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19일 소집됐다. 현재 1승 1패를 기록중인 대표팀은 오는 23일과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홍콩, 뉴질랜드와 각각 지역 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표팀은 소집까지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단 핵심 선수들이 대거 줄부상에 시달리며 전력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이종현(울산)과 발목수술을 받은 이승현(상무)이 모두 이번 대표팀에서는 뛸 수 없게 됐다.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오세근(안양), 김종규(창원), 최준용(서울 SK), 두경민(원주), 허훈(부산) 등도 모두 크고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우려를 자아냈으나 일단 대표팀에는 모두 합류했다.

한국 국적 취득 소감 밝히는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한국 국적 취득 소감 밝히는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그나마 귀화선수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합류하며 골밑을 보강하는 데 성공한 것이 다소 위안이다. 라건아의 대표팀 적응과 국제대회 활용 여부는 이번 대표팀의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라건아는 현재 KBL 최고의 빅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빅맨으로서 신장은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격과 기동력을 갖춰 공수에서 모두 활용도가 높다. 일각에서는 라건아가 한국농구의 오랜 갈증인 높이의 농구에 해답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라건아가 허재 감독이나 기존 대표 선수들과 호흡이 맞추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KBL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라건아지만 국제대회는 또 다르다. 아무리 파워와 탄력이 좋은 라건아라고 해도 199cm의 신장으로 뉴질랜드나 중국 같이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강호들을 상대로 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이종현-이승현의 이탈로 대표팀의 골밑 자원이 줄어들며 자칫 라건아에 대한 기대치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두경민의 발탁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두경민은 올시즌 개인성적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며 허재 호에 처음으로 승선 기회를 잡았다. 당시만 해도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두경민의 대표팀 발탁은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대표팀 발탁 이후 두경민이 소속팀에서 갑작스러운 경기력 하락과 함께 태업설-불화설 등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두경민은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4경기 연속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부상은 아니지만 구단의 자체 징계적인 성격이 짙다. 물론 대표팀의 잘못은 아니지만, 하필 중요한 A매치를 앞두고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도 모자랄 시점에 소속팀에서 경기감각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에서 정작 대표팀에는 버젓이 합류하게 된 모양새가 다소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

허재 감독, 다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허재 감독은 소속팀 사령탑인 이상범 감독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대표팀 소집은 그대로 강행했다. 대표팀과 소속팀의 상황이 다른 만큼 두경민의 합류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허재 감독은 대표팀에서는 두경민을 슈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일 두경민이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대표팀은 가드-슈터진 운용에 상당한 제약을 안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허재 감독의 두 친아들인 허웅-허훈 형제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그간 대표팀에서 여러 번 중용되며 비록 주전급은 아니지만 국제대회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어느 정도 증명한바 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두 선수가 과연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붙박이로 발탁될 정도인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허웅-허훈 형제가 허재 감독의 친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특혜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가대표 선발은 허재 감독만이 아니라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한다. 결국 '허웅과 허훈이 허 감독의 아들이라는 이유 때문에 실력도 없는데 발탁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다만 프로무대에서 허웅과 허훈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도 정작 대표팀에서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올시즌 프로무대에서 3점슛 상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신체조건도 더 우수한 차바위(인천)나 전성현(안양)이 상무에서 뛰고있는 국제무대 기준으로 단신 2번 허웅 때문에 밀린 것이나,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어시스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시래(창원)에게 과연 허훈보다 못 하냐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을수 있다.

물론 대표팀 입장에서도 반론의 여지는 있다. 허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지난 1년간 각종 대회를 거치면서 선수들을 충분히 점검했고 성적도 좋았던 만큼, 가급적 팀의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 홈앤 어웨이로 치러지는 농구월드컵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소집하여 손발을 맞춰서 1~2경기만에 결과를 내야 하는 만큼 섣불리 새 얼굴들을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대목이다.

이미 대표팀은 가뜩이나 부상자가 많아서 라건아, 두경민, 최부경 등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 조직력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허웅-허훈 형제가 대표팀에서 그다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허재 감독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수 있다.

허재 감독은 홍콩-뉴질랜드와의 중요한 홈 2연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 못지않게 경기 내외적인 팀운영이나 전술적으로도 여러 가지 현실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허재 감독이 대표팀을 둘러싼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농구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성과로 다시 한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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