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시즌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안드레 에밋과 추승균 감독은 뗄레야 뗄수없는 끈끈한 관계다.

올해로 3시즌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안드레 에밋과 추승균 감독은 뗄레야 뗄수없는 끈끈한 관계다. ⓒ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는 하승진(33·221cm) 입단 이후 늘 그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왔다. 잦은 부상, 디테일한 테크닉 부재, 좁은 활동 범위 등 이런저런 약점도 많지만 높이라는 확실한 강점을 갖추고 있기에 건강한 하승진이 존재하는 KCC는 늘 상대팀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전임 허재 감독은 하승진의 약점을 고치려하기보다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라인업을 운영했다. 신명호(35·183cm), 강병현(33·193㎝), 임재현(41·182㎝) 등 이른바 '들개군단'으로 불리던 앞선 가드진은 빠른 발과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하승진의 느린 움직임과 공수 전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완벽히 커버했다. 현 추승균 감독 역시 당시 베테랑 포워드로서 수비의 한축을 담당한 바 있다.

외국인선수들 또한 이런저런 부분에서 하승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형들이 버티고 있을 때 KCC의 성적이 좋았다. 마이카 브랜드(38·207cm)는 빅맨 버전 강병현으로 불릴 만큼 수비와 궂은일에 헌신적이었고 에릭 도슨(34·200.8cm)은 폭넓은 활동 범위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바 있다.

이렇듯 잘 나갈 때의 KCC는 하승진이라는 위력적인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나머지 4명의 선수가 조금씩 빈틈을 커버해주는 방식으로 재미를 봤다. 아쉽게도 추승균 감독이 이끄는 현재의 KCC는 그러한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승진의 약점을 메워주기는커녕 다른 두 곳에서 더 큰 빈틈이 생겨나며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득점머신 에밋, 에이스에서 애물단지로?

추 감독 체제로 팀이 바뀐 이후 팀내 제1 공격옵션은 단연 안드레 에밋(36·191cm)이다. 추 감독은 2시즌전 쟁쟁한 장신 외국인선수를 거르고 에밋을 1라운드에 선발했다. 비록 단신용병이지만 빼어난 득점능력을 높이 샀던 것이다. 실제로 에밋은 내외곽을 오가는 득점본능을 바탕으로 주포이자 해결사 역할을 하며 KCC 입성 첫 시즌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 플레이오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어찌보면 이는 추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특별한 전술 없이도 일대일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에밋으로 인해 좀 더 다양한 옵션의 활용도가 봉쇄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추 감독은 중요한 순간마다 이른바 '에밋고'만 외쳤고 에밋 역시 동료와 함께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는 성향으로 일관했다.

물론 에밋이 이러한 성향인 것은 외국리그에서 뛸 당시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에밋과 고등학교 재학시절 한 팀에서 에이스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던 마이클 해리스(35·200cm)는 에밋은 당시부터 공을 독점하는 경향이 강해 별명이 '노패스'였을 정도였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3시즌째 뛰고 있는 에밋의 득점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상대팀에서 대응법을 잘 들고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에밋은 외국인선수는 커녕 국내선수와 매치업될 시에도 수비에 막혀 쩔쩔맬 때가 많다. 장기인 돌파는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어설픈 외곽슈팅을 남발하는 등 이른바 나몰라 슛(?)으로 팀플레이를 깨고 있다.

거기에 특유의 볼소유 본능은 여전한지라 한번 공을 잡으면 수비에 막히든 말든 공을 오래끌며 동료들의 움직임을 스스로 봉쇄해버리며 공격시간이 다 소모되는 시점에서 그제야 어려운 패스를 넘겨주기 일쑤다. 최근에는 찰스 로드(33·200.1cm)에게 팀내 주 외국인선수 위치를 빼앗기는 상황이 오자 마음이 급해져 더더욱 성공률 낮은 개인공격에 집중하고 그 와중에 실책을 쏟아내고 있다.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팀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공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리한 외국인선수들 같은 경우 그날 슛감이 좋지 않으면 수비나 리바운드, 패싱플레이 등에 집중하며 다른 식으로 협조한다.

