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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미국 본사 제네럴모터스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 한국지엠 주식회사 회사 로고 지난 13일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미국 본사 제네럴모터스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 한국지엠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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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 주식회사(아래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오전 군산공장의 전면 폐쇄를 선언한 것. GM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달 말에 최후통첩까지 예고하며 정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다.

이날 한국지엠은 서면을 통해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실시 결정을 전했다.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서의 구조조정을 언급한 지 일주일 만이다.

배리 엥글(Barry Engle)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지엠과 주요 이해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사업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첫번째 단계가 군산공장 폐쇄인 것. 회사 쪽은 "군산공장은 최근 3 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지엠의 일방적인 군산공장 폐쇄 통보와 구조조정

군산공장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와 다목적차량(MPV)인 올란도, 그리고 디젤엔진을 생산한다. 1년에 완성차는 26만 대, 엔진은 25만 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로 인한 준중형 세단 시장 축소, 가격 정책 실패, 노후화 등으로 인해 차량 판매가 줄었고, 생산량도 줄었다. 작년 한 해 동안 크루즈는 1만 554대 판매됐다. 2016년 1만 847대보다 2.7% 하락했다. 올란도는 더 참담하다. 2017년 판매량이 8067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37.4%나 빠졌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 절차를 밟게 됐고, 2000명의 직원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도 신청받기로 했다. 군산공장을 제외하고 전 사업장의 상무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이 또한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이다. 한국지엠 노동조합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사측에서 (생산)현장에 일방적으로 희망퇴직 신청 공지를 뿌렸다"며 "회사의 이미지가 안 좋아 질 수 있으니 스스로 나가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GM 본사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한국지엠 사측과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위한 2차 교섭을 가진 지 5일 만이기도 하다. 노조 관계자는 "2차 교섭을 끝낸 지 일주일도 안된 상태에서 이렇게 나오는 거는 회사에서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신차 배정을 위해 요구안도 없는 상태에서 교섭을 가졌지만, 사측은 이번 결정으로 신뢰를 깨버렸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 또한 "내부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으며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GM은 전 세계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왔다. 2013년부터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시장에서 차례로 철수했고, 인도는 수출 생산기지로 전락시켰다. 유럽 시장을 담당하던 오펠과 복스홀도 팔았다. 한국지엠은 지난 몇년간 심각한 적자에 시달려왔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534억 원이었던 적자(당기순손실)가 지난해 6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누적 손실이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회사의 적자는 판매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 부실경영, 그리고 GM 본사의 고금리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지엠 2조원 손실의 진짜 이유, 미국 지엠 본사의 높은 이자율?

지난해 11월 쉐보레 네트워크 영업점을 방문했던 카허 카젬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장.
▲ 한국지엠 주식회사 카허 카젬 사장 지난해 11월 쉐보레 네트워크 영업점을 방문했던 카허 카젬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장.
ⓒ 한국지엠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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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특히, GM의 고리대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3년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GM 관계사로부터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빌렸다. 이후 2016년까지 4년 동안 이자로만 4620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대출 이자가 5.3%에 달한다. 노조 관계자는 "어느 은행에서 스스로 돈 없다, 없다 하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겠냐"며 "타사의 대출 이자가 2%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는 이자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 중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완성차 4개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80.1%인 것에 반해, 한국지엠은 무려 93.8%에 이른다. 지 의원은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을 업계 평균으로 맞추면 2조 원의 적자가 3조 원의 이익(당기순이익)으로 변경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서는 호주의 전례로 GM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전부터 일자리를 강조해 온 만큼 한국지엠의 철수를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거라는 것. 한국지엠은 본사와 4개 공장, 연구소 등에 약 1만 6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30만 개의 일자리가 연관돼 있다. 한편, GM은 지난 2013년 12월 호주 정부에서 지원금을 중단하자 곧바로 홀덴공장을 폐쇄하면서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금전적 지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발표 자료를 통해 "일자리와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GM 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GM의 자구책 마련도 촉구했다. 기재부는 "GM 측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한국 정부 및 이해관계자와 성실히 협의해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국지엠 "전폭적인 지원 필요" VS 노조 "필사즉생의 각오로 투쟁"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지엠은 "노동조합, 한국 정부 및 주요 주주 등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한국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으며, 이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에 대한 대규모의 직접적인 제품 투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한국지엠 경영진은 경영 정상화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한국지엠지부는 국민혈세를 지원해달라는 날강도식 지엠자본의 요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지엠 경영진의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 조합원이 하나되어 단결된 투쟁으로 돌파해 나갈 것이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노조는 14일 군산공장에서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후 군산공장 조합원들과 결의대회를 갖는다.


태그:#한국지엠, #GM, #군산공장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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