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외치는 김은정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김은정 선수가 투구한 뒤 "영미!"를 외치고 있다.

▲ "영미!" 외치는 김은정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김은정 선수가 투구한 뒤 "영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2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일본을 꺾고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여자 컬링팀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컬링은 팀 별로 겨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대표팀인 경북체육회는 당시 경기도청에 밀려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킵 김은정(29)은 당시를 떠올리며 "컬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컬링에서 '스킵'이란 포지션은 주장으로서 경기의 전략을 짜고 각 엔드의 마지막 두 개의 스톤을 던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자 스킵이었던 김은정이 느낀 책임감과 상실감은 그만큼 컸다.

자꾸 자신이 작아지는 걸 느낀 김은정은 어떻게 힘든 상황을 극복했을까. 23일 준결승 경기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그의 입에서 "컬링보다 김은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제가 잘하면 다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가 자꾸 못하니까... '컬링이 나한테 안 맞나'라고 생각했어요. 엘리트체육을 한 게 아니고 스포츠클럽으로 시작한 거니까 더 흔들렸고요. 하지만 제 인생에서 컬링이 정말 중요하지만 결국 김은정이 중요한 거잖아요. 김은정이 멋져야 컬링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결국 '김은정'

'이번 작전은' 머리 맞댄 팀킴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에서 김선영, 김영미, 김경애, 김은정 선수가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 '이번 작전은' 머리 맞댄 팀킴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에서 김선영, 김영미, 김경애, 김은정 선수가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 이희훈


그러면서 김은정은 자신이 성장하고 극복할 수 있게끔 도와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참 털어놨다. 그는 "결국 제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멘탈 상담을 많이 받았다"라며 "대구대학교 김성범 박사님께서 제게 목표의식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 '김은정이 멋져야 컬링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북컬링협회와 경북체육회, 김경두 (경북과학대) 교수님께서 너무 많이 지원해 주시고 저희를 믿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부담감을 느꼈지만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교수님이 저희한테 주신 삶, 감독님들이 바친 삶, 그리고 저희 팀원들이 컬링이 바친 삶이 모두 무게가 있기 때문에 그 무게를 받쳐 (메달을) 들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후) 김경두 교수님과 김민정 감독님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다 해 볼 수 있게 도와 줬다"라며 "그런 것들 때문에 4년이 지나고 보니 이런 실력이 돼 있더라"라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은정이 말한 김경두 교수는 경북컬링협회 부회장, 의성컬링훈련원장 등을 맡아 오며 현재 대표팀은 물론 대한민국 컬링의 선구자인 인물이다. 현재 여자 대표팀 김민정 감독과 남자 대표팀 김민찬 선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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