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커피를 자주 마시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화된 사람들이라면 마음 속에 대충이라도 커피 한 잔의 마지노선 같은 평균 가격을 정하고 있을 것이다. 한 달에 한 잔, 일주일에 한 잔, 하루에 한 잔. 커피를 사서 마시는 횟수는 제각각이지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커피 가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하루에 커피 한 잔은 꼭 사서 마신다는 사람들이 전체 직원의 70%에 육박한다. 사비를 들여 산 커피 외에도 회사에 비치된 커피 머신과 믹스커피로 한, 두 잔씩 추가로 마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른 직장 동료의 자리에 가보면 다양한 커피 브랜드의 종이컵이 즐비하다. 이런 사내 커피 분위기에 편승해서 내가 하루에 마시는 커피도 평균 2~3잔, 많을 때는 5잔도 마신다.

매일같이 커피를 사서 마실 수는 없지만 주에 4일은 커피를 한 잔씩 사서 회사로 출근한다.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이 없다. 내근직은 물 대신 커피를 마신다고 친한 사람들에게 웃픈 농담을 던진다. 일주일에 4잔씩 한 달이면 평균 16잔. 커피값이 '억'소리 나지는 않지만 연간으로 따지자면 상당한 목돈이다.

식대도 10년 넘게 5천 원으로 동결된 회사에서 점심값만큼이나 비싼 커피값이 지출되고 있다. 매일 같은 업무를 하면서 일상의 낙이라고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뿐이다. 술도 마시지 않는 나는 이 커피 한 잔을 포기할 수가 없다. 학생 때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된장녀'가 이제는 내 모습이 되어 버렸다. 짧은 점심 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 잔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내근직 직장인의 친구, 커피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자주 커피를 마시다 보니 단골 카페도 생겼다. 커피 맛은 사약 맛! 하고 학을 떼던 고등학생 때가 아득하다. 회사 근처에 단골 카페가 생기고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카페 사장님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단골 카페 사장님은 심할 때는 일주일 중 5일, 출근 도장으로 만근을 찍는 내게 커피를 좀 줄이라고 되려 걱정해 주시기도 한다. 커피 의존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피를 마신 날과 안 마신 날의 업무 컨디션이 다른 나로서는 이런 사장님의 지적에 한 번씩 뜨끔하다.

커피가게 사장님과 친해진 후 가끔씩 커피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자주 가는 단골 카페의 사장님은 동네 카페들의 커피 가격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동일한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가게가 클수록 세가 비싸고, 커피 원두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전기세, 수도세, 인건비 등등을 생각하면 회사 주변 카페들의 거의 일괄된 가격대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5평짜리 작은 가게의 테이크 아웃 커피와 30평에 주차 가능한 공간의 커피 한 잔은 동일 가격일 수 없다. 당연히 커피를 바로 받아 나가는 가게의 커피 가격이 더 저렴하고 넓은 평수에 주차 가능한 카페의 커피 가격이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 두 곳의 커피 가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사적인 기준으로 내가 생각하는 저렴한 커피의 가격대는 2000원에서 3500원 선이다. 자리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대충 4000원에서 5000원 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은 오늘의 커피 3900원.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4100원이다.
평균 4000원이 커피 한 잔의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작은 가게는 그보다 좀 더 저렴하게 팔아도 되고, 큰 규모의 카페라면 좀 더 높게 팔 수도 있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커피 가격, 판매자도 마찬가지

점심 시간에 음식점에 들어가면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카페는 잠깐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몇 시간이고 커피 한 잔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도서 정찰제가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책의 가격을 인쇄한 금액 그대로로 받아들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10%의 할인이나 5%의 적립금을 바랄 수도 있지만 가격이 표준화되어 있고 그 선을 넘어서지는 않는 것이다.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해진 가격이 있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 사이에 다양한 가격 변동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건 말할 수 있다.

매일 사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모이면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가격을 부담으로 여기는 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느끼는 바가 있다.

호프집에서는 맥주를 한 잔만 마시지 않는다. 두 잔, 세 잔 그 이상을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카페에서는 음료수를 보통 한 잔, 많이 마셔야 두 잔 이상 마시는 고객이 드물다. 동일 시간을 한 장소에서 보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카페는 손해가 누적된다.

카페 사장님과 커피 한 잔의 가격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커피 가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흔쾌히 내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커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회사에서든, 바깥의 카페 공간에서든. 하지만 이 한 잔으로 내가 머물 시간이나 이용료에 대해서는 한 번쯤 더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태그:#커피가격, #카페자릿세, #커피, #카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하고 낯선 일반인입니다. 낯익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