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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주년에 부치며 이동기, <소쉬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180*720cm
▲ 제주4.3 70주년에 부치며 이동기, <소쉬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180*720cm
ⓒ 이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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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은 4·3 70주년이다. 흔히 애기동백으로 표현되는 4·3의 아픔이 70번이나 피었다 졌다. 세계적 냉전 형성기인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진행된 4·3사건은 남북분단이 공고화되면서 그 진실이 묻혀 있다가 30주년이던 1970년대 말부터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그 집합적 노력은 50주년을 넘기면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2000년 1월 제정 공포되어 결실을 맺었다.

이 후속 작업으로 2005년 제주도는 한국 정부에 의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고, 2006년부터는 특별자치도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국가폭력은 4·3사건의 성격을, 화해는 제주 공동체를 복원하는 과정을, 평화는 제주도가 지향하는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적 핵심어가 됐다.

평화는 매우 고상하고 존중돼야 할 사회적 가치지만, 그것이 추상적인 만큼 현실에서 이 구체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이를 실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에서 평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4·3 진상규명의 맥락에서 보면 평화는 국가폭력이 없는 상태, 또는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를 치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4·3의 원인이 되었던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세계 평화의 섬' 지정 당시 정부는 제주도를 각종 국제회의와 동아시아 외교 중심지로 육성할 것을 표방했다. 그것은 제주도의 평화를 컨벤션 산업으로 구체화하려는 희망을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연구자들과 평화운동가들은 '세계 평화의 섬'을 "모든 위협요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인 적극적 의미의 평화를 실천해 나가는 일련의 사고체계와 정책 등을 포괄하는 문화적·사회적·정치적 활동체계"로 인식했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 컨벤션 산업의 육성이라는 희망은 어느 정도 실현됐지만, 누구도 제주도에서 평화가 정착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2007년 강정 해안이 해군기지 건설부지로 확정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평화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했고, 2016년 완공된 해군기지의 맞은편 강정마을을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선포하고 생명·평화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제주도에서 평화는 지난 10년간 가장 논쟁적인 단어가 자리잡았다.

오늘날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기본 구조는 1990년대 초반 세계적인 탈냉전 국면에서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러시아 및 중국과 수교하면서 냉전적 적대를 해소했지만 북한은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했다. 그 결과 참혹한 고난의 길을 걸었고. 체제 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대칭적 탈냉전의 최종적 책임을 북한이나 미국에 전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완고한 미국이나 중국, 고집불통의 북한 사이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회의주의적 태도를 넘어서서 평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통해 안정과 번영을 지속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에 달려 있다.

또 제주도의 평화는 지방사적 맥락뿐 아니라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에너지와 제주공동체의 운동에너지가 제주의 평화를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남북간 장관급 회담을 거쳐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의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 오갔다. 한반도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이후 어떤 길로 갈 것인가? 평창올림픽이 종료된 후 맞이하게 될 4·3 70주년, 우리는 평화를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4·3 70주년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구상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적 시간이 되어야 한다. 2018년의 봄이 진정으로 따스한 봄이 되려면,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10년의 시작이 되려면, 과거의 햇볕과 압박 모두를 넘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근식씨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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