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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 상원의원의 암호화폐 청문회에서 SEC(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암호화폐 시장 개입 가능성이 시사된 가운데, 3월 7일(현지시간) 구체적인 입장이 제시되었다. 우선 SEC측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증권거래소나 증권중개인 등으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으로 취급되는 ICO 토큰을 거래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경고하였다.

'ICO 토큰'이란 암호화폐를 발행하고자 자금을 모집하고(이 과정을 IPO에 빗대어 ICO라 표현함), 그 대가로 나누어주는 증표들이다. 차후 암호화폐가 완성될 시 교환될 수 있다. SEC측은 이 토큰들이 본질적으로 증권과 동일한데도 연방 증권거래법의 통제를 받지 않는 거래소들이 이를 중개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거래소들로 하여금 SEC에 증권 거래소로서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한 규제 아래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한편 증권거래소들에 제공하는 기술적 지원을 해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거래소들은 SEC측의 '암호화폐는 증권'이라는 해석에 반발하며 제안을 거부하는 입장에 있다. 

실상 일반인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창구가 민간 거래소 뿐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크기가 급격히 팽창한만큼 그에 따른 합당한 규제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정도나 방향성일 것인데, 지금 투자자들은 거래소와 동일한 입장에서 정부의 개입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부의 개입이 암호화폐의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래소들은 규정과 관심의 미비로 인해 지나친 '방종'의 상태에 놓여있었고, 이로부터 피해를 받아온 당사자들은 바로 투자자 집단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양아치 거래소'에 투자자 원성 끊이지 않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들 사이에서 붉어진 가장 큰 목소리는 '거래소 개선' 이었다.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거래소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악용해 막무가내식 운영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실상 거래소가 아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설립되는데 토대가 된 법은 '전자상거래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본래 인터넷쇼핑몰 등을 설립할 때에 활용되는데, 소속 구청에 간단한 신고만 하면 별다른 규제없이 사업을 개시, 유지할 수 있다. 즉 통신판매업자들을 위한 법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여타 주식 거래소 등은 증권거래법에 기초하여 설립,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거래소를 처음 설립할 때부터 유가증권 거래를 취급할 때에 이르기까지 재무부장관의 엄격한 허락과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규제할 상위 기관이 부재하다.

2017년 11월 초 비트코인 캐시 가격 시세표
 2017년 11월 초 비트코인 캐시 가격 시세표
ⓒ 빗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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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운영 가운데서도 주요 거래소들은 배짱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가장 근래 두드러지는 사래가 2017년 11월의 '비트코인 캐시 사태'이다. 메이저 암호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 캐시는 2017년 11월 들어 급격한 가격 상승 흐름을 탔다. 월 초 100만원 근방에서 움직이던 시세는 단 며칠만에 두 배 이상 폭등하며 300만원 근방까지 상승하였다.

문제는 고점을 달성한 뒤 떨어지는 속도도 그만큼 가팔랐고, 순식간에 반값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높은 가격대에 비트코인 캐시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화폐를 매도할 수 없었다. 가격이 급락하던 순간 거래소 '빗썸' 측의 사이트가 먹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가격이 떨어지는 동안 그 손해를 고스란히 직면해야 했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으나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투자자들이 모여 집단 소송까지도 감행하였으나 거래소 측의 과실을 입증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결과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만 이어졌다.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거래소 규제 움직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의 움직임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앞장섰던 국가는 중국이다.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형성되지 않았던 2013년에 중국에는 이미 6개의 거래소가 존재하였고, 전세계 트레이딩(Trading)의 약 90%가 이들을 통해 중국 내에서 이루어졌다. 암호화폐가 꽃피던 장소였던 셈이다.

처음에는 이런 흐름에 방관 또는 긍정의 목소리를 내던 중국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규제'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투자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었고, 암호화폐가 '검은 돈'과 연결되어 사용된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이에 2013년 12월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시켰고, 이어 암호화폐는 '진짜 화폐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런 강경책은 2014년에도 이어졌다.

럼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열기가 갈수록 커져가기만 하자, 2017년 대형 거래소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연말에는 거래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은행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관련된 서비스에 관련한 거래를 틀 수 없는 고강도 대책도 도입되었다. 

가장 친(親)암호화폐 국가로 분류되던 일본도 태도를 바꾸었다. 일본 금융청(FSA)이 직접 나서 FSHO 등 2개 거래소에 단기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해킹 사태에 휘말렸던 코인체크 등 6개 거래소에 영업 개선 명령을 내렸다.

이제 막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싹트고 있던 동남아시아에서도 규제의 싹이 트고 있다. 올 1월 말레이시아에서 국세청에 의한 거래소 은행 계좌 동결이 이루어졌고, 인도네이사 및 필리핀 중앙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음'을 강조하며 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촉구한 바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2017년 말 암호화페 광풍 때 부터 법무부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수차례 구두경고를 이어갔고, 연초에는 마진거래에 대한 불법성 조사 및 주요 거래소 운영 감사가 이루어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가능' 발언은 이런 흐름의 최고점이었다. 이처럼 암호화폐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시작된 곳, 가장 거대한 곳, 그리고 이제 시작된 곳들을 막론하고 갈수록 거래 과정에 대한 감시와 규제의 움직임은 커져가고 있다.

올 초 시행된 거래소 폐쇄 안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올 초 시행된 거래소 폐쇄 안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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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의 최대 리스크는 거래소" 라는 말이 있다.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 붕괴로 거론되는 '마운틴곡스 사태'(2014년) 역시 거래소의 도덕적 해이 및 기술력 미비와 이에 대한 감시책 부재가 합쳐져 발생한 사태였다. 그렇기에 비록 현재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코인 거래소들에 대한 제도적 실사 및 규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더 안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이미 암호화폐 광풍을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수의 거래소들이 설립된 우리나라 역시 적극적으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암호화폐 폐쇄에 반대하는 이들도, 대부분이 거래소에 대한 규제에는 찬성하고 있음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태그:#경제, #블록체인, #법, #제도,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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