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심증과 물증이 분명한데 이름만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 영화 <게이트>를 본다면 우선 이 생각부터 들 것이다. 풍성한 펌 머리와 거기에 꽂힌 선글라스, 특유의 심통 어린 표정을 보면 영락없이 최순실이다.

서울 용산 CGV에서 19일 오전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 <게이트>에서 배우 정경순이 맡은 캐릭터가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대사는 거의 없다. 휴대폰을 들고 "어, 그래, 어, 어"라거나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대부업체 사장 민욱(정상훈)과 침대에서 잠자리를 가질 뿐이다. 딱 한 번 화를 내는 장면이 있으니 바로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의상실에서 한 직원(정려원)에게 "왜 비웃냐"며 혼쭐을 내는 장면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전용 의상실 사용 등 국정농단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무게를 덜다

앞서 언급한 장면을 빼고 사실상 이 영화에서 '최순실처럼 보이는' 여성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진 않는다. 다만 그와 그 주변 세력이 모아놓은 700억 원의 비자금을 한 무리의 시민들이 턴다는 것에 집중한다.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현실은 의상실에서 쫓겨나 백수가 된 이후 취업을 못하고 있기에 소은(정려원)은 암울한 나날을 보낸다. 게다가 하우스 메이트인 친구가 억대의 빚을 지고 신체포기각서를 쓴 것을 모른 채 연대 책임을 지겠다고 장담했다가 곤경에 처한다. 그의 주변엔 열혈 검사였으나 수사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동네 바보처럼 지내는 규철(임창정)이 있다.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하루가 멀다 하고 추심하는 대부업체 인원들에게 시달리던 이들에게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오니 바로 상습절도로 징역을 살고 나온 아빠 장춘(이경영)과 외삼촌 철수(이문식)다. 딸의 비참함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큰 건을 노리는 이들이다.

영화는 결코 한 무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이 결국 한 팀이 돼 일생일대 절도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그렸다. 설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 전격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다. 무리하고 불법적인 추심에 지치다 못해 대부업체 사무실을 털며 나아가 본의 아니게 권력자들이 쌓아 놓은 비자금 창고까지 털게 된다는 설정이다.

분명 기존 범죄물과 차별점이 있다. 흔히 대한민국 사회를 풍자해 온 영화들은 코미디 보단 액션과 드라마 요소를 가미한 정극 장르를 택한 바 있다. 비슷한 무게감과 현실 비판으로 소재는 달랐을지언정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이런 영화들이 피로감을 준 건 사실이다. <게이트>는 이 지점을 비껴가기 위해 초기 시나리오를 수정해 방향을 틀어 보다 가볍고 경쾌하게 나아간 걸로 보인다.

배우들의 호연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선택이 성공하기 위해선 보다 치밀한 계산과 설득력 있는 구성이 필요했다. 이 점에서 <게이트>는 아쉽다. 각 인물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등장하는데 정작 함께 팀이 되기까지 개연성이 떨어진다. 친구의 빚더미를 흔쾌히 나누려는 주인공도 그렇고, 딸의 바람과 달리 전과자가 된 아버지와의 합류 과정도 그리 깔끔하진 않다.

이런 약점을 제외하면 일종의 비급 오락물로서 <게이트>는 나름 모양새를 잘 갖췄다. 여기엔 배우들의 활약 덕이 크다. 임창정과 정상훈은 각기 색깔 다른 코미디 연기로 영화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책임진다. 이경영과 이문식의 호흡은 '늙은 덤앤더머'를 보는 느낌이다. 전적으로 약한 이야기와 영화적 구성을 배우들의 개인기로 일정 부분 만회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줄 평 : 배우들의 개인기가 빛난다 
평점 : ★★☆(2.5/5)

영화 <게이트> 관련 정보
연출 : 신재호
출연 : 정려원, 임창정, 정상훈, 이경영, 이문식, 김도훈
제작 : 삼삼공구 브라더스
제공 및 배급 : 제이엔씨미디어그룹
공동 제공 : 조이앤시네마
장르 : 범죄 코미디
러닝타임 : 92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2월 28일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정려원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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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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