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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일인 타게스무터(베이비시터)에게 직접 배운 아이의 소비습관과 수개념 익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의 마트에 가면 아이들이 카트에 앉아 있거나 부모님 옆에 같이 따라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가끔 장난감용 어린이 카트를 마트에 직접 끌고 와서 쇼핑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몇몇의 마트나 상점에서 어른용 카트 옆에 어린이용 카트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주장을 할 수 있고 혼자서 잘 걷는 아이들은 거의 이 어린이 카트를 끌고 다닙니다.

마트에 놓여져있는 어린이카트
▲ 마트에 놓여져있는 어린이카트 마트에 놓여져있는 어린이카트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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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트에 있는 카트는 한국처럼 동전을 넣고 잠금을 풀어 사용하는데 드럭스토어(잡화점)같이 작은 곳은 그냥 꺼내서 사용할 수 있어요. 딸에게는 드럭스토어 갈 때마다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어린이용 카트 끌기.

독일 부모들은 이 어린이용 카트를 어떻게 활용하냐구요?

직접 카트 꺼내서 쇼핑준비하는 아이
▲ 직접 카트 꺼내는아이 직접 카트 꺼내서 쇼핑준비하는 아이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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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면서 적응 기간 동안 엄마가 함께 따라다녔습니다. 어느 날 베이비시터가 제게 "우리 아이들은 쇼핑하러 갈거야!"라고 하며 자신의 집 근처 드럭스토어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더군요.

입구에서 아이들을 내려주자마자 아이들이 모두 달려가서 어린이용 카트를 하나씩 끌고 쇼핑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흥미로운 물건을 집어보이며 무엇인지 묻고, 베이비시터는 이름과 사용방법을 설명해줍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물건은 숫자를 세어가며 카트에 담고 빼고 반복합니다.

쇼핑할물건 설명듣는 아이들
▲ 쇼핑할 물건 설명듣는 이들 쇼핑할물건 설명듣는 아이들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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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물건을 설명하고 카트에 함께 담더니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아이들과 정리를 합니다. 이날 어린이 카트를 처음 접한 딸만 무분별하게 쇼핑카트에 넣고 모두 '내 거야! 내 거야!" 소리질렀던 기억...

'내 거야'를 외치는 딸을 달래서 베이비시터와 함께 돌아가며 사람들에게 딸은 이런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게 처음이다, 한국은 마트에서 어린이를 위한 카트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아이가 본인이 직접 고른 물건을 모두 사는 줄 알았나 보다, 라고 설명을 했죠.

독일인 베이비시터 말이 독일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물건 사용법을 듣고 많은 물건 중에서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소비를 선택하게 한다고 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숫자도 익힐 수 있다며.

직접 물건 고르는 아이들
▲ 직접 물건 고르는 아이들 직접 물건 고르는 아이들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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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 말을 들은 후로 카트를 끌고 다니는 아이들과 독일 엄마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물건을 카트에 막 집어넣는 아이가 없어요. 많이 넣었더라도 마지막에 부모와 이야기하면서 빼더라구요. 그 후로 우리 딸도 엄마와 함께 마트에서 직접 소비에 대한 개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인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물건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사고 싶은 물건을 카트에 담게 했습니다. 그리고 계산하러 가기 전에 이중에서 가장 필요하거나 가지고 싶은 거 한 개만 살 수 있도록 설명을 했지요.

그렇게 몇 번 하니까 아이가 이제는 카트에 넣는 물건도 신중하게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엄마, 지난번에 주스 샀으니까 오늘은 과자를 살까?" 이렇게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이제는 이런 습관이 어딜가나 아이에게 반영되곤 합니다. 아이 아빠가 토이저러스에 딸을 데려가서 장난감을 고르라고 했었는데, 이것저것 만지고 놀면서 마음에 들면 사달라고 손에 들었다가 다른 것을 발견하면 그전에 들고있던 것을 놓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고 또 놓고 선택하고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계산하러 갈 때 아이가 선택한 물건은 오직 하나의 장난감이죠. 아이 아빠가 두 개 골라도 된다고 했음에도 딸은 한 개의 장난감만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저것 다 둘러보고 아이가 직접 신중하게 선택한 장난감이라서 더 오래 가지고 노는 편이에요.

쇼핑하며 고민하는 아이
▲ 쇼핑하며 고민하는 아이 쇼핑하며 고민하는 아이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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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트는 독일 마트보다 헉할 정도로 넓고 다양하잖아요? 독일처럼 마트에 아이용 카트는 없지만 아이 장난감 카트를 가지고 가서 아이와 직접 쇼핑해보는 건 어떠세요? 아이가 궁금해하는 물건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물건의 수량은 미리 아이와 약속하고 가세요. 그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고, 아이에게 소비에 대한 개념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필요하고 원하는 물건을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자존감도 키울수 있지요.

이렇게 아이에게 소비와 선택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면 장난감 코너에 가서 이거 사달라고 그 자리에서 떼쓰고 누워버리는 일 없을 거예요.


태그:#독일육아법, #어린이카트, #소비교육법, #마트에서수개념, #어린이카트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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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육아중입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육아와 문화이야기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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