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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면 떠오르는 여행지? 오사카나 후쿠오카가 가장 먼저 나올 것이다. 그 다음으로 도쿄와 오키나와가 나올 거고, 훗카이도와 나고야도 간간히 언급될 거다. 당연히 그 자리에 시모노세키는 없다. 근데 어감도 별로고 역사책에나 잠깐 언급되는 이곳, 꽤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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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는 간몬 해협을 끼고 있다. 바다긴 바다인데 육지 사이에 끼어 있어 강처럼 좁아 '해협(바다골짜기)'이다. 그래서 좋은 2가지. 한강에서처럼 건너편 풍경이 보이는데, 물 색깔은 푸르고 바다냄새 폴폴 난다. 아무것도 없는 수평선 보는 것보다 다리, 산, 건물, 하늘이 어우러지는 풍경 보는 게 훨씬 재밌다.

특히 자전거 타면서 바닷바람 맞고 있으면 '나중에 힘들 때 여기 다시 와야지'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해 여름 그렇게 생각했고, 이번 겨울에 실제로 다시 갔다. 이번에도 역시 좋았다. 한적한 길도, 가끔 지나가는 배도, 학교 체육복 입고 뛰는 중학생 무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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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모지코 전망대 바로 옆에 있는 대여소에서 5천원에 빌렸다. 시모노세키까지 타고 가려면 간몬 터널을 지나거나 배를 타야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만하다. 전기자전거라 대충 밟아도 쭉쭉 나가니 꼭 빌려서 타자.

시내 쪽으로 가다 보면 신사 하나가 나온다. 아카마 신궁. 이름 그대로 빨갛다. 잠깐 들러서 뭐 하나 보니 결혼식 중이었다. 관광객과 하객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다.

신사엔 친구끼리, 가족끼리, 연인끼리 웃고 떠들고 있었다. 홀로여행자는 보통 이럴 때 외로워지는데 웬일인지 그렇지 않았다. 난간에 걸터앉아 혼자 빵을 씹으며 한가롭게 사람들을 지켜봤다. 비온 뒤 모처럼 든 햇볕이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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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면 볼거리가 점점 많아진다. 수산시장, 아쿠아리움(성인 입장료 2만원), 선착장, 아이들용 놀이공원, 대관람차까지. 시모노세키 주민은 죄다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북적인다. 특히 가라토 수산시장은 주말이라 사람들로 꽉 차서 시끌벅적했다. 100만 도시 기타큐슈에서 전철 타고 20분이면 올 수 있어 그쪽에서 나들이 오는 가족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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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가운데엔 떼거리로 모여서 일장기와 욱일기를 흔드는 극우시위 무리도 보였다. 처음 봤을 땐 내가 한국인인 걸 눈치채고 괜히 뭐라 하지 않을까 움찔했다. 그런데 너무 평화롭고 질서정연하게 행진해서 괜히 웃음이 났다. 통제하는 경찰도 아무런 긴장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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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낮에 손수 요리해 점심을 먹고, 나른한 기분으로 낮잠 잘 때의 평화로움. 시모노세키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세상의 한가로움을 싸그리 모아놓은 느낌에 일상의 응어리 같은 게 조금씩 녹았다. 그 풍경이 익숙해져 지루해져갈 때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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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 아쿠아리움 '가이쿄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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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반납하러 모지코로 배를 타고 갈 때 역시 그랬다.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가 자고 싶었지만, 동시에 잔잔한 행복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 꼴랑 4시간 정도 바다를 보고 자전거를 타고 사람 구경을 한 것뿐인데, 일본에서 해야 할 건 다 한 듯 후련했다.

이런저런 감상적인 이유 말고 실용적인 장점. 바로 항공비. 시모노세키는 기타큐슈에서 전철 타고 20분 거리다. 그리고 기타큐슈 비행기표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중 제일 싼 축에 속한다. 나도 그래서 처음 기타큐슈에 가게 됐고, 시모노세키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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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값은 성인 4천원, 자전거 들고 갈 시 2천5백원 추가
 뱃값은 성인 4천원, 자전거 들고 갈 시 2천5백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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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나 오사카는 사람이 붐비는 시기엔 항공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지만, 기타큐슈는 상승폭이 크지 않다. 다른 소도시처럼 한 달에 몇 번 운행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운행한다. 어느 날을 골라도 싼 편이다.

직장, 학교에 다니거나 일정이 바빠 2~3일밖에 낼 수 없다면, 그런데도 가슴이 답답해 해외 어디든 가고 싶다면 기타큐슈-시모노세키 코스를 추천한다.

3월 서울-기타큐슈 항공권 가격
 3월 서울-기타큐슈 항공권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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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교토, 후쿠오카-나가사키도 가봤지만, 가장 단시간 내에 최저비용으로 만족감을 얻어간 여행지는 이곳 기타큐슈-시모노세키였다.

번화한 기타큐슈에서 일본 온 기분을 내고, 여유로운 시모노세키에서 머리 비우고 가면 딱 좋다. 이날의 행복감을 자양분 삼아 당분간 버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여기 갔다고 말해도 알아주는 사람 없을 거다. 다들 어딘지 몰라서 어색한 미소만 지을 거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풍경을 보고 느낀 당신이라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하고 일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관람차에서 본 시모노세키 전경
 관람차에서 본 시모노세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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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모노세키, #일본여행, #기타큐슈,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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