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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예전엔 '메이드 인 차이나' '짝퉁'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났겠지만, 최근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차기 최고 강대국 후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이런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다소 거창하고, 앞으로 1학기 동안 북경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즐거운 에피소드와 성장하는 중국 속 사람들의 사는 모습,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각자 가진 사회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어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의 60~70년대 시장 풍경은 현재 젊은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근 점점 철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개고기 시장인 모란시장의 풍경처럼 눈앞에서 개를 잡는 일은 허다하고, 생닭에는 닭의 목이 적나라하게 달려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정육점

중국의 마트 안에 있는 정육점을 가면 딱 한국 옛날 시장 풍경이었다. 다소곳이 누워있는 닭의 몸에 눈을 질끈 감은 머리가 달려있었다. 나름의 최소한의 매너(?)인건지 닭볏을 떼서 성별 구별은 되지 않았다.

누워있는 닭을 봤을 땐 살짝 놀란 후 진정했지만, 옆을 가보니 닭과 오골계를 비닐랩으로 씌운 채 팩으로 팔고 있었다. 머리와 함께 온몸이 비틀어져 팩에 담겨 있으니, 분명 한국 닭 팩에서 머리만 추가로 달려있을 뿐인데 불쌍했다.

옆으로 가면 닭발을 구이, 꼬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먹는 걸 사랑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발톱이 통째로 달린 하얗고 큼지막한 생닭 발이 우리를 반겨준다. 그 닭발을 가져다 썼는지 길거리에서 요리하는 닭발의 크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한국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인 국물무뼈닭발을 중국에서 만든다면 과연 한국인 중 몇 명이나 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중국 마트 맛집의 메인 요리인 마라촬
 중국 마트 맛집의 메인 요리인 마라촬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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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즐겨 먹는 중국인들

어린 시절 아주머니들이 '삼각형 서울우유 커피 우유'를 빨대 꽂은 채로 먹으면서 동네를 걸어가는 풍경은 내 기억 속에 또렷하다. 빙그레 바나나 우유와 삼각형 커피 우유는 양대산맥이었다. 지금은 어느새 편의점, 슈퍼를 가봐도 보이질 않지만, 그 당시 어른들이 하는 행동은 무조건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커서 꼭 커피 우유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중국은 서울우유와 비슷하게 생긴 흐물흐물한 팩 우유가 굉장히 인기 있다. 워낙 두유와 우유를 즐겨 먹는 중국인들이기 때문에 장바구니를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우유 팩 묶음이 담겨있다. 한국도 유제품 코너가 따로 있지만, 중국은 요플레 우유 등 엄청난 양의 제품들이 한 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다.

게다가 가격도 한 팩에 300원 정도인데 시리얼 한 그릇 담아 먹을 수 있는 양이니 이보다 편리할 수 없다. 묶음으로 사면 8개에 약 2000원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유학 생활 중 돈이 부족할 때마다 우유와 시리얼로 생활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유와 시리얼을 사 와서 팩을 가위로 잘라봤더니 안에 달콤한 요플레가 들어있었다. 다 비슷하게 생긴 것 같아서 우유인 줄 알고 집어 든 내 실수였다.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한 실수였을 것이다. 8팩이나 묶여있는 걸 사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플레에 시리얼을 말아서 퍽퍽하고 상당히 단맛을 한동안 참아야 했다.

중국 마트에서 팔던 음식, 카오렁미엔
 중국 마트에서 팔던 음식, 카오렁미엔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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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품과 유사한 모조품들

여전히 중국 마트를 가보면 한국 제품과 상당히 유사한 모조품들이 즐비해 있다. 아이스크림부터 과자, 각종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퀄리티는 비슷하지만 가격에서 저렴하기 때문에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섬유유연제나 휴지 등의 생필품 가격은 정말 놀랍다. 최근 높은 물가 때문에 분유 값, 기저귀 값 등을 버느라 등골이 휜다는 표현이 실제로 많은 신혼부부의 동의를 얻고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중국에서 느낀 점은 소비 수준이 높지 않은 젊은이들이 먹고살기 행복한 나라라는 것이다.

게다가 마트 안을 들어가 보면 만화에나 나올법한 커다란 돼지 다리부터 각종 주전부리를 싼 가격에 팔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마트 속 음식점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마트 안에 조그마한 맛집이 많았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들도 많다.

이밖에도 도난 때문에 마트 안에 가방을 못 들고 가게 하는 등 중국에는 알게 모르게 독특한 규칙이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나라를 가도 마트와 시장을 가보면 사람 사는 모습 다 비슷하다고 하듯이, 같은 동양이지만 길거리에서는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했던 중국도 마트에서 장을 보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다를 바 없었다.


태그:#중국유학, #북경, #닭발, #중국시장, #북경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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