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재주소년

가수 재주소년은 지난 2월 9일 미니 앨범 <프롬 미 투 유>를 발표했다. ⓒ 애프터눈레코드


7개월여 만에 그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무척 바빠 보였다. 재주소년 그리고 박경환은 한국 가요계 모던포크 음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지난해 6월 22일 정규 6집 <드라이브 인 제주>를 발표하며 듀오가 아닌, 박경환 원맨밴드로 홀로서기에 나선 재주소년. 지난 2월 9일 미니 앨범 <프롬 미 투 유(From Me To You)>를 공개해 반년 넘게 기다린 팬들의 기다림은 반가움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주소년 박경환' 옆에는 한 음악레이블 대표 겸 제작자, 프로듀서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꽤 많은 후배 뮤지션들의 노래과 앨범을 세상에 알리는 데 중추적 역학을 하는 음악인으로서 바쁘게 살아왔던 흔적이 인터뷰 내내 드러났다.

재주소년 박경환은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 소재 마리아칼라스 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그와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경환의 재주소년, 완전한 홀로서기

 가수 재주소년

재주소년 박경환은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 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 애프터눈레코드


- 7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무척 바쁘게 지냈다. 애프터눈 레코드(Afternoon Records)란 레이블의 대표 겸 음악프로듀서를 맡고 있는데 유하와 폴린딜드란 두 솔로 아티스트의 정규앨범을 각각 발매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장기간 동안 준비해 완성한 결과물이 나왔는데 뮤지션들과 함께 곡도 만들고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녹음 작업도 함께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순간들을 나눈 점이 지난 7개월의 소중한 기억이다."

- 미니 앨범은 어떻게 발표하게 됐나?
"소속사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을 하던 중 한 신인 가수가 나와 같이 곡을 발표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고, 그 뮤지션이 만든 음악이 너무 좋아 수락했다. 그게 이번 앨범의 시작이었다. '스물을 넘고'란 곡인데 1절 가사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이석원이, 2절은 내가 썼다. 멜로디와 편곡 작업도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면서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물을 넘고'를 완성시키고, 이미 만들어뒀지만 발표하지 않았던 곡 '프롬 미 투 유'와 '이사'가 '스물을 넘고'와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와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3곡이 포함된 이번 음반을 발매하게 됐다."

- 발매 후 3주 정도 지났다. 반응은 어떤가?
"괜찮은 편이다.(웃음) 재주소년의 앨범 발매 주기보다 빠른 편인데, 미니 또는 EP앨범, 싱글 등을 자주 발매하고 싶다. 벌써 여섯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어느 순간부터 '7'이란 숫자가 두렵기 시작했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음악 작업이기에 정규 앨범에 대해서는 신중한 고민을 할 거다.

앨범 타이틀 곡 '스물을 넘고'가 반응이 좋고 '이사'와 '프롬 미 투 유'도 고른 인기를 얻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Outro(...2시 30분)'을 많이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평소 실험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방식을 이용해 이 곡을 완성해 낼 수 있어서 만족도가 가장 컸다."

공연을 통해 팬들에게 변화된 음악 전하고 싶어

 가수 재주소년

재주소년은 '프롬 미 투유'에 대해 밴드 사운드에 충실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 애프터눈레코드


- 전작이었던 정규 6집 앨범의 활동 결과를 평가해 본다면?
"들였던 공에 비해 내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앨범이다. 멤버 상봉(유상봉)이가 스튜디오 뮤지션이 된 후, 박경환 1인 솔로체제 재주소년으로 활동하다 보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공연을 보러 와 주신 팬 분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재주소년의 음악을 만나야 하니 개인적으로 고독할 수 있는 앨범 투어 활동을 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부산과 대전 등 대도시와 목포, 춘천, 제주, 용인 ,포항 등 여러 중소도시에서 카페투어 콘서트를 가졌는데, 첼로 내지 트럼펫 연주자와 함께 하는 무대로 관객들의 호응도 컸고 나름 세밀하게 준비했던 공연에 대한 결과도 좋아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 오늘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 비중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앨범에 담긴 첫 트랙 '프롬 미 투 유'는 밴드 사운드에 충실한 연주곡이다. 이곡에서 느껴지는 밴드음악의 에너지가 2013년 1월에 냈던 솔로 앨범 <다시 겨울>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연주자들과 5인조 밴드셋(Band Set)으로 '프롬 미 투 유'를 포함해 여러 곡을 들려드릴 예정이어서 나 역시 무척 기대된다. 재주소년의 또 다른 음악적 시도와 변화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 새 신발을 신었을 때의 느낌이랄까?(웃음)"

