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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출근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점심시간이 아닐까요? 그런데 점심값이 만원에 육박하면서 마음은 무거워지고 지갑만 가벼워졌다는 푸념만 들립니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가정경제도 휘청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대로 괜찮은지, 대안은 없는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봐야 할 때 입니다. '점심값 만원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그 답이 있진 않을까요? [편집자말]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 보통 2500원에서 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 보통 2500원에서 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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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만원을 가지고 나가면 밥과 커피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새인가 만원으로는 밥과 커피를 해결 할 수 없게 되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회사 구내식당의 밥값은 5천 원이다. 외부로 나가서 먹으면 7~8천 원은 지불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 회사의 커피값은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900원, 외부에서 마시면 2500원이다. 총액으로 따져봤을 때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늘 회사 안에서만 식사를 해결할 수는 없다. 외부 약속이 있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집밥을 먹다가 가끔 외식을 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직장인이 내가 식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30만 원 정도다. 한때는 이 비용을 아껴보겠다고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그랬더니 식사와 커피 및 음료로 지출하는 금액은 5만 원 내외였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아침마다 아이들 먹거리 챙기기도 바쁜데, 내 도시락까지 챙기기는 너무 힘들었다. 결국 다시 사 먹는 패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시간을 아껴서 다른 생산적인 일에 쓰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식대비 명목으로 받는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돈은 12만 원이다. 이것도 2012년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서 10만 원에서 2만 원 오른 금액이다. 상승률로만 보면 20%인데, 이미 한 달 밥값으로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어쨌거나 월급의 일부이다. 없는 것보다 낫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물가상승률 비유로 가장 유명한 짜장면 가격의 경우 2010년에 4500원이었다. 현재는 5500원이다. 2008년 공깃밥의 가격은 1000원이었다. 현재는 2000원이다. 짜장면은 8년 동안 22%, 공기밥은 10년간 100%가 상승했다. 그럼 내 월급은 얼마나 올랐을까? 월급명세서를 뒤져보니 지난 10년간 내 월급은 25%가 올랐고, 짜장면과 비교한 8년동안 20%가 올랐다. 사원, 대리 시절 월급 증가율이 가장 많다고 가정했을 때 내 월급 증가율은 짜장면 값에 미치지 못했다.

한번 실제 데이터를 조회해보고 싶었다.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도시근로자평균월소득과 소비자 물가지수를 비교해 보았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기준을 잡은 데이터로 증감율을 계산했다.

도시근로자평균월소득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오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기울기가 우하향 곡석을 그리고 있었다. 소비지물가지수의 증감율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2014년부터 월평균소득 증감율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증감율이 더 높았다. 아직 2017년 월평균소득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기울기로 봤을 때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출처 : 통계청(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소비자물가지수)
 자료출처 : 통계청(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소비자물가지수)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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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데이터를 보면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 월급이 2016년 도시근로자평균월소득(4,884,448원, 자료: 통계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름 대기업이라고 불리고 있는 회사이고, 18년차 직장인이며, 차장급인데, 도시근로자평균월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다니. 평균이라는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이 들었다. 다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 한 끼의 의미

내 가계부를 들여다보고는 이내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 가계부를 들여다보고는 이내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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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시절, 투입된 프로젝트 근처에 함바집이 있었다. 함바집이란 주로 공사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식당 같은 곳을 말하는데, 공사장은 아니었지만 건물주인이 점심때만 근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다.

한 끼에 3500원이었고, 저렴한 가격에 집밥 같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에 다른 곳은 김치찌개 하나에 4500~5000원 정도 했다. 3500원이라고 해서 질이 떨어지진 않았다. 아주머니가 손수 지어주시는 밥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맛이었다. 밥도 반찬도 맛있었다. 아마도 건물 주인이었으니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직장인의 한 끼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외에 휴식이고 다음 반나절을 위한 에너지 충전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가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월급 이상으로 오르는 물가를 보면 마음 편히 한끼를 먹기는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오늘도 구내식당에서 먹을 것인가?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을 것인가? 고민하던 중, 통계데이터와 내 가계부를 들여다보고는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전 함바집 만큼은 아니지만, 회사 근방에서 구내식당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하루 몇 천원이라도 아껴야 하는 대한민국 보통 직장인의 삶이다. 돈을 생각하기보다 푸근한 마음으로 먼저 먹을 수 있기를, 오늘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직장인, #워킹맘, #밥값, #물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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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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