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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것을 좋아한다. 새 차, 새 집, 하다 못해 돈도 새 돈이 좋다. 그런데 새 것보다 헌 것이 좋은 게 있다. 구두, 구두는 적당히 신어서 길이 들여진 조금은 헌 것이 최고다. 새로 구두를 사면 우선은 걱정부터 생긴다.

얼마 전에 청계천 도깨비 시장을 살피다가 예쁜 발목 구두를 하나 발견했다. 색깔도 적당히 바랬고 디자인도 내 마음에 들었다. 신어보니 치수도 맞고 얼마냐고 물으니 5,000원 주고 가져가란다, 얼른 샀다.

집에 와서 깨끗이 씻어 말렸고 다음 날 신고 회사에 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이 아프고 걸음을 걷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날은 될 수 있으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저녁에 집에 와서 신발을 벗으니 발뒤꿈치가 다 벗겨지고 피가 흥건하게 배어 나와 있었다.

신발을 다시 씻어 말리고. 발은 삼사일 동안 고생을 했다. 상식을 동원하여 신발 뒤 측에 양초로 문지르고 방망이로 두들기고, 내 발에는 아예 밴드를 붙이고.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다. 디자인이 예뻐서 아침마다 그 신발이 신고 싶었고 신을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렸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신발을 신었는데 뒤축이 아프지도 않고 발이 아주 편했다. 저녁에 벗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지금은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신발이 되었다.

신발과 사람 사이에도 이렇듯 적응 기간이 필요할진대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어떨까? 우리는 잘 기다리지 못한다. 더욱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더 하고.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났는데 어떻게 금방 생각이 같을 수 있고 다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신발과 발이 서로 이해하고 맞추어 가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조금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적당히 신어서 편해진 신발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편한 신발이 되자.


태그:#낡은 신발 , #도께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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