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실향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귀촌을 꿈꾸는 것은 어머니 품을 찾듯 원형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이 아닐까. 실향민, 전쟁과 분단 혼돈의 역사 속에서 좌우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강화에 귀촌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누려는  이들이 있다.

강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쓰는 강화 이야기
▲ 삼인 삼색 출판기념회 강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쓰는 강화 이야기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강화에서 20년 이상 짧아도 10년 넘게 둥지를 틀고,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 호흡을 함께 해 온 김유자(김유자 인문학 서당 대표, 양오 1리 이장), 이광구(장애인 희망일터, 함께 사는 강화공동체를 꿈꾸는 사람), 박흥열(협치전문가, 만화가)이 그들이다. 최근 이 세 사람이 '3인 3색 출판기념회'를 통해 구의원 비례대표, 군수, 구의원 지역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유자, 인문학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0년 일찍 귀촌해 강화도에 김유자 인문학 서당을 차린 김유자씨는 교사다. 시인, 교육운동가, 시민활동가를 거쳐 인문학을 중심으로 공동체 삶의 회복과 회귀를 꿈꾸는 액티브 시니어다.

서울에서 열네 번의 이사를 하며 집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됐다던 김씨는 삶의 마무리는 자신이 바라는 원형의 고향, 손주들의 고향이 될 수 있는 곳에서 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씨는 서울에서의 교육운동을 접고 서당 형태로 인문학적 삶의 가치와 시간의 역사를 전달할 수 있는 장소에 자리 잡길 원했다. 그곳은 바로 인간 삶의 역사와 시간이 그대로 축적되어 있는 강화였다.

남편은 정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귀촌하길 원했지만 이미 도시의 삶에 피폐해진 김씨는 귀촌의 시간을 10년 앞당겨 강화에 둥지를 틀었다. 남편은 정년이 되기까지 8년간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결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옥을 수리한 살림집 '김유자 인문학 서당'에서 독서와 토론을 통해 청소년과 먼저 인연을 맺은 김씨는 현재 송해면 양오 1리 이장을 겸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일로 들르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잡채와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면서 마을 어르신과 소통과 공감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씨의 꿈은 음식과 독서와 원예 힐링이 어우러진 인문학적 삶을 바탕으로 한 마을 공동체에서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아우르는 삶터의 복원이다. 그 꿈을 위해 지난 10년 간 틈틈이 허름한 한옥의 곳곳을 손보며 공간을 만들었고, 돌담을 쌓았으며 언제든 어울려 음식을 나눌 수 있도록 마당에 커다란 가마솥도 두 개 내걸었다.

많은 이들이 함께 먹을 밥과 국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즐겨 대접하는 잡채에는 각자의 맛과 색을 잃지 않으면서 어울려 맛을 더하는 어울림의 미학, 준비하고 요리하는 과정이 지닌 슬로푸드의 미학이 담겨있다. 김씨는 말한다.

"열네 번의 이사를 하면서 풀지 못한 짐을 가지고 다니 듯 마음에 늘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았던 성취의 문제를 강화에서 풀었어요. 10년을 주기로 교육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운동의 방향성을 바꾸고 대학원을 진학해 학문을 연구하면서도 풀지 못했던 미완의 매듭풀기를 강화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사람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이끌어줄 모든 것, 가족, 학문, 삶의 정체성 등을요."

기계가 인간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는 4차 혁명의 시대에 인류의 마지막 귀환은 인문학적 사유와 공동체 삶의 복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생의 제 2막을 생활정치인으로 지방자치 분권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김씨의 선택을 많은 어르신들이 달려와 지켜본 이유는 그에게 소통의 여지를 보았기 때문이리라.

 삼인의 출ㅇ판 기념회가 열린 강화문예회관
▲ 삼인 삼색 출판기념회 삼인의 출ㅇ판 기념회가 열린 강화문예회관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이광구,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유찬호 신부(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 희망일터 대표)는 이광구씨를 '만나면 밝은 기운과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현상 너머의 것을 보는 선배이자 희망을 일구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내가 찾은 꽃, 강화>라는 책의 첫 머리에 그려진 이광구의 인생 아리랑 곡선은 롤러코스터의 곡선을 보는 듯 굴곡이 심했다. 초등학교 때 전교 1등인 자신이 이유도 모른 채 졸업식 연습장에서 수십 대의 뺨을 맞은 이야기, 서울대 법대 재학시 학생운동으로 제적 당하고 감옥 생활을 한 이야기, 노동자 협동 기업 등 사업 실패 이야기, 그 인생의 반환점에 강화 이주가 있다.

노동자 협동기업으로 설립한 정비공장이 망해서 강화로 이주한 95년은 현실적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강화 이주야말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으며 덕분에 상대적 박탈감 없이 세 아이가 마음껏 잘 자라주었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그는 강화의 곳곳을 생활정치인의 눈으로 보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마음이 따뜻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인 듯하다. 그의 성품은 그의 일상을 소개한 대목에서 드러난다.

그는 장애인 일터를 유치했고 독거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주거를 지원하고, 페미니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 자신이 이산 가족으로 실향민의 아픔도 안다. 때문에 강화가 왜 통일의 관문이며 보석 같은 곳인지를 실질적인 감각으로 설명할 줄 안다.

군수에 출사표를 던진 그의 바람은 '어울려 사람답게' 사는 강화를 만드는 것이다. 21년 전 강화에 이주해 결손 가정, 고아원, 장애인, 독거 어르신들이 있는 동네서 재밌게 보람되게 살았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돈을 퍼주지 말고 장애인, 어른, 아이, 모두 어울려 함께 사람답게 사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14년 이광구씨는 북에 있는 외삼촌을 만났다. 지금 남북 간에 평화 통일 대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이산가족은 서로 꼭 만나야 한다. 남북 평화 시대 강화는 보석 같은 곳, 남북 평화의 마중물이자 평화의 관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대안과 사진, 현실적인 제안은 지방 자치 시대를 책임지겠다는 그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박흥열, 강화와 사랑에 빠진 협치 전문가

박흥열은 협치전문가다. 박흥열은 만화가다. 박흥열은 강화를 좋아한다. 그의 출사표 <만화로 보는 강화 인물 이야기>에 소개 된 이력이다. 박홍열은 강화 하정면 이강리 하경들판에 집을 짓고 배나무 농사를 지으며 15년 간 살아오고 있다.

그는 두 아들과 아내랑 행복한 강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가족이 모두 나와 아내가 보는 남편, 두 아들이 보는 아버지를 이야기 할 때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강화에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 이웃과 소통 할 수 있는 삶의 원형을 찾았던 것이다. 그의 강화 사랑은 <만화로 보는 강화인물 이야기>를 10년 동안 연재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강화 이야기, 강화 인물 이야기 등 많은 강화 관련 단행본도 출판했다.

그는 "강화는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고장이 될 거다"라는 소신을 피력했다. 강화가 지속 가능한 모범도시로 성장해 나가는 데 협치전문가로 행정가로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이겠다고 한다.

평화 통일 시대를 준비하며 강화에서 즐겁고 신나고 살맛나는 삶의 이유를 찾은 3인이 살아온 삶의 결은 다르다. 하지만 강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은 닮은 꼴이다. 그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며 그들의 꿈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태그:#강화 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