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9월 23일에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편에서 김규리는 그동안 겪었던 일을 낱낱이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 23일에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편에서 김규리는 그동안 겪었던 일을 낱낱이 말했다. ⓒ SBS


배우 김규리는 2008년 5월 1일, MBC 시사 프로그램 <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 안전한가' 편을 보고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제법 긴 글을 올린다. 1189자, 원고지로 일곱 장쯤 되는 글이다. 중요한 대목만 아래에 옮겨본다.

"나라는 인간은 정치에 그리 큰 관심을 갖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나라는 인간은 여론이 뭔가 좋은 방향으로 모든 걸 끌고 갈 거야 하는, 다수의 긍정을 믿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게 나란 인간은 그저 그런 사람인 거다.

당장 살고 죽는 이야긴데 도대체 그 많고 많던 매스미디어는 왜 이 문제에 대해선 쉬쉬하고 있는 걸까.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광우병은 700도로 가열해도 살아남고 사용된 칼이나 도마 절삭기를 통해서도 감염이 되며 한번 사용된 기구는 버리고 또 소각해도 살아남는다.

나라님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행복을 지켜 주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사람, 국민의 혈세로 숨을 쉬는 사람 그것이 정부이고 나라님인 것이다. 나라님이 자신의 나라를 존경하지 않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존경하지 않는 그런 불상사는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습적인 주머니 채우기는 이젠 그만. 대운하도 의료보험도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사람이다. 숨도 쉬고 아파서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하는 사람이다. 돈이 아니란 말이다.

진저리가 나려고 한다, 이젠."

김규리는 말한다.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런 사람이 보기에도 이 일은 가당치도 않는 일이라고. 그미가 한 말은 단 한 자도 바른 말이 아닌 것이 없다. 말을 돌리지도 비유법을 쓰지도,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썼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은 단 한 마디에 묻히고 만다. 청산가리! 이 말을 하고 9년 하고도 5개월, 김규리는 바짝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물고, 공격하고, 국가 기관은 그의 생계를 아주 빼앗아 버린다. 얼마 전 문성근은,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는 김규리였다고 말한다.

김규리는 2017년 9월 24일 인스타그램에 지난 2008년 5월 1일에 썼던 글 전문을 올리고 그 뒤에 자신의 마음을 써 붙인다.

"국민의 건강권은 보수적으로 지켰으면 했고, 검역주권 포기한 것이 (미국과) 내내 마음에 걸려서 썼던 글입니다.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 '수사법', 수사법으로 이뤄진 문장은 제 글의 전체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9년 하고 5개월, 젊은 치기에 쓴 글입니다. 십 년이면 글의 대가는 충분히 치른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혼란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 끼쳐드리고 또 부족해서 늘 죄송합니다.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도 부족한 세상입니다. 그러니 모두 파이팅! 글에도 썼지만 저는 그저 그런 사람입니다."

위 글에서 김규리는 '보수'라는 말을 참으로 적절하게 쓴다. 국민 건강과 먹을거리 문제는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보수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 '수사법', 수사법으로 이뤄진 문장은 제 글의 전체가 아닙니다."

이 말은 그때 그 글에 쓴 단 한 구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가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 수사법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 김규리를 공격했던 사람들은 이 단 한 구절을 문제 삼는다. 그가 한 바른 말(원고지 7장)은 이 한 구절에 모두 묻히고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그에게 청산가리를 털어 넣으라고 다그친다. "너 아직도 안 죽었니? 응? 아직도 안 죽었어? 왜 안 죽었어?" 그것도 9년 반 동안이나, 심지어 지금까지도 말이다.

지난 2017년 9월 23일에 방영한 SBS 시사 프로그램〈그것이 알고 싶다>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편에서 김규리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 어렵게 말 한마디를 하고 시작한다. "저는 이 글 때문에 단 한 번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어요." 그렇게 많은 언론이 있는데, 그가 10년 남짓 당하고 있을 때 어느 언론 하나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미의 말처럼 죽을힘을 다해 살아도 힘든 세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실었습니다.
김찬곤 김규리 문재인 블랙리스트 동양화붓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