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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끌려 다니다

생강 가공품
 생강 가공품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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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 마지막 날 그동안 밀린 쇼핑을 몰아서 한다. 원래는 라텍스, 보석, 꿀과 로열젤리, 토산품을 판매하는 상점에 들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서너 군데 상점엘 들른 건 맞지만, 파는 상품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라텍스, 허브, 꿀, 커피, 향신료, 건과류, 게르마늄 등 서너 가지를 상점마다 진열하고 또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 상품이 여기만 있는 게 아니고 동남아 어디를 가나 있는 것이어서 특별한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목청, 검은 마늘, 노니(Noni)라고 불리는 식물 가공품, 계피, 생강 등 식료품과 커피 같은 기호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이고, 나름대로 그 분야의 전문가여선지 상품에 대한 설명을 아주 쉽게 하는 편이었다. 또 국내에서 방송된 시청각자료를 활용, 그 설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두서너 명 정도는 물건을 구입한다.

가이드가 데리고 가는 현지 쇼핑에서 너무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민망한데, 그런 상황은 면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러한 쇼핑센터 옆에는 한국식당이 있어, 쇼핑 후 그곳에서 식사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식사를 한식으로 하게 되었다. 치앙마이에는 한식전문점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지 하루 한 끼는 한식으로 해결했다. 그 지역 음식을 통해 그곳의 식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원하는 나의 여행방식과는 맞지 않는 점도 있었다.      

룽아룬 온천은 어떤 곳인가?

룽아룬 온천 라조트
 룽아룬 온천 라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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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찾아간 곳은 산캄팽 지역의 매온(Mae On)에 있는 룽아룬(Roong Aroon) 온천이다. 이 온천은 치앙마이로부터 35㎞ 정도 떨어져 있으며, 여러 개의 온천 리조트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룽아룬 온천은 휴양과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우리는 휴양과 치유보다는 관광과 힐링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차에서 내리니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고, 그 끝에 리조트 건물이 보인다.

정원 한쪽 끝에는 뜨거운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이곳 온천물의 온도는 땅에서 솟아오를 때 105℃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매온 지역에서 뜨거운 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치앙마이주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온천수에는 유황 성분이 많아 피부질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별 욕탕과 욕조
 개별 욕탕과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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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리조트로 들어간 다음 남녀를 구분하는 대중탕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온천욕은 개개의 방에서 혼자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욕탕이 마련된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는 욕조에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비어 있는 욕조에 뜨거운 물과 찬물을 받아 적당한 온도로 맞춘 다음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급수전이 굉장히 커 2~3분이면 욕조를 채울 수 있다. 먼저 찬물을 받은 다음 뜨거운 물을 넣어 온도를 맞춘다. 왜냐하면 뜨거운 물만 틀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내 팸플릿을 보니 욕탕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되어 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온천수의 광물질이 피부에 흡수될 수 있고, 근육의 피로가 풀리고, 정신적인 긴장이 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부마사지를 한다든지 치료목적으로 온천을 찾는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고 나와 있다. 우리에게는 온천욕과 리조트 정원 산책을 포함해 1시간이 주어진다.

꽃과 돌, 나무로 이루어진 정원
 꽃과 돌, 나무로 이루어진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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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15분 정도, 여자들은 30분 정도 온천욕을 하고 나온다. 밖으로 나오니 가이드가 삶은 달걀 하나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씩 대접해 준다. 호기심 많은 사람은 옥수수와 달걀을 구입해 온천수에 익혀 먹기도 한다. 이곳 리조트 바깥에는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 수영장 옆에는 꽃과 식물로 잘 가꿔진 정원이 있다.

이곳 정원은 조경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스님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정원 한쪽에는 족욕체험장도 마련되어 있다. 온천욕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족욕을 하면 될 것 같다. 온천이 많은 일본에서는 족욕체험장이 온천지마다 있는 걸 보았는데, 이곳도 족욕체험장이 있는 걸 봐서는 온천수가 상당히 풍부한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온천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일본으로부터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지방에서 하는 마사지와 온천욕

시암 란나 건강 마사지
 시암 란나 건강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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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마사지 체험을 했고, 온천욕을 했다. 태국은 온천보다는 마사지로 유명한 나라다. 치앙마이의 마사지는 시암 란나 건강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여기서 시암은 태국의 옛 이름이고, 란나는 치앙마이를 수도로 한 태국 북부의 옛 이름이다. 이곳에서 하는 건강 마사지는 란나 스타일 또는 고대 스타일이라고 불린다.

전통적인 타이 마사지는 몸을 압박하고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면서 두 시간 정도 진행된다. 그리고 요가를 하듯 몸을 밀고 당기고, 누르고 흔들어서 근육과 관절의 피로를 풀어준다. 몸의 특정 부위가 정적이고 수동적으로 압박을 받기도 하고, 리듬감 있게 움직여 운동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무릎 목 등 관절 부위에 대한 마사지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타이 마사지는 오일이나 로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마사지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 마사지는 힐링을 추구하는 미용일 뿐만 아니라 치료를 추구하는 의학이다. 기분전환, 긴장완화의 차원을 넘어 고통완화, 치료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타이 마사지는 간호와 의약 분야까지도 연구한다. 그 때문인지 타이 마사지는 관광과 산업의 일부로 발달할 수 있었다. 현재 타이 마사지는 온천과 연계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은밀한 공간에서의 마사지 영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스름 저물녘 칸톡 디너를 즐기다

깐톡 디너
 깐톡 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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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을 마치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은 음악과 춤 공연을 보면서 음식을 즐기는 깐톡(Khantok) 디너다. 디너쇼를 하는 곳은 핑강가에 있는 깐톡 위앙캐우(Wiang Kaew)다. 이 레스토랑은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있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악기를 연주하는 무희들이 환영을 한다. 이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있어 시선을 끈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바로 음식이 나온다. 소반 형태의 원형 쟁반 즉 칸톡에 8가지 음식이 접시에 개별적으로 담겨 있다. 내 눈으로는 치킨, 카레, 야채, 소스 정도만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찰밥과 메밥이 따로 나온다. 태국 북부지방의 찰밥은 중국의 영향인지 상대적으로 차지고 맛있다. 밥을 다 먹으면 두 가지 정도 디저트가 더 나온다. 이들 음식에는 소스와 향신료가 적당하게 사용되었는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깐톡 디너쇼
 깐톡 디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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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앞 무대에서는 내내 공연이 이루어지지만, 밥을 먹는 동안에는 먹는데 몰두한다. 그리고 나서 공연을 살펴보기 위해 앞자리로 간다. 한쪽에 악단이 계속해서 음악을 연주한다. 해금 같은 현악기, 피리 같은 관악기, 북 같은 타악기가 보인다.  전통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무대 가운데로 나와 공연을 펼친다. 동남아시아의 공연은 더운 지방이어서 그런지, 동작이 크지 않고 움직임이 느린 편이다.

문제는 이들 공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것은 공연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곳 레스토랑은 음식을 파는 식당이지,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는 문화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아내는 공연을 조금 보고는 레스토랑 옆으로 흐르는 핑강을 산책하기로 한다. 핑강은 치앙마이를 남북으로 흐르며, 란나 왕국의 교통로와 무역로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핑강에는 관광용 크루즈선이 운행되고 있다.


태그:#쇼핑, #룽아룬 온천, #마사지, #칸톡 디너,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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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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