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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방산 정상에서 북쪽 방향을 바라보면 백두대간 산줄기들이 설악산까지 장엄하게 펼쳐진다.
▲ 계방산 정상 전망 계방산 정상에서 북쪽 방향을 바라보면 백두대간 산줄기들이 설악산까지 장엄하게 펼쳐진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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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북쪽 끝에 보이는 게 설악산, 여기 옆에 있는 게 오대산, 저기 하얀 눈길이 산 아래로 줄줄이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게 바로 용평리조트 스키장이야."

산줄기가 막힘없이 뻗어 나간 정상에 오른 등산객이 동행한 사람에게 사방을 돌면서 부지런히 설명한다. 평창에서 가장 높은 산,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평창과 강릉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산이 계방산이다.

높이 1577m. 이 높이는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 땅에서는 다섯 번째 높이에 해당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산들이며, 국립공원이기도 한 네 번째까지의 산들이 갖는 명성을 생각해 보면, 명성이나 지명도가 많이 떨어진다. 물론 계방산도 국립공원에 속해 있지만, 자기 이름이 아닌, 옆 동네 산의 이름, 오대산 국립공원에 포함된다. 단순히 높이로만 보면 자기보다 키가 작은 오대산에 이름까지 잡아먹힌 셈이다.

1577m. 남한 땅에서 다섯번째 높은 산 정상이다.
▲ 계방산 정상 1577m. 남한 땅에서 다섯번째 높은 산 정상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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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좋아하거나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겨울 명산으로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 이웃한 오대산의 명성에 가린 산. 하지만 강원도 백두대간에서 설악산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산이다 보니 사방으로 전망이 트여 있다. 그러니 평창의 지붕이며, 평창군 전체를 내려다보는 산이다.

옛날부터 유명하고 오래된 산일수록 불교적, 도교적, 혹은 풍수적 색채를 띠고 있다. 이에 반해 종교적, 전통적 관념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계방산은 그만큼 역사의 오지에서 숨 쉬고 있었기에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산삼이 자생하고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계방산은 높은 데다가 백두대간 일대에서 눈이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라 거의 겨우내 눈을 머리에 이고 산다. 그럴듯한 사찰 하나 없는 이 청정의 산에 오르는 가장 좋은 길은 높이 1089m의 운두령에서 정상에 이르는 4.1km의 능선길이다.

유명한 대관령(832m)보다 250m 이상 더 높은 운두령(雲頭嶺)은 명칭 자체가 구름이 힘겹게 넘나든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 운두령에서 정상까지의 높이는 불과 500m가 채 되지 않지만, 뻔히 보이는 정상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마의 코스' 넘으면 만날 수 있는 명소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아래로 운두령을 힘겹게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 운두령길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아래로 운두령을 힘겹게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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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두령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2.2km 지점의 쉼터까지 천천히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 그리 힘들지 않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1492봉 전망대에 오르는 0.9km의 산길은 경사가 가파른 코스가 두 군데 있어 눈이 쌓여 있을 경우 꽤 긴장해야 한다. 바위가 거의 없는 흙산이라 위험하지는 않지만, 체력을 시험하는 코스이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이런 코스가 있게 마련이다. 대개 이 구간을 지나면 산길은 평탄해진다.

이런 길을 만날 때마다 우리네 인생을 생각한다.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이 같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이 괴롭고 힘든 코스를 견디지 못하면 다시 산에서 내려가고 마는데, 이겨내면 어느 시점에서 길이 평탄해지고 사방이 트이면서 길이 훨씬 수월해진다.

갑자기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의 과거 역경이 떠오른다. 오늘날 썰매 종목에서 독보적 성과를 거둔 그가 과거 힘겹고 가파른 구간에서 포기하고 산에서 내려갔더라면 오늘날의 윤성빈은 없었을 것이다.

