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모습.
▲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 열린 417호 대법정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피고인은 국민들의 간절한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난 27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 30년형을 요청하기 전 이렇게 말했다. A4용지 15쪽에 달하는 논고문을 압축하는 문장이었다.

논고는 공판을 마무리하며 검찰이 밝히는 최종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은 2017년 5월 2일 제1차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118번 열렸다. 여기에 제출된 증거 기록만 14만 페이지에 달한다. 검찰은 130여 명 증인을 신문하며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쟁점이 많은 데다 피고인이 전면 무죄를 주장하면서 주 4회 재판이라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꾹꾹 눌러쓴 논고... "굉장히 고민하고 썼다"

강행군 끝에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세운 뒤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준엄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를 헌법 가치 훼손, 정경유착, 민간기업 사유화, 문화예술계 양극화, 무책임한 자세 등 5가지로 분류해 주장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인 만큼, 검찰 논고는 국정농단의 공동 주연으로 부를 만한 '비선실세' 최순실씨(8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2쪽) 결심 공판 때보다 길었다.

내용에서도 기존과는 조금 달랐다. 딱딱하고 건조한 표현 대신 쉬운 언어로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 엿보였다. 특히 "임금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세대와 그 부모들로 하여금 뼛속 깊이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라며 "(국민들은) 어떠한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꿔왔다"라는 부분은 기존 재판에서 보기 어려운 감성적 표현이 녹아 있었다.

초고를 작성한 검사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표현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굉장히 고민하고 썼다"면서 "다른 것보다 정경유착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이어 "아이를 키워놔도 취업이 안 되고, 부모도 고령이 되어서도 계속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 권력자 가까이 있으면 아무데나 취업할 수 있다는 행태 자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상당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대를 다 무너뜨린 것과 다름없다"라고 부연했다. 

이렇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 형을 구형했다. 여러 의견이 나왔던 최순실씨 구형 회의 때와 달리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논고 전문 바로 가기]


태그:#박근혜, #최순실, #검찰, #징역30년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