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토토가3' 편을 통해 H.O.T.가 다시 뭉쳤다.

MBC <무한도전> '토토가3' 편을 통해 H.O.T.가 다시 뭉쳤다. ⓒ MBC 무한도전 페이스북


"한 번도 난 너를 잊어본 적 없어. 오직 그대만을 생각했는 걸." - H.O.T. '행복' 중에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통해 1990년대 추억의 가수들을 보여 줄 때, 이들의 노래는 없었다. 5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활동하고 해체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이 그룹의 재결합 이야기는 계속 흘러나왔다. 이번 명절에 드디어 그들이 뭉쳤다. 여전히 TV를 통해 얼굴을 볼 수는 있지만 H.O.T.라는 이름으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 시절 중·고등학생이던 팬들도 가수와 함께 나이를 먹어 이제 30대 중반이거나 그 이상이 됐다. 하지만 팬들에게 1세대 아이돌 중 존재감 갑이었던 그들은 영원한 오빠다.

중장년층까지 '에쵸티'라고 부르게 했던, 그때의 인기

 그때 그 시절 H.O.T.의 인기는 엄청났다. 중장년층조차 그들의 정확한 팀명을 알 정도였다.

그때 그 시절 H.O.T.의 인기는 엄청났다. 중장년층조차 그들의 정확한 팀명을 알 정도였다. ⓒ SM 엔터테인먼트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했을 때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스타일과 비주얼로 팬층이 갈렸다. 하지만 후속곡 '캔디'는 H.O.T.를 호감 가는 아이돌로 단숨에 바꿔놨다. 파스텔 톤의 귀여운 털 바지와 털장갑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문희준의 파워레이서 춤은 덤이다. 결국 그 해 겨울을 기점으로 H.O.T.는 우리나라 최고 가수 반열에 올라섰다. '핫'이라고 불렀던 어른들조차 그들을 '에쵸티'로 부르기 시작했으니까.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총 5장의 앨범을 냈고 매 앨범마다 최소 2곡 이상을 히트시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H.O.T.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5년간 아무 문제 없어 보였던 그들에게 갈등이 생긴 것이다. 소속사와의 갈등이 주된 이유로 언급됐고, 멤버간 불화설이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결국 2001년 2월,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그룹 H.O.T.는 해체했다. 그 이후에 강타와 문희준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우혁, 토니, 이재원은 SM 엔터테인먼트를 나왔고 그룹 JTL을 만들어서 활동했다. 가수로서 모습은 남았지만 그룹 H.O.T.는 사라졌다.

아내와 시간 날 때 가끔 들르는 코인노래방이 있다. 둘만의 공간에서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목이 터져라 부를 수 있기에 스트레스 해소에 최적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분위기 깬다고 욕 먹을까 부르지 못했던 발라드를 맘껏 예약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아내는 대중적이지 않아서 대부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H.O.T.의 숨은 노래를 열창한다. 그렇다. 아내는 중학교 때 H.O.T.의 열렬한 팬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노래와 안무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내를 봤을 때 문화충격을 받았을 정도다. 잠깐만 봐도 얼마나 그 시절에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중·고등학생 때는 공부 안 하고 가수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조심스레 '덕질'하던 아내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댄스 동작 하나하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17년이 흘렀는 데도 말이다. 그래도 생일 날 H.O.T. 멤버의 숙소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 봤고, 하얀색 우비와 풍선을 들고 콘서트장을 쫓아다니는 건 팬의 기본 임무였다.

다시 덕질을 시작한, 아내를 응원한다

‘무한도전-토토가3’ H.O.T. 연습 현장 대방출! <무한도전-토토가3> H.O.T.의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H.O.T.는 약 1달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들을 기다려온 팬들을 생각하며 17년 전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 ‘무한도전-토토가3’ H.O.T. 연습 현장 대방출! <무한도전-토토가3> H.O.T.의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H.O.T.는 약 1달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들을 기다려온 팬들을 생각하며 17년 전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 MBC 무한도전


좀 더 나아가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문희준 집은 그의 팬이라면 한 번쯤 가 봤을법한 성지 같은 곳이었다. 아파트 주변에 죽치고 있던 팬들은 그가 나타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과 안면을 튼 친구들도 다수 있었다. 사서함을 통해 스케줄을 꿰고 있는 친구들은 오빠의 예상 귀가 시간까지 알 정도다. 장우혁의 은장도, 토니의 포카리(당시 H.O.T. 멤버들의 차를 가리키는 별명)를 기다리는 팬들 역시 숙소 근처에서 얼굴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렸다.

명절 하루 전날에도 그들의 공연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무한도전 토토가 공연 응모 신청 1주일 만에 17만 명을 모으는 능력이라니. 17년이 지나도 팬들에게는 여전히 아이돌이고 오빠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재결합을 기다리던 팬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회사에서 일에 치이거나 육아에 정신이 팔려 힘들게 보낸 청춘들에게 H.O.T 오빠들의 컴백은 힘이 되는 뉴스다. 학창시절에는 공부하랴, 덕질하랴 힘들었을 텐데 마음 편히 덕질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여보, 우리는 아이가 없으니 마음 편히 덕질해도 돼. 그 대신 핑클 컴백하면 나에게도 시간을 줘. 날 더 사랑하는 걸 알지만 장우혁 오빠를 볼 수 있다면 기꺼이 보내줘야지."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 아내와 다른 Club H.O.T. 팬들의 기분좋은 두근거림이 오래 지속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행복은 이제 시작이다. 

"약속된 시간이 왔어요. 그대 앞에 있어요. (...) 함께해준 그대에게 행복을."

H.O.T 장우혁 문희준 토토가 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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