터 대피소나 탐방로, 정상부 등 자연공원 내에서 음주할 경우, 1차 위반 시 5만 원, 2차 위반부터는 각각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 부과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친 뒤 이뤄진다.

여기서 자연공원이란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郡立公園) 및 지질공원을 뜻한다. 광주에선 무등산 국립공원이, 전남에선 한려해상, 내장산, 다도해상, 월출산 등 국립공원과 조계산,두륜산, 천관산, 신안갯벌, 무안갯벌, 벌교갯벌 등 12곳이 포함된다. 광주 내 어등산·제석산·삼각산 등 일반 산은 속하지 않는다.

산림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면 뇌에서 운동을 관장하는 소뇌 등이 영향을 받아 비틀거리게 된다. 등산 후 다리 힘이 빠지는 특히 하산 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인체에 흡수된 알코올이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고, 혈압을 높여 심장발작·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자연공원 내 음주금지 조치는 이처럼 산행 중 과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도립·군립공원에서는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술을 판매하는 상인이 생기기도 했다.

환경부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간 국립공원 내 안전사고를 조사한 결과, 전체 1328건 중 52건, 전체 5%가 음주로 인한 사고였다. 이 중에는 탈진이나 골절 등 경미한 부상도 있었고 추락사나 익사 등 사망사고도 10건 발생했다.

2013년에는 무등산 중봉 탐방로 일원에서 음주 후 등산 중 추락사고로 등산객이 안면부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자연공원 내 흡연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도 마련됐다. 흡연 사실이 적발되면 1차 위반 시 10만 원, 2차 위반 시 20만 원, 3차 이상 위반 시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단속구간 '아리송' 실효성 "글쎄…"

해당 시행령은 음주금지구간을 '공원관리청에서 지정하는 장소·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3일 공고를 통해 각 국립공원의 금지장소를 발표했다.

무등산의 경우, 서석대 일원 탐방로와 새인봉, 용추계곡(벌집바위) 일원의 암장이 금지장소로 지정됐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탐방로의 경우, '서석대 일원'이라고만 표기돼있어 단속범위를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무등산 국립공원의 경우, "서석대 주변 일부 탐방로에 한해 단속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단속범위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

관리사무소는 현재까지 별도의 단속반도 꾸려지지 않아 일상적인 순찰활동 중에 계도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계도기간 6개월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금지구역과 단속방향 등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금지구역에는 평탄하고 넓은 탐방로 주변, 산 정상 지점 등을 중심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등산의 경우, 중머리재, 토끼등 등 낮은 지역 탐방로들은 단속범위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예상했다.

상시단속이 어려운 특성 상, 단속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 환경부는 "국립공원 내 음주행위를 전면 단속으로 단기간 내 안전사고 억제는 어렵다"면서도 "인명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홍보·단속이 이뤄진다면 탐방객들이 자발적 파수꾼이 돼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계도기간 중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서 안전에 문제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 "건강 산행 조치"vs"개인 자유 침해"

산악회 인터넷카페에서는 음주금지로 인한 찬반 논란이 펼쳐졌다. "자연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과 "개인의 안전을 위해 자유를 제한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음주로 인한 추태를 실수라는 핑계로 너무 관대하게 본다"며 "쓰레기 문제도 그렇고 보기 좋지 않았다, 건강하자고 하는 산행에 금주는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음주로 인한 산행 사고가 국가가 집중 관리할 정도로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나?"며 "사고가 발생하면 개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이지, 산에서 둘러앉아 정겹게 술을 마시는 행위조차 국가의 통제범위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시민은 "국립공원을 피해 술을 마실 수 있는 다른 산으로 산행을 변경해야 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환경단체 "자연 위한 산행문화 정착해야" 

이같은 조치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연공원은 예전에는 흡연이나 취사 등이 금지되지 않아 수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해왔다. 자연과 사람보호를 위해 조치가 이뤄진 결과, 현재의 자연공원과 자연을 보호하는 시민들의 인식이 만들어졌다는 것.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사무국장은 "법으로 흡연·취사·음주 등을 제한하는 것은 단속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최초에 단속과 과태료 부과라는 방법을 쓰기는 하지만 지금 산에서 흡연하지 않는 것이 모든 등산객들에게 인식돼있는 것처럼 향후 제도가 정착됐을 때는 음주 또한 자연을 위한, 나를 위한 산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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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광주드림>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음주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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