계방산 정상부에 근접하면 길 양쪽의 두 나무가 팔을 벌려 잘 왔다고 환영 인사를 하는 듯하다.
▲ 계방산 정상 오르는 길 계방산 정상부에 근접하면 길 양쪽의 두 나무가 팔을 벌려 잘 왔다고 환영 인사를 하는 듯하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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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봉 전망대에 서면 비로소 주변의 모든 전망이 눈 앞에 다가든다. 계방산 전망과 가는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리는 1km지만, 가는 발걸음은 빨라진다. 이 구간은 평탄한 능선인 데다 사면이 트여 있어 내내 전망이 좋고, 곳곳에 위치한 소나무와 주목들을 충분히 감상하며 갈 수 있어 좋다.

이렇게 운두령에서 정상까지 약 2시간 30분, 조금 서두르면 2시간 만에 오를 수 있는데, 힘들여 오른 만큼 겨울 풍경이 무척 빼어나다. 바로 옆으로 뻗어 나간 오대산 정상과 그 산줄기들, 서쪽으로 뻗어 나간 차령산맥 줄기, 회령봉과 태기산, 그사이에 보이는 휘닉스평창리조트, 남쪽으로는 용평리조트와 발왕산, 북으로는 소계방산, 방태산, 점봉산을 거쳐 설악산까지 거칠 것 없이 이어진다.

온 세상과 온 산이 눈꽃이며 하얀 천국이다. 눈맛과 쾌감의 절정이다.

어차피 내려올 거 뭐 하러 힘들게 올라가냐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 풍경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계방산 오르는 길, 정상 오르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하는 등산객들
▲ 계방산 정상 전망 전망대에서 계방산 오르는 길, 정상 오르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하는 등산객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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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방산 운두령 가는 길에는 길가 곳곳에 송어회집이 자리하고 있다. 평창군은 송어 양식을 처음 시작한 고장이자 송어회를 처음 요리로 내놓은 고장이다. 오염되지 않은 차가운 속사천과 계방산 일대에 여러 집이 들어서 있는데, 그 맛이 다른 고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산행을 마친 후 차가운 돌판 위에 올린 주황색 송어회 한 접시와 고소한 매운탕을 먹고 나면 온몸의 피로가 확 풀리면서 몸이 가뿐해질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여전히 진행 중인 평창의 어느 날, 구경하는 제3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나만의 올림픽을 산에서 진행하며 나를 한번 시험해보는 건 어떨까. 비록 영광의 메달은 못 따지만, 그리고 돈이 되지는 않지만, 올림픽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은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계방산 운두령 가는 길에는 곳곳에 송어회집이 있다. 산행 후 송어회 한 접시와 매운탕을 먹으면 그날의 모든 피로가 풀린다.
▲ 계방산 송어회 계방산 운두령 가는 길에는 곳곳에 송어회집이 있다. 산행 후 송어회 한 접시와 매운탕을 먹으면 그날의 모든 피로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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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 계방산에 오르는 코스는 운두령에서 정상(4.1km), 계방산 삼거리에서 정상(4.8km), 자동차 야영장에서 정상(4.8km)의 세 곳이다. 일반적으로 운두령 코스로 올랐다가 노동계곡을 거쳐 자동차 야영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자주 이용된다.

*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나와 31번 국도를 이용, 홍천 내면 방향으로 가면 운두령에 이른다. 운두령 정상에 10~15대 정도 주차공간이 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동서울터미널이나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부 행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KTX 경강선을 이용, 진부역(진부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에서 하차한다.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홍천 내면 행 버스를 이용(하루 3회, 9:40, 13:10, 17:00), 운두령에서 하차한다. 산행 후 계방산 삼거리에서 진부로 돌아갈 경우 8:40, 12:00, 15:50에 버스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이 버스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대개 진부에서 9:40 버스를 이용, 운두령에 올라가 산행하고, 계방산 삼거리로 내려온 다음 진부 행 15:50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태그:#계방산, #운두령, #계방산 송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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