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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인물이 책을 냈다. 당연히 선거 등 정치의 뒷이야기 일 것 같은데, 그의 책은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언어에 관한 책이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책을 쓰겠다'는 양정철 작가의 시도는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민주주의적 진보를 이루려면 국민들 생각과 의식을 바꾸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작게나마 실천됐다.

'양비'(양정철 비서관의 줄임)에서 '양작'(양정철 작가의 줄임)으로 변신을 시도한 양정철 작가의 이번 책은 그런 점에서 빛난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로 내놓은 책 표지
▲ 양정철 전 비서관의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 표지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로 내놓은 책 표지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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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평등, 배려, 공존, 독립, 존중이라는 갈래로 언어를 나누었다. '평등의 언어'는 우리 마음 속 차별과 특권과 경계를 나누는 장벽에 언어가 하나의 도구인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고 썼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 자 돌림으로 직업을 특정화하는 방식부터, "커피 두 잔해서 팔천 원이세요"처럼 사람이 아니라 물건에 존칭하게 만드는 그릇된 서비스 어법까지 꼼꼼히 파헤친다.

'배려의 언어'는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애국심이라면 빠지지 않는 우리가 정작 이웃들을 대하는 언어는 어떠한지를 분석한다. 큰 목소리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야 상대가 귀를 기울이는 이치를 바탕으로 이 사회가 언어를 통해 배려를 실천하는 모습을 말한다.
'공존의 언어'에서는 목표를 향해 무한질주하는 것보다는 뒤에 처진 사람을 돌아보고 공존의 시선과 언어로 이웃을 보고 있는가를 본다.

출신 대학을 간판에 넣는 병원이나 뜻도 애매한 아파트 브랜드처럼 언어를 통해 자신들을 드러내는 습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갈수록 도드라지는 이 문화와 달리 어느 정도 살만하면 부엌 굴뚝을 일부러 낮게 지었다는 조상들의 배려를 말한다.

특히 이 장에서는 '빨간색 증오'로 대변되는 이 시대 이념적 편가르기 에 대해 비판한다. 반면에 박정희의 공과를 같이 이야기하며,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자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작가 스스로가 거친 말의 중심에 선 기억도 있지만 이제 스스로 말에서 더 온화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독립의 언어'는 우리의 말과 글에서 어두운 역사를 극복하는지를 본다. 과거 조선시대 정승에게 쓰이는 각하(閣下)라는 표현을 대통령에게 쓰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모순을 우선 되짚어 본다. 한때 논란이 됐던 대통령 부인에 대해서는 "부를 때는 '영부인님', 공식호칭으로는 대통령 부인 000씨'가 오히려 깍듯한 표현이라고 정리했다.

'존중의 언어'에서는 우리 정치와 정부가 국민에게 진정성과 사랑하는 마음을 존중과 사랑의 언어로 전하고 있는지를 본다. 수많은 구호가 남발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인은 이해도 안되는 판결문 등 언어의 구태를 꼬집는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국민의례를 바꾸어볼 것도 제안한다. 가령 이 시간에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알려주거나, 순직 애국 용사를 되새겨주는 방식인데, 신선한 생각으로 보인다.

책의 전반에는 작가가 모셨던 두 대통령의 이야기가 많지만 의도적인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넣지 않았다. 반면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느꼈던 언어의 힘과 그 배경들은 많이 찾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설가 박범신을 만났을 때, 작가의 문학적 흐름을 깨고 질문하던 것을 비롯해 다양한 에피소드가 녹아있다. 별외의 이야기로 책 사이사이에 우리가 잘못 쓰는 언어 습관이나 표현들에 대한 정리를 해두었다.

1부는 김어준, 주진우 사회(오른쪽)로 진행됐고, 2부는 작곡가 김형석 사회로 윤태영, 전해철, 김경수 의원 등이 참여했다
▲ 2월 6일 양정철 북콘서트 1부는 김어준, 주진우 사회(오른쪽)로 진행됐고, 2부는 작곡가 김형석 사회로 윤태영, 전해철, 김경수 의원 등이 참여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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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남동 블루스쿼어에서 열린 양정철 작가의 북콘서트에 참석했다. 콘서트의 막간에 "양정철로 살았다.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으로 살았다. 문재인을 만났다. 문재인으로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양정철로 산다..(중략)"라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글이 띄워졌다.

이 정부 시절에는 일하지 않겠다는 그는 마지막에 "저는 문 대통령도 응원하겠지만, 여러분도 응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권력의 핵심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일을 만들어 주신' 민주시민 곁에 서겠다는 결심을 지키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1부를 같이한 김어준, 주진우와는 두 사람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피신했던 파리에서 만난 추억을 했다. 이미 적잖은 베스트셀러를 낸 김어준은 언어 책 대신에 정치 책을 내야 한다는 너스레를 떨었고, 주진우는 "양정철은 자신을 낮춘다. 주위를 비춘다"는 추천사 등을 이야기했다. 

작곡가 김형석씨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서는 윤태영 전 비서관, 전해철 의원, 김경수 의원들이 같이 해 두 대통령을 모시면서 같이한 추억과 이번 책이 나온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처럼 좋은 콘텐츠를 가진 이들이라면 좋은 글과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이야기했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양정철 작가의 길을 위로 겸 격려해줬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메디치미디어(2018)


태그:#양정철, #문재인, #노무현, #세상을바꾸는언어,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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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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