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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우산제작 공장
 보상 우산제작 공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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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이 한 민족이나 국가의 과거를 보여준다면, 시장과 쇼핑센터는 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우리 일행은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보기 위해 치앙마이 동쪽 산캄팽(San Kampaeng) 지역에 있는 수공예단지를 찾아간다.

좀 더 정확히는 산캄팽의 보상(Bo Sang) 마을이다. 보상 마을은 종이우산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양쪽으로 우산 가게와 수공예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보상 우산은 색채가 화려하고 장식성이 뛰어나서 인기가 높다.

우리는 보상의 우산 제작 과정을 자세히 보기 위해 우산 제작공장(Umbrella making center)으로 찾아간다. 이 우산공장은 보상마을 남쪽에 살던 따윌 부아친(Thawil Buachin)에 의해 1978년 세워졌다. 당시 수공예로 생산되는 대나무 우산은 사양산업이었다.

그것은 기계적으로 대량생산된 우산을 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우산 제작이 분업화되어 있어, 보상 마을에서는 우산살만을 주로 만들어 납품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따윌은 새로운 구상을 했다.

대나무로 만든 우산살
 대나무로 만든 우산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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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제작의 모든 공정을 한곳에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란나시대로부터 전해지던 전통 대나무 우산을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분야 우산 제작전문가12명과 함께 공동작업장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것이 보상 수제우산 제작공장의 시작이란다. 우산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최고의 우산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들은 우산 제작을 전문화하고 대량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한 장소에 모여 공동작업을 한다. 둘째 전통기술을 유지하고 또 발전시킨다. 셋째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넷째 관광객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 우산의 시장규모를 키운다. 이러한 시도는 품질관리, 삶의 질 향상, 시장 확장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공동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판매량이 늘면서 보상 마을과 산 캄팽지역 마을 사람들이 동업자 또는 협업자로 참가하게 되었다.

판매용 공간
 판매용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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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상 우산제작공장은 자체 제작뿐 아니라 산 캄팽지역 우산 제작자들을 지도하고 연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따윌 씨는 우산 제작자들에게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우산 제작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복잡한 작업과정을 보면서, 우산 제작도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한쪽에 작업장이 있다면 다른 쪽에는 전시장이 있다.

전시장은 판매용 공간과 전시용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전시용 공간은 일종의 역사박물관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대나무 우산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70세가 넘도록 대나무우산 제작에 열정을 바친 따윌의 이야기가 전시공간 한편에 패널로 정리되어 있다. 따윌 씨는 자신의 일을 물려받은 딸이,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로 우산제작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주길 바라고 있다. 판매용 공간에는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우산뿐 아니라 생활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햇볕에 말리고 있는 우산
 햇볕에 말리고 있는 우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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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우산은 손잡이와 막대, 우산살, 우산살 고정장치, 종이 또는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실과 풀(접착제)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소위 하드웨어고 기술에 해당한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인 그림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이 예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우산의 가치는 그림이라는 예술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상의 대나무 우산은 실용성보다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장식공예로 볼 수 있다.         

보상 우산 축제란?

2018년 보상 우산축제를 소개하는 누리집 화면
 2018년 보상 우산축제를 소개하는 누리집 화면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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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의 우산은 비를 막아주는 용도보다는 장식용으로 또는 의식용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선지 오히려 건기인 매년 1월 3번째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보상마을에서는 우산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길거리가 온통 우산과 전등으로 치장되고, 전시, 경연, 공연, 쇼와 해프닝 같은 행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진다. 2018년 보상 우산축제는 35회째로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경연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우산을 뽑는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올해는 미스 보상을 선출해 자전거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였다고 한다. 콘서트로 이루어진 공연과 음식 축제도 벌어졌다. 이 축제는 보상 우산을 전 세계에 알릴뿐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보상 우산에 발휘된 새로운 기술과 예술을 보여주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핸드폰 케이스에 그림을 그리다

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장인
 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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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우산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외래 관광객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려준다. 그림은 대개 샘플이 있으며, 어디다 그림을 그려줄지는 관광객이 정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주는 게 아니라, T-shirts, 모자, 가방, 핸드폰, 심지어는 몸에까지 그림을 그려준다. 그림 샘플은 동물과 식물이 가장 많다. 식물로는 꽃이 핀 식물이 대부분이고, 동물로는 용, 코끼리, 호랑이, 뱀 등이 있다. 새 종류로는 공작, 닭, 앵무새, 파랑새 등이 보인다. 금붕어 같은 어류도 있다. 풍경이나 풍속을 표현한 그림도 있다.

나는 그 중에 대나무 숲속을 거니는 코끼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그림을 핸드폰케이스에 그려줄 것을 부탁한다. 비용은 100바트고 시간은 1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불교에서 코끼리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힌두교에서 코끼리는 지혜와 구원의 신 가네샤다. 이런 종교의 영향으로 코끼리는 우리에게 부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림을 통해 지헤와 구원, 부와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핸드폰에 코끼리 그리기
 핸드폰에 코끼리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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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처음 붉은 물감으로 코끼리의 윤곽을 그린다. 그리고 몸 전체를 붉은색으로 칠한다. 다음으로 고동색으로 땅을 그리고, 초록색으로 대나무를 그린다. 그 다음 땅위에 초록의 풀을 그리고, 코끼리와 대나무에 금빛의 윤곽을 그려넣는다. 그리고는 시차를 두고 금빛을 모든 대상물에 덧칠한다. 그러자 대상에 신비한 느낌이 더해진다. 그림에 금물을 입히듯.

마지막으로 코끼리의 상아를 흰색으로 표현하고, 머리와 등 부분에도 흰색 장식을 입힌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들 물감을 빨리 마르도록 드라이로 말리기도 하고, 그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코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실제 작업시간이 15분도 더 걸린다. 옆의 장인은 T-shirts에 뱀을 그리는데, 너무나 사실적이다. 이들 장인들은 예술성이라는 측면보다는 사실성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재주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티셔츠에 용 그리기
 티셔츠에 용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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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시장이 진열된 우산에는 예술성이 두드러진 그림도 상당히 많았다. 보통 미술에서는 처음 모방 기술에서 시작해 창조 예술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들은 예술가라기보다는 장인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술가들은 좀 더 높은 가격을 받는 판매용 작품을 그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예술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보상 우산의 가치를 높여주길 기대한다. 보상의 전통우산은 이미 치앙마이 관광의 한 축이 되어 있다.


태그:#보상 우산마을, #대나무 우산 , #전통 우산, #따윌 부아친, #우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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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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