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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 ‘기획된 대국민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 정봉주, '성추행 의혹' 전면 부인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 ‘기획된 대국민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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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7년 전 사건이 일어난 특정 일의 특정 시간을 놓고 '기억 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팽팽히 대립하는 양쪽이 모두 사법기관의 수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진실 규명은 사법기관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프레시안> 첫보도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날은 지난 2011년 12월 23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각은 명시되지 않았고, 정 전 의원과 <프레시안> 측의 7년 전 '기억 전쟁'은 이 지점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먼저 오후 3~5시 알리바이 내세운 정봉주

사건 시각의 폭을 먼저 좁히고 나선 건 정 전 의원이었다.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A씨가 주장하는 사건 시각이 여러 정황상 오후 3~5시일 것으로 추정하며, 이 시간대에 자신이 뭘 했는지 증거를 제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한마디로 '알리바이'를 제시한 것이다. 자신은 오후 2시 30분경 격려 방문한 명진 스님을 만나 "늦은 오후"까지 대화하다가 <나는 꼼수다> 구성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언론 보도와 당일 오후 2시 52분, 오후 3시 54분에 명진 스님 등과 함께 찍힌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디지털 사진에 담겨 있는 시간 정보가 정확하다면 최소한 2011년 12월 23일 오후 2시 52분에서 오후 4시경까지 정 전 의원이 렉싱턴호텔에 있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는 성립되는 셈이다.

정 전 의원은 사건 당일과 다음날 자신의 동선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오전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들과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하다가, 모친의 입원 소식에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을지병원을 방문했다. 이후 다시 홍대 앞 인근에서 민변 변호사들을 만났고, 이어 명진 스님을 만났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그는 사건 당일 문제의 장소인 렉싱턴호텔에 가지도 않았고, A씨를 만나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성추행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 '기획된 대국민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 '성추행 의혹' 전면 부인... 증거 내세운 정봉주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 '기획된 대국민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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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증언 "오후 1~2시경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는 무색하게 됐다. <프레시안>은 이날 오후 6시43분에 "12월 23일 오후 1~2시경 (정봉주 전 의원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줬다"는 다른 사람의 증언을 보도했다. 초점이 그날 오후 3~5시가 아니라 오후 1~2시경으로 옮겨간 것이다.

증언을 한 인물은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의 카페지기였던 닉네임 '민국파'다. 정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돼 구금 위기에 처했던 지난 2011년 12월 22일부터 26일 입감 때까지 "잠자는 시간 빼고는" 정 전 의원의 일정 전반을 수행했다는 게 민국파의 주장이다.  

민국파는 정 전 의원이 을지병원을 방문한 뒤 오후 1~2시경 여의도 렉싱턴호텔에 도착, 30~40분 정도 머물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른 오후로 기억한다"며 "누구를 만나냐, 왜 만나냐, 그런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를 민국파는 "그때 워낙 사안이 긴박하게 돌아서 1분 1초도 허투루 쓸 시간이 없었다, 특히나 을지병원 일정은 갑자기 생긴 일이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민변 쪽으로부터) '언제 오느냐' 채근하는 연락이 계속 왔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되게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렉싱턴 호텔에 가야 한다'고 하니…. 거기다가 (을지병원에서) 여의도를 들렀다가 합정으로 가면 괜히 돌아가는 것이니 그래서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이 렉싱턴호텔 앞에서 하차한 뒤 민국파 등 수행 인원들은 차량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이 누굴 만나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렉싱턴호텔은 가지도 않았다'는 정 전 의원의 주장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피해자 A씨도 다시 한 번 나섰다. A씨는 이날 민국파 인터뷰 직후인 오후 7시 21분 <프레시안>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는 "다시 한번 진실을 말씀드립니다, 정 전 의원님은 저를 단독으로 만나셨습니다"라며 "거짓말을 하고 계신 부분은 분명히 책임을 지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렉싱턴 호텔 1층 카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 전 의원이 저에게 문자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시, 예약자명 ○○○'이라고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3월 12일자 보도.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3월 12일자 보도.
ⓒ 프레시안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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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의 새벽 재반박 "시간상 불가... 민국파는 수행 안 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 전 의원은 신속히 재반박에 나서며 '오후 1~2시 주장'에 대해서도 배척했다. 보도가 나간지 몇 시간 후인 13일 자정경 정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 당시 여의도 렉싱턴호텔 방문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 민국파는 사건 당시 나와 함께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12월 23일 1~2시경 렉싱턴호텔에 간 사실이 없다"며 "제 어머니는 12월 23일 오후 12시경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1시 경 병실로 올라가 입원을 하셨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시간이 표시된 당시 의료기록 일부분을 첨부했다.

그는 "저는 어머니가 병실로 올라가신 이후에 을지병원에 도착했다, 즉 제가 을지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이미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며 "아무리 빨리 어머니 병문안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오후 2시 전까지 노원구 하계동에서 여의도 렉싱턴호텔까지 이동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기사에서처럼 렉싱턴호텔에서 30~40분을 있다가 나와서 다시 합정동으로 이동하여 오후 2시30분경 명진 스님을 만났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사건 당일 계속 같이 있었다는 민국파의 주장에도 "명백히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민국파가 12월 23일 오후 2시 17분에 카페에 올린 공지글을 제시하면서 "이 카페 글은 복잡한 서식 등이 적용돼 있어 차량을 통해 저를 수행하는 도중 모바일에서 작성했다고 볼 수 없고 PC에서 글을 올린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민국파의 반박이 이어졌다. 민국파는 13일 오전 인터뷰를 통해 "22일 대법원, 24일 마석 모란공원, 25일 공릉교회, 26일 서울지검 환송식까지 내가 함께 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건데, 내가 유독 23일만 없었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 모친 병문안을 간 상황에 대해서도 "오후 1시 전에 이미 병원 근처에 도착해 있었으나 입감일이 결정되지 않아 병원 주변에 대기하다가 올라간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까지 그 시간에 움직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봉주 "중앙지검으로 향한다"... A씨 "수사하면 기록 나올 것"

이처럼 양측은 전혀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놓고 7년 전 특정 일 특정 시간대의 행적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으로 흐르면서, 사건은 사법기관으로 넘어갈 조짐이다.

정 전 의원은 12일 오후 페이스북에 "내일(13일) 아침이면 저는 중앙지검으로 향합니다, 공직선거법상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3~4차례 유포한 프레시안!"이라며 "저 정봉주, 한번 물면 끝까지 갑니다"라고 적었다.

상대방도 이런 상황을 이미 각오한 태세다. <프레시안> 측에선 '전혀 불리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고, A씨도 12일 입장문에서 "수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렇다면 어떤 기록이든, 정 전 의원님이 원하시는 그 기록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정봉주, #성추행의혹, #프레시안, #민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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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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