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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비오는 젊음의 거리
 울산 비오는 젊음의 거리
ⓒ 윤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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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습도가 높아진다. 가슴 속의 습도도 높아져 촉촉해진다.

"이왕 내리는 비 좋아하자. 내가 싫다고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밝고 화창한 날도 좋아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도 그 이상으로 좋아한다. 비가 내리면 우울해진다든가, 귀찮다든가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난 어릴 때부터 비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비가 내리면 더 감성적이 되었다. 그래서 비에 대한 시를 짓고 비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진짜 비가 좋아졌다. 비에 대한 시를 지으니 시인이 되었다.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내가 싫다고 해서 꼭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해 그냥 한번 좋아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 일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비를 좋아하는 것처럼. 같은 상황을 두고도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비가 내리면 가슴 속이나 밖이나 습도가 올라간다. 그럴 때면 가슴 속의 촉촉함을 즐기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비를 음미하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며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옛날 좋았던 때를 회상해본다면, 맑은 날은 가능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좋은 느낌까지 불러올 수 있다. 비가 내리는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왕 내리는 비, 그냥 좋아해보자."   

비를 좋아했기에 고등학교 시절 내 필명을 '비의새'라고 썼다. 그 비의새는 지금껏 오랫동안 다음의 닉네임으로 쓰기도 했다.

글을 쓰다 점심시간이 되어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짜장면이 3천 원이다. 양도 다른 곳의 곱배기 수준이다. 그곳에 가서 짜장면을 배불리 먹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비가 와서 푹 잤어요. 오후에는 정자 바닷가 한 바퀴 돌 겁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비를 좋아하지 않았다가 내가 워낙 비를 좋아하니 따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비가 오면 일부러 나를 깨우기도 한다.

"여보 비와요."

라는 말을 하면서. 그러면 우리 부부는 내리는 비를 보거나, 우산을 들고 일부러 비를 맞으로 나가기도 한다. 전화 중에 아내는 이런 말을 하였다.
  
"오늘은 나를 위한 시간을 낼 거예요. 혼자 비 내리는 바다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올 거예요."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함께 갈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러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처럼 비 오는 날, 혼자서 바닷가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한다면 무척 감성적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비의새 아내답다.   

비를 좋아하니, 비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는 비오는 날 술 마시는 모임인 '우주회'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울산대 국문학과 김구한 교수는 나와는 비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재미있는 언쟁을 하는 사람이다.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비가 오면 김태수 시인이 생각난다. 나만큼 비를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 시인은 비가 내리면 이렇게 말을 한다.

"환장하겠네."

그래, 우리는 비를 환장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태그:#CYYOU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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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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