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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왼쪽부터)·장정숙·박주현 의원 등 국민의당 비례의원 3명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들 이상돈(왼쪽부터)·장정숙·박주현 의원 등 국민의당 비례의원 3명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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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장정숙, 박주현

국민의당 비례대표 3인방의 거취를 두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3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에 출당을 요구한 상태며, 바른미래당은 탈당 등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3명의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정치 신의와 윤리를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날인은 국회의장이 행정적 지원이나 의석배정 등 의사와 관련된 임무수행에 필요한 자료에 불과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20인 이상 소속의원이 속한 단체는 교섭단체가 당연히 되는 것이고, 교섭단체 효력과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 정당소속의 의원들이 날인하지 않더라도 소속 정당의 교섭단체 구성원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 날인 거부' 이·장·박... 법률적 효력은?

먼저 법률적 효력을 살펴보자. 국회법은 '교섭단체의 대표의원은 그 단체의 소속의원이 연서·날인한 명부를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국회법 제33조 제2항) 이들 소속정당의 의원들이 날인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구성원에서 빠지게 되는지가 문제 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교섭단체 운영을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므로 개별의원이 교섭단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도 20일 이들 3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해서 바른미래당은 30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국회사무처는 "20명 이상의 의원을 둔 정당의 소속의원이 교섭단체 가입 여부를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는 국회법 해설서에 근거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위 규정은 교섭단체 소속의 의원이 다른 교섭단체에 가입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개별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무적으로 교섭단체 구성원이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회사무처의 유권해석은 국회법의 취지에 반하는 해석이다. 국회법 규정은 소속정당 의원들이 날인을 통해서 스스로 교섭단체 구성원이 되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회의원은 소속정당의 교섭단체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거나, 의원 개인의 의사에도 자동적으로 가입된다는 규정을 둬야 하는 것이다.

국회법은 분명히 소속의원이 연서·날인한 명부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개별 의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단순히 행정적 지원을 위한 것이라면 소속의원의 명부만 제출하면 되는 것이고, 굳이 연서·날인까지 요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위 국회법의 규정은 의원이 개별적으로 날인 여부를 통해서 교섭단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국회사무처의 유권해석은 최종적인 것은 아니고, 자신들의 사무집행을 위한 법 해석에 불과하다. 위 국회법 규정에 대한 궁극적인 해석은 법원이 하게 된다.

출당 vs. 탈당

1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손잡고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손잡은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1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손잡고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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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의원들과 소속 정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들여다보자.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퇴직된다'(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합당과 해산으로 소속 정당이 없어진 경우, 소속 정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거나 출당의 경우에는 의원직을 유지하지만 자발적으로 탈당하는 경우에는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남는다. 탈당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지역구 의원은 그대로 의원직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의원 개인에 대한 투표의 의미를 갖지만 비례대표는 정당에 투표하고 정당이 제출한 명부에 따라서 당선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당의 기속성이 크다는 점을 차별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 또한 소속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당의 기속성은 사실상 큰 차이가 아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달리 봐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부족한 셈이다. 만일 위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의 대상이 된다면 합헌 결정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바른미래당 '30명'과 '27명'의 차이는 크다

1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당기 접수한 박주선-유승민 1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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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3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빠질 경우 바른미래당은 27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다. 20명이 넘으므로 교섭단체의 구성은 가능하지만 국회 내에서 영향력은 그만큼 감소된다.

만일 3명을 출당시킬 경우 되레 민주평화당이 형식적, 실질적인 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출당을 통해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민주평화당으로 옮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또한 출당이 이뤄지면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미 몇몇 비례대표 의원들도 상황을 주시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바른미래당이 비례대표의원 3인을 묶어두는 이유는 민주평화당에 합류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으려는 속셈이다.

'합당으로 정체성이 바뀌었으면 비례대표 의원들을 볼모로 삼지 말고 출당시켜달라'는 의견과 '정당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의원직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탈당하라'는 양쪽의 의견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할까?

바른미래당은 비래대표 의원들의 출당요구에 대해 '국회에는 있고 싶고 당에는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면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면서 날인 서명을 거부한 것은 양식과 품위를 저버린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이 그대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남아 있는 상태라면 바른미래당의 주장이 옳다.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한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미 해체됐고, 바른정당과 합당을 통해서 바른미래당으로 새 출발을 한다.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합당 후의 바른미래당에게도 그대로 지지를 보낼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일부 국민의당 당원들 상당수는 합당에 반대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합당 과정에서 당원들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내지도 못했다.

정당이 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거기에 따라야 한다. 또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렵다면 과감하게 탈당해야 한다. 비록 의원직을 상실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정체성이 변경됐다면 의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돼야 한다. 합당으로 정체성이 변경된 상태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을 볼모로 삼는 것은 줄에 묶인 동물과 같이 취급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비민주적 발상에 불과하다. 결국 비례대표 의원 3인을 묶어두려는 바른미래당의 태도는 이름과는 달리 바르지도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 변호사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으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비례대표3인, #비례대표출당, #비례대표탈당, #바른미래당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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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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