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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50)이 항소심 재판에서 주요 부분에서 모두 무죄판결 받으면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극히 정당한 판결이라고, 다른 한편에서는 재판권의 남용이라고 갑론을박을 거듭한다.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등법원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파면과 감사를 요구하는 글이 800건 이상 올라온 상황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전형적인 판결로 국민의 법 감정을 크게 벗어났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정형식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한 특별감사를 청원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에는 이틀만에 17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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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법관의 신분

판사가 판결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파면이 가능할까. 우선 법관의 신분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고도'로 보장된다. 헌법과 법률은 '법관은 탄핵결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停職)·감봉 또는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06조 제1항, 법원조직법 제46조 제1항)고 규정한다. 신분보장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재판의 독립성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은 불가분적이다.

신분보장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법관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는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고(헌법 제101조 제3항), 법관의 임기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헌법 제105조 제1항~제3항, 법원조직법 제45조 제1항 내지 제3항), 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05조 제4항, 법원조직법 제45조 제4항). 또한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101조 제3항)는 규정에 따라서 법원조직법 제42조 제3항에서 그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법관은 기본적으로 사법부 소속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된다.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으며, 정당 가입이 제한된다(법원조직법 제49조). 법관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 곧바로 법원조직법에 위반하게 된다. 결국 법관은 법에 위반한 경우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탄핵에 의하지 않으면 파면이 되지 않고, 파면 이외의 징계는 법관징계위원회의 징계처분에 의해서 가능하다.

그러므로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파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할 수 있고(헌법 제65조 제1항),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헌법 제113조 제1항). 물론 탄핵이 가능한 사유는 법관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가능하다(헌법 제65조 제1항).

'이재용 판결이 헌법·법률 위반했다고 볼 수 있나'에 달린 파면 여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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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파면 가능 여부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검사와 피고인 측의 중요한 주장이나 증거들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배척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직무유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증거를 믿느냐의 여부, 어떤 주장을 받아들이냐의 여부,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를 채택할 것인지의 여부 등은 법관의 자유심증과 재판지휘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고도의 재량이 인정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제308조)고 규정한다. 자유심증주의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자유심증주의란 어느 증거를 신뢰하고, 어느 증거를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하며, 또 어떤 증거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모두 법관에게 일임하고 있는 입법형식이다.

따라서 법관은 증거능력 있는 증거라 할지라도 증명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상호 모순된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가의 자유도 법관에게 일임한다. 다만 자유심증주의는 법관의 자의에 의한다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이성에 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법관의 판단은 합리적이어야 하고,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논리상 ·경험상의 일반 원칙에 합치되는 합리적 심증을 말하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그러한 합리성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자유심증의 남용이나 일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그 남용이나 일탈의 여부는 재판을 통해서 확정될 수밖에 없다. 일탈이나 남용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관에게 고도의 재량에 의한 자유로운 심증 형성의 권한이 주어진 셈이다. 그러므로 정형식 부장판사의 판결이 자유심증주의에 반하는 것이어서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보기는 그만큼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정형식 판사 친인척 관계 때문에 불공정이라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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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누리꾼은 정형식 부장판사의 가족관계를 조명하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한다. 복수측 인사들과 친인척 관계라는 것이다. 정현식 부장판사의 부인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이종사촌 사이고,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박선영 전 의원이 처형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불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법은 법원의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해서 법관의 제척, 기피, 회피 제도가 있다. 제척은 법률이 정형적으로 정해 놓은 7가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자동적으로 배제시키는 제도다(형사소송법 제17조). 기피는 법관이 제척사유가 있음에도 재판에 관여하거나 또는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검사 또는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서 당해 법관을 직무집행으로부터 탈퇴시키는 제도를 말한다(형사소송법 제18조). 회피는 법관이 스스로 제척사유나 그 밖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자발적으로 직무집행에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형사소송법 제24조 제1항). 회피는 소속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형식 부장판사의 친인척 관계가 법관의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은 분명하고,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기피신청의 사유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형식 부장판사의 친인척 관계를 중심으로 재판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하는 것과는 별개로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방법은 상소해서 다투는 것... 대법원을 주목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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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관의 임기는 10년이다. 10년이 지나면 업무성과 등을 바탕으로 재임용을 통해서 다시 10년을 재직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가벼운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법관 자신이 사직하지 않는 한 그대로 법원에 근무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다가 10년이 지나면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법원에서 내보내는 형식을 취한다. 법관의 신분은 헌법에서부터 절대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법관의 양심을 신뢰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조금이라도 오해받을 일을 해서는 안된다. 정형식 부장판사의 경우, 2017년 8월 9일 서울고등법원이 형사부를 증설하면서 형사13부를 새로이 만들었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재판부를 맡게 됐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법원의 재판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다.

그리고 2017년 8월 25일 1심 법원의 판결선고가 있었고 같은 달 28일 이 부회장이 항소를 했다. 그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건이 형사13부로 배당돼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던 상황이다. 처음부터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서 재판부를 만들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판결이 1심 판결과 달리 대부분 무죄를 선고하자 이재용 부회장을 봐주는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가해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곧바로 해당 법관을 파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같은 뜻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상급법원에 상소를 해서 다투면 된다. 일반적인 법 원칙이다.

그러나 판결은 국민들의 상식선에 부합해야 한다. 상식을 벗어난 판결은 이미 판결로서의 효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대법원에서는 보다 철저하게 심리해서 잘잘못을 명확히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일반 국민들이 판결 하나에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이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정형식, #파면, #국민청원, #이재용,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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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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