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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병천초 현관에 걸려 있는 액자.
 충남 병천초 현관에 걸려 있는 액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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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가 '대한독립만세' 투쟁을 벌인 아우내(병천) 장터 옆 충남 천안 병천초등학교 중앙현관에 일제시대 교장 이름까지 내걸었다. 이 학교가 '역대 교장선생님'이란 제목의 입간판을 2014년에 만들어 학생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4년째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7명이 일제 강점기 교장, 그 가운데 4명이 일본식 이름

28일, 병천초 관계자는 "전임 교장선생님이 '역대 교장선생님' 이름과 사진을 2014년도에 현관 벽에 게시토록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것은 1대부터 7대까지 7명의 교장이 일제 강점기 교장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14일 오후 기자가 아우내장터를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병천초에 가봤다. 중앙현관에 걸려 있는 대형 액자엔 일본식 성명을 가진 교장 4명 이름이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1대부터 4대까지의 교장이 그랬다. 이 학교는 1919년 3.1운동이 벌어진 뒤 10년만인 1929년에 개교했다.

1945년 해방 뒤 8대 교장부터는 교장들의 이름과 함께 사진도 걸어 놓았다. 액자를 걸던 당시의 상황을 잘 아는 이 학교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교장의 이름만 적혀 있는 이유에 대해 "사진 속 교장들이 칼을 차고 있거나 군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천초에 있는 유관순 열사 동상.
 병천초에 있는 유관순 열사 동상.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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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칼 찬 교장의 사진까지 내 건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제 강점기 교장을 '우리학교 교장'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일본 이름을 가진 교장들 액자에서 20여 미터 거리엔 유관순 열사 동상이 서 있었다.

이 학교 한 교원은 "아픈 역사도 역사라고 봤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 교장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교원은 "생각이 짧은지는 모르지만 일제 강점기 교장을 적어놓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우 실천교육교사모임 이사(초등교사)는 "다른 곳도 아닌 유관순 열사의 얼이 서려 있는 아우내장터 옆 초등학교가 일본이름의 교장을 추켜세운 액자를 걸어놨다는 것은 개념이 적은 행동"이라면서 "병천초 식이라면 청와대 현관에도 일제 총독 이름을 붙여야 하고, 교과서에도 친일 작품을 실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최근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교과서를 만드는 판국에 한국의 초등학교가 일본 교장을 '역대 교장 선생님'이라고 액자까지 만들어놓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병천초 핵심 관계자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 것"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 있는 그림.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건물이 병천초이다.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 있는 그림.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건물이 병천초이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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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학교 핵심 관계자는 "오히려 유관순 열사가 자란 고장이니까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면서 "역사가 긴 다른 학교에 가 봐도 일제 강점기 교장 액자가 있는 걸 많이 봤고, 국가 정책적으로도 이런 것을 지양하라고 한 바는 없다"고 반박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제 강점기 교장 사진이나 이름을 내건 학교들이 있었다. 하지만 논란이 되자 상당수 학교는 이 같은 액자를 없앴다. 게다가 '역대 교장'을 걸어놓는 것 자체가 권위주의로 보여, 아이들 사진 액자로 바꾼 학교들이 이미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태그:#아우내시장, #유관순 , #일본이름 교장 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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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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