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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좌측 끝에 있는 분이 고 고우재 학생의 아버지 고영환씨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좌측 끝에 있는 분이 고 고우재 학생의 아버지 고영환씨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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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세월호 유가족 중 한 분이 서울의 광화문 광장으로 온다는 소식을 지인에게서 듣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만으로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진상조사는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4년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야 했을 유가족들 중 한 분인 고 고우재 학생의 아버지 고영환씨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 국민들이 처음에는 안타까움과 위로의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진영 논리로 둔갑하기 시작했고 정치 쟁점화가 되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왜곡되었고 일각에서는 세월호 유가족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러 나왔던 시민들을 종북으로 몰아갔다. 이 점에 대한 본인의 심경에 대해 말씀해달라.
"수학여행도 수업의 하나이다. 그런데 세월호 진상규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수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러 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그들도 부모들인데 부모의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없다. 그리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것은 시위가 아니다.

정당하게 국가에게 이야기를 했고 우리가 집회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회 신고를 하고 모여서 집회를 하면 경찰들이 우리에게 와서 불법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집회를 허락한다고 도장을 찍어줘 놓고 정작 집회를 하면 우리에게 불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찰에게 그런 것을 시킨 사람들이 누굴까? 예전에 새누리당 세력들이다. 나는 그 정치인들이 (집회를)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무조건 반대한다.

세월호 진상 규명에 대한 말이 나오는데 나는 진상 규명이 이제 무섭다. 만약 일부러 수장시켰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 물론 진상 규명을 통해 사고 원인을 알고는 싶은데 오랜 싸움을 하다 보니 이제 진상규명을 한다는 것이 더 무섭다. 7시간 30분에 대한 의혹을 들춰냈을 때 만약에 일부러 수장시키려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에 많은 의혹이 있었다. 그 의혹을 잠재우려면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벌어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근데 그게 세월호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 하는 종북몰이를 보면 예전에 내가 젊을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삼일절 행사 때 일장기를 들고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그리고 삼일절과 세월호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세월호 집회 하는 곳에 와서 다 때려 부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경찰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렇게 때려 부순 사람들이 60대와 70대의 노인들이었는데 그들을 막다가 다칠까 봐 경찰도 그들을 막으려고 하지를 못했다. 아까도 카메라를 들고 와서 계속 시비를 걸었다. 너희들이 여기에(광화문 광장에) 전세 냈느냐, 지겹다, 이제 그만 해라 등의 말을 하면서 시비를 걸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빨갱이라고 하는 걸 다 떠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사고가 일어난 그 날에 왜 배가 떠나지 말아야 할 날씨에  떠났고 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점검을 하지 않고 갑자기 배를 한 바퀴 돌려서 전복시켰는지 등에 대해 밝혀주길 바라는 것이다. 지금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데도 각이 안 나온다. 네덜란드에서 하고 있는데 아직도 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그것에 대한 의혹을 자꾸 제기하니까 종북으로 가는 것이다. 이게 빨갱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왜 자꾸 정치적인 문제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어 가는 것은 정치꾼들이 하는 행동인 것 같다."

-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대학생 세월호 참사 기억비 건립추진위원회를 비롯해서 10개 가까운 단체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 중인데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활동이 조금 더 빨리 진행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기억비 건립 허가를 서울시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지금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기억비 건립을 허가해 주려고 해도 지방선거 이후에는 새로운 서울시장이 취임한다. 현재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기억비 건립 문제를 두고 자신들이 해주겠다고 말하면서 세월호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세월호가 또다시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참사 기억비 건립을 위한 활동이 조금만 더 빨리 진행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4주기가 오기 전에 세워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세월호 4주기 전까지 이제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이런 활동이 조금만 더 빨리 시작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세월호는 단지 세월호일 뿐이다. 그리고 배가 전복되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인데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말이다. 세월호는 그냥 배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을 안 구했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의미이다. 구조를 담당했던 해경들 중에 누구 하나 잘못했다는 사람들이 없다. 나는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자식이 그곳에 들어가 있었어도 그때처럼 구조를 했을 것이냐고. 집회를 하고 있으면 우리들에게 와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당신의 자식이 죽었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그들은 당신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에 국가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돈을 더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면 서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세월호에 대한 의혹이 밝혀지는 것 그리고 세월호가 더이상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지 않는 것이다."


태그:#세월호, #참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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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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