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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김소현(오른쪽) ,김나경 학생이 아산 설화산 페금광에서 드러난 유해를 조심스럽게 수습하고 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김소현(오른쪽) ,김나경 학생이 아산 설화산 페금광에서 드러난 유해를 조심스럽게 수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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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영남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문화인류학과 구가은, 김나경, 김소현 학생이다. 이들은 발굴팀에서 현장을 챙기고 있는 노용석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발굴단장 박선주)이 유해발굴을 시작한 때는 지난 2013년. 진주 명석면 골짜기에서다. 공동조사단은 이후 대전 골령골, 홍성 광천 폐금광, 진주 명석면에서 매년 유해발굴을 벌여 왔다.

그때마다 세 학생들은 유해발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올해 5번째로 유해발굴을 벌이는 아산 설화산 폐금광 유해발굴 장소에도 어김없이 찾아 왔다.

학생들이 맡은 유해발굴 작업은 농부가 밭을 일구는 작업과 닮았다. 이들의 역할은 호미를 들고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거나 파낸 흙을 채에 걸러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유해를 찾아내는 일이다. 유해가 더는 상하지 않도록 씻고 건조하는 일도 이들이 맡은 일 중 하나다. 매년 유해 발굴에 나서다 보니 박선주 발굴단장과 노용석 교수 등 발굴팀과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학교에서 머리로 배운 것, 가슴으로 느끼고 싶어"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구가은(왼쪽) 학생과 올해 영남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홍성예 학생 앞쪽으로 드러난 유해가 보인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구가은(왼쪽) 학생과 올해 영남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홍성예 학생 앞쪽으로 드러난 유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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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은 한파가 그대로 전해지는 노지다. 시굴조사와 유해발굴이 매년 겨울철에 이루어져 추위와도 맞서야 한다. 홍성 광천 유해발굴 때는 쏟아지는 눈 속에서 언 손을 비비며 유해발굴을 해야 했다.

고생을 마다치 않고 유해발굴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지난해 졸업한 김소현씨는 "2학년 때인 지난 2013년, 학교에서 머리로 배운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싶어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며 "첫 번째 발걸음에서 많은 것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나경씨는 "현장에서는 힘들지만 일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소중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갖게 된다"며 "발굴현장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한국사에 관심을 두게 할 때에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가장 힘든 일? 유가족들이 슬퍼 할 때"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산 설화산 폐금광 유해매장지 발굴 작업에 참여한 김소현 홍성예 구가은 김나경 씨(왼쪽부터)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산 설화산 폐금광 유해매장지 발굴 작업에 참여한 김소현 홍성예 구가은 김나경 씨(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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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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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점'을 묻자 하나같이 "유가족들이 유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때"라고 답변했다.

4학년인 구가은씨는 "특히 대전 유해발굴 때 수습된 유해를 보고 통곡하는 한 유가족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그분들이 겪어온 삶의 고통이 전해져 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 아산 설화산 폐금광 유해발굴에는 학생 세 명 외에 홍성예 학생도 참여했다. 홍씨는 올해 영남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졸업식은 유해발굴이 시작되는 지난 22일이었다. 홍씨는 이날 졸업장 대신 아산 유해발굴 현장에서 호미를 들었다. 졸업식 축하연도 유해발굴에 참여한 사람들과 나눴다. 대학에서 복수전공으로 '문화재보존복원'을 전공했는데 세 명의 친구들로부터 유해발굴 소식을 듣고 기꺼이 참여했단다.

홍씨는 "제가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졸업식보다 역사를 일구는 유해발굴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때문에 부모님께서 졸업식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저와 같은 생각으로 이해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김나경씨는 인류학자를, 구가은씨는 학예사를 꿈꾸고 있다. 김소현씨는 방송국 기자 또는 PD 등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단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두 번 다시 이 같은 역사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어느 곳에 있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시와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은 지난 22일부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는 1951년 1월께 부역 혐의로 불법 총살 당한 대략 200~300명의 시신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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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해발굴 , #자원봉사 , #대학생, #아산시, #설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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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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