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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 종수(왼쪽)와 병두(오른쪽)
 영화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 종수(왼쪽)와 병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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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유하 감독이 찍은 영화 〈비열한 거리가 있다. 병두(조인성)는 황회장(천호진)의 오른팔이 되고 사무실을 차린다. 그날 밤 여관 합숙소에서 동생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 병두가 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

"아야, 형이 하나 묻자. 식구가 머여? 식구가 먼 뜻이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입구녁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써 여써 나까지 일곱. 이것이 다 한 입구녁이여. 알겄냐? 그면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머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새끼여. 그냐 안 그냐?"

병두는 여관 합숙소에서 같이 먹고 자는 동생들을 '식구'라 한다. 이 영화에서 '식구'는 아주 중요한 열쇠말이다. 또 한 식구가 있다. 바로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선우은숙)와 두 동생이다. 병두는 이 두 식구를 알뜰히 챙긴다. 그리고 이 두 '식구' 사이에 초등학교 동창 현주(이보영)가 있다. 현주는 비열한 거리에서, 비열한 삶을 살아가는, 비열한 병두의 유일한 사랑이다. 또한 병두가 비열한 세상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되돌아가고픈 '노스탤지어'이기도 하다.

지금은 '가족'이라 하지만 옛날에는 '식구'라 했다. 하지만 지금 초등 교과서에서는 '식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왕조실록 번역자들은 家, 家人, 族을 '가족'으로, 口는 '식구'로 옮겼다. 가족(家族)은 일본말이고, 일제강점기부터 쓴 말이다. 그전에는 '식구'라 했다. 이 말은 한자말 '食口'에서 왔다. 같이 먹는다는 말이다. 지금도 어르신들은 '가족'보다는 '식구'라 한다.

마르크스주의가 들어오기 전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회를 우리는 '대동 세상'이라 했다. 대동(大同)에서 동(同)은 천막을 치고 그 아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그린 한자다. 옛날 혁명가들이 이 땅에 이루고자 했던 세상이 바로 같이 밥 먹는 것, '식구'였던 것이다.

대동 세상은 요순시대하고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유학자들은 요순시대를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 태평성대(太平聖代)라 한다. 그들은 늘 그때를 그리워했다. 서양으로 치면 플라톤의 이상 국가이고 로마 공화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순시대는 군주가 있고 양반이 있고 상놈이 있는 세상이다. 그와 달리 대동 세상은 위아래 신분이 없는 사회다. 어느 누구는 상을 따로 받고, 그 상에는 찬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아니라, 천막 아래 덕석에 앉아 한 상에 똑같은 반찬에 먹는 것이다.

그럼 병두는 호로새끼 없는 식구, 그런 건달패를 이룰 수 있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자본주의와 그 '욕망'은 언제나 '비열'하고 철두철미하다. 그 또한 바로 밑 '식구' 호로새끼 종수(진구)한테 당하고 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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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습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합니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입니다. 광주대학교에서 '삶과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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