하지만 에밋은 다르다. 그날 자신의 득점이 시원치 않을 경우 더더욱 팀플레이를 무시하는 것을 비롯 수비 부분에서는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수비력이 좋은 편은 아닌 상황에서 악착같이 매치업 상대를 괴롭히는 플레이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진하던 선수가 에밋과 매치업되면 급격하게 컨디션이 살아나며 펄펄 나는 이유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KCC 공식팬카페 운영진으로 활동중인 닉네임 Goro.Honda씨는 "에밋은 뛰어난 득점력으로 부족한 나머지 능력을 커버하는 전형적인 공격수지만 올 시즌에는 장점마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팀플레이와 수비에 더 신경 쓰도록 원활한 컨트롤이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단신에 노장이지만 이현민에 대한 추승균 감독의 믿음은 굳건하다.

비록 단신에 노장이지만 이현민에 대한 추승균 감독의 믿음은 굳건하다. ⓒ 전주 KCC


앞선 수비의 구멍 이현민, 출장시간 조절 필요

이현민(35·173cm) 딜레마도 크다. KCC는 대대로 앞선에서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이현민이 중용되는 현 시점에서는 그러한 디펜스가 불가능하다. 압박은커녕 가장 큰 구멍으로 작용하며 상대 앞선을 한층 활발하게 만들어준다.

이현민이 1번으로 나서면 상대팀에서는 공격하기가 한층 편해진다. 프로농구 최단신선수 이현민은 신장이 작을 뿐 아니라 빠르지도 않다. 자신보다 크고 힘이 좋은 데다 빠르기까지 한 젊은 가드를 당해내기 어렵다. 거기에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체력 문제까지 안고 있다.

이러한 이현민의 약점은 진작부터 노출되어있는지라 상대팀은 집요하게 이러한 부분을 공략한다. 양동근(37·181㎝), 허훈(23·180㎝), 박찬희(31·190cm) 등 공격력, 신장이 큰 선수들은 물론 김시래(29·178cm)같은 정통 1번도 이현민만 만나면 공격형 가드로 돌변하기 일쑤다.

이현민이 오래 뛸수록 맞상대하는 상대 1번의 활약도는 올라가고 속공 수치 역시 급격하게 늘어난다. 실제로 KCC경기를 보다보면 다른 가드들이 활약해서 점수를 실컷 벌려놓았다가 이현민이 나온 후 역전을 당하거나 박빙으로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팀을 만나서도 매경기 접전을 벌이는 이유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팀 내 다른 자원도 많은데 구태여 미스매치를 각오하면서까지 노장 이현민을 중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공격시에도 이현민은 큰 역할을 하지 않은 채 볼 소유가 많은 에밋에게 공을 전달해주는 정도에 머무는지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KCC입장에서는 상대 가드의 활약이 커지게되면 이현민 대신 송교창(22·201cm), 최승욱(24·192cm) 등 수비가 좋은 젊은 선수들을 스토퍼로 중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에밋이 많은 볼소유를 가져가는 가운데 실질적 공격조립은 2번 이정현(31·191cm)이 주로 하는지라 구태여 단신 1번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상황에 따라 유현준(21·180cm), 김민구(27·191cm) 카드도 괜찮다. 수비가 좋지 않은 것은 이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유현준은 젊은 선수답게 체력과 활동량에서 강점이 있고 무엇보다 팀의 미래를 키운다는 명분이라도 있다. 김민구같은 경우 신장에서 이점을 안고 있으며 공격력이 좋다.

팬들은 전태풍(38·178cm)이 부상당하던 시점에서 그의 공백도 우려했으나 그로인해 이현민이 주전으로 중용되는 상황을 가장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의 KCC는 이현민 체제로 1번이 돌아가고 있으며 이후의 성적 역시 부진한 편이다.

유명 농구 블로거 윤순용(38)씨는 "이현민이 베테랑으로서 잘해준 것은 분명하지만 사이즈의 한계에서 오는 약점과 많은 나이로 인한 체력 문제 등을 가지고 있다"며 "꼭 이현민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닌 팀과 상황에 따라 출장시간을 적절히 조절하는 쪽이 팀과 개인에게도 더 나은 효과가 발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KCC는 하승진의 약점을 커버하고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멤버구성이 제대로 돌아갈 때 강팀다운 위상을 뽐낸다. 변화 없이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팀이 탄력을 받기 힘들다. 하락세가 완연한 KCC로서는 향후 휴식기 동안 여러 가지 보강작업이 이뤄져야 만이 이후 반등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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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앞선수비 추승균 감독 선수 로테이션 이현민 안드레 에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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