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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문화중년놀이터를 즐기기 위해 중년들이 모이는 카페 내부
 해남문화중년놀이터를 즐기기 위해 중년들이 모이는 카페 내부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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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손 인사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다 익숙한데요. 오늘은 (잠깐 쉼) 다들 젊으셔서 따라 하실 수 있겠는 걸요."

얌전하게 앉은 중년들이 손가락 하트 인사를 따라했다. 겸연쩍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할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은근슬쩍 손가락 하트를 했다.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오늘의 주인공 천영예씨도 관객의 인사에 화답하듯 "사랑합니다"는 말을 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천영예씨 뒤로는 정정숙씨의 수채화가 별이 빛나듯 걸려 있었다. 수채화의 그림 중에는 젊은 시절 준수하게 생긴 육군 생도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세월에 덧입어져 이제는 익숙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림으로써 젊은 시절의 설렘과 풋풋함이 가득했던 그 시절 남편을 상기할 수 있었단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남편이 더 사랑스럽게 보인단다.

1월 26일 지종님의 수채화, 윤승현의 재증풍 피아노 공연 사진
 1월 26일 지종님의 수채화, 윤승현의 재증풍 피아노 공연 사진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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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마다 해남문화중년놀이터의 사회를 맡았다. 횟수로 7번째인 지난 9일의 제목은 정정숙의 맑은 수채화와 천영예의 땅끝 콘서트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한 손은 새벽부터 광주로 올라가 야채를 떼어 오기도 했다. 다른 한 손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첫 차가 다니기도 전부터 식당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밑반찬을 주물럭 거렸다. 그렇게 움이 트고 굳은살이 박인 손으로 붓을 들었고, 색소폰과 플루트를 불고, 피아노를 연주했다.

해남문화중년놀이터 출연진들.
 해남문화중년놀이터 출연진들.
ⓒ 해남우리신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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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문화중년놀이터를 기획한 해남지역 주간신문인 해남우리신문 박영자 발행인은, "해남의 중장년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반쪽일지라도 지방자치를 견인해 온 분이시다. 해남에서 지역 주간 신문이 태동한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함께 했던 30, 40대의 청년들이 지금 해남의 중장년층이다. 중장년 문화놀이터는 중장년의 삶을 문화로 되돌아보는 기회의 장이다. 문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지역 공동체를 재생하는 풀뿌리 운동이다, 해남우리신문이 지역주간신문 1세대 독자에게 드리는 감사의 자리다"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참고로, 해남의 지역 주간신문으로는 해남신문, 해남우리신문, 해남군민신문이 있다. 해남신문은 1989년 10월 지방자치 시대와 더불어 탄생했으며, 해남우리신문은 2009년에, 마지막으로 해남군민신문은 2013년에 창간하였다.

3월 2일 생활도자기 공예가 김경자 씨와 해남우리신문 발행인 박영자 씨
 3월 2일 생활도자기 공예가 김경자 씨와 해남우리신문 발행인 박영자 씨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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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그림을 관람하는 관객
 2월 9일. 그림을 관람하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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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남중장년문화놀이터의 문을 열었던 전국성씨는 퇴직 후인 2010년부터 붓을 잡았다고 했다. 중학교 때 나점석 선생님에게 수채화를 배웠고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꿈의 방향이 틀어지고 마음속에 그 꿈은 앙금처럼 남아 있었단다.

전국성씨가 그림으로 다시 꿈을 찾았다면 그의 단짝인 천한수씨는 소장된 사진 전시로 인생에 활기를 더했단다. 그 둘의 나이는 올해 예순 아홉이다. 천한수씨는 지난 2월 23일날 해남문화중년놀이터에서 지금껏 소장한 사진을 전시했다.

일제강점기 말인 1939년 해남동초등학교 졸업 사진을 비롯해 항국신민체조를 담은 사진, 1960년대 해남중학교 학생들이 해남중앙극장에서 영화관을 관람하는 풍경, 터미널이 이전되기 전의 해남 읍내의 터미널 전경 등이 전시되어 보는 중년들마다 추억에 젖게 했다.

천한수씨의 사진과 함께 애상에 빠질 수 있도록 멋진 색소폰 연주를 했던 중년이 있었다. 그저 편한 사람들끼리 이날의 놀이터 제목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숙박업소 사장님과 야채가게 사장님의 만남이라고 말이다. 숙박업소 사장님은 천한수씨를 가리키고 야채가게 사장님은 윤길용씨를 가리킨다.

3월 9일, 음향 점검을 하는 윤길용 씨
 3월 9일, 음향 점검을 하는 윤길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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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용씨는 야채가게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의 땅끝색소폰동호회 회원이며 실용음악학원장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부터 가졌던 음악의 꿈을 잊지 않고 느긋하게, 때로는 단호하기 자신을 채찍질 하며 걸어온 길이었다.

어느새 지역의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인사가 되기도 했다. 조금은 장난스러운 여담이지만, 실루엣도 좋고, 음악은 더 좋다는 평을 곧잘 듣기도 한다며 쑥스러워 하는 그였다. 그는 한번의 공연으로 해남문화중년 놀이터를 퇴장한 인물도 아니었다. 처음, 해남문화중년 놀이터를 계획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음향감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영자 발행인의 기획이 책상에서만 끝나지 않게 힘을 보태준 일등 공신이 있다. 바로, 카페 사장 이은영씨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의 공간을 기쁜 마음으로 해남의 중장년들에게 내어준 것이다.

이은영씨 역시 종이말이 10년 경력자이고 강의를 할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가졌다. 브로치, 귀걸이, 팔찌, 액자, 머리핀 등 무궁무진한 모양의 종이 공예를 만들었고 소장하고 있다. 이은영씨의 전시는 이달 30일로 예정되어 있다.

9일 기준, 해남문화중년놀이터는 지금껏 고정 출연자로, 전국성, 김은숙, 배진성, 지종님, 윤승현, 조성표, 김동윤, 박상희, 백선오, 천한수, 윤길용, 김경자, 해남음악사랑, 정정숙, 천영예 씨가 함께했다. 박 발행인은 4월 중순까지 '문화가 있는 중년의 삶 해남'이라는 슬로건으로 해남문화중년 놀이터를 진행하고, 이후 프로그램을 재편성해 2차로 중년들을 맞을 계획이라고 했다.  

지역에서 자생적인 축제나 문화, 볼거리, 놀이 등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으레 막대한 비용으로 알맹이 없고 참여자의 만족도 역시 높지 않는 공연이 대부분이었다. 해남문화중년놀이터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도비나 군비 지원 없이 주민들 스스로 문화공간을 개척하여 꾸려간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남문화중년놀이터 사진을 스케치한다.

2월 2일 해남의 리틀 배호로 불리는 김동윤 씨의 배호 노래 열창 모습
 2월 2일 해남의 리틀 배호로 불리는 김동윤 씨의 배호 노래 열창 모습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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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게스트로 참여한 박준배 씨의 플루트 연주
 3월 2일 게스트로 참여한 박준배 씨의 플루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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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게스트로 참여한 차양호 씨의 해금 연주
 3월 9일 게스트로 참여한 차양호 씨의 해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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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전시를 축하한다는 화환
 부모님의 전시를 축하한다는 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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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남문화중년놀이터, #해남우리신문, #중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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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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