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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오리의 춤 성남시 분당구 탄천에서 쇠오리들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빙 돌고 있다.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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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오리들이 분당 탄천에 모여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 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일요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인근 탄천에서 쇠오리들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원을 돌고 있다. 한데 모여 빙 돌면서 물을 한 모금 머금고는 고개를 들어 등 뒤로 쭉 밀어내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수컷 여섯 마리와 암놈 한 마리인데 수컷이 암놈을 가운데에 두고 춤을 추며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눈에 들고 싶다는 듯 서로 암놈 앞으로 나서며 다른 수컷을 멀리 밀어내다가 끝내는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 분당 탄천에 쇠오리들이 모였다. 갈색 몸이 암컷이고 나머지는 수컷이다.
▲ 탄천의 쇠오리 경기도 분당 탄천에 쇠오리들이 모였다. 갈색 몸이 암컷이고 나머지는 수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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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다수인 것으로 미루어 짝을 찾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봄을 미리 준비하는 본능처럼. '탐조일기'로 유명한 화가 '김재환'의 책 <새를 기다리는 사람>에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흰뺨오리들의 행동이 재미있다. 서른 마리쯤 되는 작은 무리에 암컷은 몇 마리 없고 거의 수컷이다. 수컷들은 목을 쭉 빼고는 등에 닿도록 뒤로 젖히기를 되풀이한다. 무언가 머금었다가 삼키는 것일까, 아니면 짝짓기 행동일까. 알 수가 없다." (32쪽)
비슷한 시기인 1월 30일 팔당에서 목격한 기록이다.

탄천을 걷다 보면 쇠오리를 새끼 청둥오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머리가 초록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수컷 쇠오리의 머리 일부가 초록을 띤다.

머리는 밤색이고 눈부터 머리뒤까지 초록인  수컷 쇠오리
▲ 수컷 쇠오리 머리는 밤색이고 눈부터 머리뒤까지 초록인 수컷 쇠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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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오리(Eurasian Teal)는 전국 각지의 습지와 하천에서 활동하는 겨울 철새로, 근처 하천에 가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오리다. 수컷 머리는 밤색이며 얼굴 앞에서 눈 뒤로 녹색 줄무늬가 있다. 암컷은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으로 검은 반점이 있다. 청둥오리 수컷 머리가 초록이고 암컷 몸은 갈색인 것과 비슷하니 이 녀석들의 새끼로 오해를 살만하다.

<고려대학교 한국어 대사전>에 의하면, 쇠오리에 쓰인 '쇠'는 접두사로서 일부 동물을 칭하는 명사나 식물 명사 앞에 붙어 '작은'이란 뜻이 더해진다고 한다. '쇠백로', '쇠부엉이', '쇠물닭'처럼···. 사전의 의미대로라면 쇠오리는 다른 오리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분당 탄천에서 쇠오리 암수 한 쌍이 헤엄친다. 몸 전체가 갈색이고 검은 반점이 있는 게 암놈
▲ 쇠오리 한 쌍 분당 탄천에서 쇠오리 암수 한 쌍이 헤엄친다. 몸 전체가 갈색이고 검은 반점이 있는 게 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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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오리 종들보다 몸집이 작아 새끼 오리로 오해를 사는 쇠오리는, 한국을 찾는 오리 중에서 가장 작은 종류다. 그렇지만 작은 몸집으로 날랜 헤엄 솜씨를 자랑하며, 큰 오리들 틈에서도 기죽지 않고 먹이 활동을 씩씩하게 한다.

연일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탄천은 얼어붙듯이 차갑지만, 다가올 봄을 미리 준비하는 쇠오리들의 몸과 마음은 뜨거워 보인다.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면 따스한 햇볕이 온종일 감싸주는 봄이 오는 걸 아는 모양이다.

분당 탄천에서 수컷 쇠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머리에 초록이 있다.
▲ 수컷 쇠오리 분당 탄천에서 수컷 쇠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머리에 초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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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탄천 한바퀴, #분당 탄천, #쇠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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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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