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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1시 42분]

몇 년 전, 이의 썩은 부위를 깎아내고 금으로 때웠던 보철물이 떨어졌습니다. 보철물이 떨어진 부위는 위턱뼈의 오른쪽 첫째 큰 어금니입니다.

음식을 먹다 떨어졌고, 떨어질 때 보철물을 씹었기 때문에 모양이 찌그러져서 그대로 끼울 수 없는, 다시 만들어서 끼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치과에 갔습니다.

동네에 다니던 치과가 있는데, 다른 치과의 과잉진료를 폭로하고, 최소한의 진료만 하는 양심치과로 소문난 이후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젠 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발길을 향했지만, 오늘의 대기자가 마감되어 진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동네의 양심치과
▲ 동네의 양심치과 동네의 양심치과
ⓒ 신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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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근의 치과로 향했습니다. 3D CT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 3-dimensional computed tomography)가 있다고 내건 치과.

들어가자마자 육안으로 검사하고, 위턱뼈의 첫째 큰 어금니의 안쪽이 썩었기 때문에 더 깎아내야 하고, 옆에 위치한 위턱뼈의 둘째 작은 어금니에 썩은 게 보이니 두 개를 다 깎아서 보철물로 메꾸고, 아래 턱뼈의 첫째 큰 어금니와 둘째 큰 어금니에도 썩은 게 보이니 다 깎아내고 보철물로 채워야 한다고 합니다.

재료는 금 또는 세라믹으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의 함량에 따라 가격도 틀리다고 하니, 예산에 맞춰서 하라고 합니다. 보험처리가 되는 아말감은 불가능하고, 레진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견적이 120만~160만 원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받고 7900원을 내고 나왔습니다. 사진을 찍은 가격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 치과로 갔습니다. 번화가라 쉽게 다른 치과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진단을 하기도 전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치료할 부위가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데 왜 찍냐고 물었지만 무조건 찍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자마자 육안으로 스윽 보시더니 드릴을 작동시키길래 잠깐만요!를 외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이 상황에선 금으로만 할 수 있다고, 바로 시작하겠다고 하길래 조금 생각을 하고 다시 오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또 촬영비용을 6400원 냈습니다. 휴대용이라서 그런지 여기선 앞서의 치과보다 비용이 적게 나왔습니다.

가격을 물으니, 저의 상황에선 금으로만 해야 하고 4개를 모두 치료해야 하니, 40만 원씩 4개, 160만원이라고 합니다. 뒤에 있던 선생님께선 돈이 준비되면 오라고 인자하게 말씀하셨지만... 가만히 있었으면 여기서 꼼짝없이 치료를 할 뻔했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길 건너의 네 번째 치과로 갔습니다.

사진은 안 찍고, 육안으로 진단하고 현재 빠진 부위에서 더 썩은 곳만 깎아내고 아말감, 레진, 금으로 때우면 된다고 합니다. 다른 부위는 아직 속이 썩었는지 알 수 없으니 지금 치료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아말감은 2만 원대, 레진은 10만 원, 금은 40만 원이라 레진으로 바로 산뜻하게 치료를 하고 10만 원을 내고 나왔습니다.

치과 진료 비교 사이트, 생기면 어떨까

번화가
 번화가
ⓒ 신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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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치과에 가서 진단을 받으면, 충치 치료에 관한 소견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조금이라도 썩은 부위가 있으면 안전하게 다 깎아내야 한다는 소견과 조금 썩은 부위는 더 커지지 않기도 하니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으로 나뉩니다.

다 깎아내는 것의 단점은, 저의 경우처럼 치료 후 보철물 안쪽이 썪으면 더 깎아내야 하고, 결국에는 임플란트 등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버려두자는 쪽의 단점은 옆으로 번지거나 커질 수 있다는 건데, 저의 경우 20년째 안 커지고 번지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해서 이 상태로 유지하면 당분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치료한 치아는 6년 전에 치료했던 치아이고, 그때의 상황도 이번과 같았습니다. 당시는 5군데의 치과를 거쳐서 가장 적은 처치를 하는 치과에서 치료를 했었습니다. 다른 점은, 당시는 진단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오늘은 진단을 받는 데에도 촬영요금이 청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치과 진료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의사마다 진단, 치료가 다릅니다. 또한 재료의 종류, 가격도 다 다릅니다. 어떻게 치료를 받을지를 선택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지만  특정 재료만을 사용함으로써 치료받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은 국민건강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치료비가 비싼 치과에 갔다가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치료비가 저렴한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정보를 알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합니다(오늘의 저의 치료비의 범위는 2만~160만 원이었습니다).

컴퓨터, 악기처럼 치과도 가격, 진료 내용 비교 사이트가 생겨서 환자들이 형편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라기보다 환자 본인 스스로 진단을 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이것도 쉽지 않을 듯하긴 하지만요.

*떨어진 금보철물은 치과에 팔면 가격을 조금 쳐주기 때문에, 안경집에 잘 넣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금 삽니다! 붙여놓은 금은방에 팔았습니다.


태그:#치과찾기 , #양심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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