- 그렇다면 재주소년 음악의 변화가 팬들에게 크게 느껴질 것 같다
"물론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곡을 만들고 앨범을 발표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이번 콘서트를 통해 팬들에게 재주소년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 이다. 이번 앨범을 홍보용 보도 자료에는 퓨전재즈(Fusion Jazz), 시티팝(City Pop), 레트로 사운드(Retro Sound)가 담긴 재주소년의 어반 뮤직(Urban Music)을 접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특히 재즈피아니스트로서 음악인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아내 이사라가 작사 작곡과 가창을 맡은 세 번째 수록곡 '이사'는 재주소년의 앞으로의 음악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출발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되 너무 넘치지 않게 창작 작업을 해 나갈 거다. 이번 앨범이 뭔가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자신감과 에너지를 높여주었다. 재주소년을 사랑해주신 팬들과 변함없이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다." 

후배 뮤지션 키우는 레이블 대표 겸 프로듀서란 책임감 

 가수 재주소년

재주소년은 '애프터눈 레코드' 레이블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손익분기점을 넘겨 뮤지션들 모두가 정산금을 가져간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 애프터눈레코드


- 뮤지션이자 레이블 대표로서 2018년 세운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

"여러 뮤지션이 소속된 레이블 대표로서 그들과 그들이 발표한 음악을 알리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기존 매체 홍보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뮤지션들과 투어를 가질 예정이다. 재주소년 투어이면서 <위드 애프터눈 레코드>란 제목으로 4월과 5월에 걸쳐 전국의 음악 팬들과 만난다.

4월 매주 목요일에는 서울의 카페와 책방에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광주, 대구, 대전에서 클럽 투어를 갖는다. 5월에는 제주도에서도 라이브 무대를 펼칠 예정이고 추가로 공연 스케줄이 생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는 꼭 에세이를 출간하려고 하는데 계획대로 된다면 가능할 것 같다."

- 다수 뮤지션이 있는 레이블 대표라 할 일도 많지 않나?
"그렇다. 일처리를 바로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엉켜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웃음) 나도 예전에 소속뮤지션으로 있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다. 나름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가려하는데 물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 뮤지션을 뽑을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그 뮤지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다. 그것이 특별하거나 처음일 필요는 없다. 대신 그 아티스트가 들려주었을 때 다르게 다가오고 다른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바로 '자기 색깔'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으로 묵직하게 자기의 컬러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카리스마 유무에 중점을 두고 판단하는 편이다."

- 회사를 운영하며 보람된 점과 힘든 점은?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데모를 보낸다는 분들의 글들을 접할 때나 좋은 음악과 좋은 앨범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대중의 이야기를 듣게 될 때도 보람을 많이 느낀다. 더 나아가 손익분기점을 넘겨 뮤지션들 모두 정산금을 가져간다면 뿌듯하지 않을까?

반대로 현재 음악계의 구조상 수익을 가져가지가 쉽지 않은 시스템이 안타깝고 힘들다. 그래서 가능한 아끼고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뮤지션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자주 한다.(웃음)"

뮤지션 재주소년,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서 오랫동안 기억되길

 가수 재주소년

재주소년은 뮤지션이 가진 고유 색깔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 애프터눈레코드


- 애프터눈 레코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싶나?
"뮤지션이 가진 고유의 색깔을 끝까지 지켜 줄 수 있는 레이블이었으면 좋겠다. 그 레이블 뮤지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름의 작가주의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음악레이블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 어떤 제작자, 어떤 프로듀서로 남길 바라나?
"뮤지션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 때로는 강한 필터링을 통해 더 좋은 작품, 후대에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게 뮤지션의 조력자 역할을 할 거다. 또 때로는 원석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되 더 빛내고 드높일 수 있는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고 남길 바란다."

- 재주소년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앨범에 에필로그를 쓴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써 봤다. CD를 소량 한정발매해서 자세한 글 내용은 직접 보셨으면 한다.(웃음)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애수'가 재주소년 음악에는 항상 있어 왔다. 앞으로도 '세월타령'과 '계절타령'을 계속 할 거다. 우리의 노래를 오랫동안 들어주셨던 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음악 작업은 어질러진 일기장을 정리하는 것 같다.

반면 한 팬은 '이번 앨범에서 능수능란한 사운드를 선보인 것에 놀랐다'라고 말해주더라. 너무도 감사했고 '프롬 미 투 유'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재주소년 음악의 확장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재주소년 박경환 애프터눈레코드 프롬미투유 스물을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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