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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에서 처음으로 실명을 걸고 성폭력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게시글이 5일 국회 사이트에 올라왔다. 보좌진 사이에서 나온 첫 국회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는 뜻)인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에서 처음으로 실명을 걸고 성폭력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게시글이 5일 국회 사이트에 올라왔다. 보좌진 사이에서 나온 첫 국회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는 뜻)인 셈이다.
ⓒ 게시판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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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저는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OOO입니다.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한 선택인지 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답 없는 질문을 거듭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년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급) 보좌관인 그 사람과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한 뒤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습니다. '뽀뽀해달라',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부터, 상습적으로 제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거나 팔을 쓰다듬는다거나, 제 가슴에 대한 음담패설까지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발언이 계속됐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에서 처음으로 실명을 걸고 성폭력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게시글이 5일 올라왔다. 그간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 등 익명으로 피해를 고발한 적은 있어도 현직 보좌진이 실명을 걸고 피해사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좌진 사이에서 나온 첫 국회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는 뜻)인 셈이다.

현직에 근무 중이라는 A씨는 자신의 실명으로 성폭력 가해를 고발하는 글을 5일 오후 '대한민국 국회'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곳이다. 

A씨는 당시 피해사실을 기술하며 "당사자에게 항의도 하고 화도 내봤지만 소용없었다. '가족처럼 아낀다. 동생 같아서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놨다. 항의를 거듭할수록 제 입지만 좁아졌다"고 썼다. "일상화된 폭력은 제가 그 의원실을 그만둘 때까지 3년간 지속됐지만, 아무도 없고 둘만 있을 때 벌어졌던 일이라 증거를 모을 수도,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냥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A씨는 이어 "저를 비롯 많은 보좌진이 생계형 보좌진이다.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경력이 쌓일 때까지 사직서를 낼 수 없었다. 상급자의 평판은 다음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썼다. 그는 "(사건 뒤) 불면증·우울증이 심해졌고,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가해자와 분리되면 고통이 사라지리라 생각하며 버텼지만 지금도 술을 마시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기 어렵다"며 "그 치욕스러운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간 참 오랜 시간 자책했다"고 덧붙였다.

"권력형 성범죄... 기자들, 자극적 묘사 아닌 구조적 문제 짚기를"

A씨는 무엇보다 해당 성추행·성폭력이 "위계에 의한 성폭력"임을 강조하며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은 '직장 내 괴롭힘'을 동반한다. 제가 항의를 심하게 할수록, (가해자는) 직위를 이용해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자기 고백은 치유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관련해 주의를 당부했다. 다음은 관련한 A씨의 말이다.  

"제 글을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분들도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피해 정황을 지나치게 상세히·선정적으로 묘사하는 형태의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위에 대한 묘사로 인해 피해자가 성적 대상화 된다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미투(#METOO) 피해사례 대부분은 '권력형 성범죄'입니다. 자극적인 기사로만 피해 사실이 소모되는 것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씨는 이어 "실명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약자일 수밖에 없는 비서들은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내 성폭력 근절 등 자정작용을 바라며 올린 자기 고백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국회 밖으로 실명과 의원실, 그 구성원들이 공개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저를 비롯해 어렵게 용기를 낸 모든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상처에 대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원들 중엔 성추행 알면서도 가해자 데리고 있기도... 기자님들, 국회를 파라"

한편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원 인증을 통해 익명 게시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도 최근 이와 관련한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요새는 여자 보좌진들끼리 만나면 미투 얘기만 한다. '너도 미투야?'로 시작하면 얘기가 끝이 없다(2월 25일)", "'여자는 허리가 가늘어야 여자지~'라는데, 니는요?(2월 26일)", "미투 운동을 정치권이 응원하는 걸 보면, 남의 티끌 욕하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2월 21일)"라는 등 내용이 그것이다.

한 익명의 직원은 지난 2월 26일 "기자님들, 국회와 정치권을 파보세요.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인데 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모인 여의도 국회는 조용할까요? 국회의원의 사노비라고 불리는 보좌진의  폭로는 왜 없을까요? 이곳만 유독 조용한 그 이유에 주목해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영감들(의원을 지칭하는 은어) 중엔 성추행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피해자를 내보내고 가해자는 계속 두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범죄자들이 얼마나 업무 능력이 대단하기에 굳이 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찌감치 젠더폭력대책TF를 꾸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등 각 정당들이 모두 '미투' 관련한 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5일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모인 여의도 국회"에서 첫 실명 고발 글이 나온 가운데, 관련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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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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