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토토가3-H.O.T.' 편에서 H.O.T. 멤버들은 17년 만에 재결합했다.

지난 1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토토가3-H.O.T.' 편에서 H.O.T. 멤버들은 17년 만에 재결합했다. ⓒ MBC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토토가3-H.O.T.' 편(아래 <토토가3>)를 통해 H.O.T.(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 이재원)가 재결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2년 전, H.O.T. 데뷔 20주년을 맞았던 해에도 H.O.T.의 재결합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많은 팬들은 H.O.T.의 컴백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새 팬들은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후 H.O.T.와 멤버들에 대해 유독 냉소적이고 엄격한 잣대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런데 영원히 안 돌아올 줄 알았던 H.O.T.가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단다. 한없이 좋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되는 마음도 컸다.

이번 H.O.T.의 컴백에는 유독 기대보다 우려 섞인 반응이 더 많았던 것 같다. H.O.T. 멤버들도 예상했던 바다. 17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최근 몇 년간 재결합을 둘러싼 잡음들이 선입견을 갖게 했다. 어찌 되었건, H.O.T.는 돌아왔고 이왕 재결합하는 거라면 잘 준비해서 앞으로도 H.O.T.를 계속 봤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H.O.T.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H.O.T. 공식 팬카페에 가입했고 운좋게 <토토가3>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 카페에서 H.O.T. 팬클럽을 상징하는 흰색 우비와 풍선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초 <무한도전> 측이 계획했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드림센터 공개홀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떨리는 마음으로 방청 신청을 했다.

허나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하는 올림픽홀에서도 H.O.T.를 볼 수 있는 행운은 끝내 기자에게 오지 않았다. 그래도 기자는 지난 15일 <토토가3> 공연이 진행된 올림픽홀을 찾았고, 공연장 밖에서 H.O.T.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17년 만에 컴백하는 H.O.T. 공연이 무사히 끝나길 기원했다.

간절한 마음은 있었지만, 쉽지 않았던 현실

 지난 17일 방영한 MBC <토토가3-H.O.T.> 한 장면

ⓒ MBC


17일 방송된 <토토가3> 1탄에서는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한자리에 모인 H.O.T. 멤버들의 모습과 함께, 재결합과 관련된 에피소드, 17년만의 완전체 공연을 위해 연습에 몰두하는 H.O.T.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5일에 열린 공연은 오는 24일 방영 예정이다. 방송에서는 미처 다루지 않았지만, 5명의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있던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날들이 더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한시도 H.O.T.와 팬들을 잊지 않았다는 마음만은 같았다. 팬들을 오랫동안 기다린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H.O.T. 멤버들이 한 자리에 서고 싶다는 간절함은 있었지만 다시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어렵게 H.O.T. 멤버들을 찾아간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재결합을 망설이는 멤버들에게, H.O.T.를 하고 싶다는 의지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 이 두 가지만 놓고 H.O.T.가 방송 데뷔를 했던 MBC 여의도 공개홀로 나올 것을 권한다. 그렇게 다섯 명의 멤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이재원 군 제대 이후 6년 만에 보는 H.O.T. 완전체 모습에 멤버들도 믿어지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재결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H.O.T. 멤버들에게 <무한도전>은 H.O.T.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과 팬, 이 두 가지만 생각할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17년 동안 H.O.T. 재결합을 간절히 원했던 팬들이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마지막이 아니라고 말했던 오빠들, 17년이 지나서야...

 지난 17일 방영한 MBC <토토가3-H.O.T.>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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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가3> 1탄에서 언급되었던 2001년 '227 콘서트'에서, H.O.T. 멤버들은 서울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8만 명의 팬들에게 "이 콘서트는 절대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은 그 말을 믿었지만, 한 달 뒤 H.O.T.는 해체를 발표했다. 그때부터 H.O.T.를 향한 믿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차라리 227 콘서트에서 이게 마지막이라고 했으면 그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살았겠지만 미련은 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H.O.T.는 팬들 앞에서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재결합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고 그만큼 상처도 점점 늘었다.

H.O.T.가 다시 돌아온 만큼 더 이상 군말을 늘어놓고 싶지 않다. 비록 지난 15일 열린 <토토가3>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17년 만의 완전체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과거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전설적인 그룹이, 고작 800명을 수용하는 일산 MBC 공개홀에서 재결합 무대를 가진다는 소식에 뒷말도 많았다. 그러나 이는 <토토가3>를 시작으로 H.O.T.가 직접 더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했으면 하는 <무한도전> 측의 깊은 뜻이 있었다. <무한도전>이 그린 큰 그림대로, H.O.T.가 올림픽홀보다 더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오매불망 H.O.T. 컴백을 기다려온 팬들의 바람은 간절하다.

 지난 17일 방영한 MBC <토토가3-H.O.T.> 한 장면

ⓒ MBC


<토토가3> 1탄 방송 말미에는 공연장에 당첨된 팬들에게 H.O.T. 멤버들이 직접 전화를 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전화를 받은 사람들 중 1년 전 강타 콘서트에 다녀왔다는 팬은 17년 전의 오빠들보다 지금의 오빠들이 더 좋다는 말을 남긴다.

기자 또한 17년 전 H.O.T.를 사랑하지만, 2018년의 H.O.T. 멤버들을 더 사랑한다. 아니, 오히려 20년 전보다 H.O.T.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애틋해진 것 같다.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토토가3> 방청에 당첨된 것도 모자라 강타의 전화까지 받는 행운을 얻은 강타 팬의 응원처럼 H.O.T. 멤버들이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제는 과거 철없던 시절처럼 토니안과 결혼하겠다는 망상을 꿈꾸지는 않지만, H.O.T. 멤버들이 건강하게 팬들 곁에 오래오래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지난 15일 진행된 공연이 방송될 24일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니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래도 <토토가3> 2탄이 방영하는 24일까지 묵묵히 기다리겠다. 이제라도 돌아와서 고맙고도 미안하고 사랑하는 H.O.T.다.

토토가3 H.O.T. 무한도전 토토가3 H.O.T. 에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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