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센터 이종현이 지난 4일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센터 이종현이 지난 4일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공식 홈페이지


운동선수에게 부상이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항상 그림자처럼 짊어지고 가야 할 빚과도 같다.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부상을 당하지 않는 선수는 거의 없다. 오히려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출장하면서도 크고 작은 잔부상을 달고서 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심각한 부상 때문에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선수의 부상은 개인의 아픔만이 아니라 해당 종목과 팬들에게도 큰 손실이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은 최근 큰 부상을 당했다. 4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홈게임에서 이종현은 경기 도중 왼발목 아킬레스건에 부상을 입었고 정밀검진 결과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로 진단이 나와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재활과 완전회복까지는 약 1년의 공백이 예상되는 중상이다. 부상 부위를 감안할 때 회복 이후에도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도 불안하다.

안타까운 부분은 초반 부진을 딛고 이제 서서히 프로 무대에 자리 잡아가던 와중에 또다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는 점이다. 프로 2년 차 이종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서장훈-김주성-오세근의 뒤를 잇는 대형 센터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2014 농구 월드컵 본선 출전-인천 아시안게임 우승멤버의 일원으로 폭넓은 경험까지 쌓으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아 마침내 프로농구에 입성할 때도 팬들의 기대가 남달랐다.

프로 시작부터 부상에 시달렸던 이종현, 뒤늦게 진가 드러냈는데

하지만 이종현의 프로 경력은 시작부터 부상 때문에 꼬였다. 발등에 부상을 당한 상태로 정기전과 대학농구리그 결승전에 출전을 강행하면서 회복이 늦어졌고 결국 데뷔 시즌(2016-17시즌)의 절반 이상을 날리고 2017년 1월에야 뒤늦은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아마추어 농구 시절부터 상식을 벗어난 혹사와 선수관리에 대한 개념 부족이 빚어낸 인재였다. 이종현은 데뷔 첫 시즌 고작 2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고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도전은 아예 자격조차 미달이었다.

2년 차가 된 2017-2018 시즌도 초반은 순탄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로 장신의 정통 빅맨을 뽑지 않은 팀 사정상 이종현이 센터 역할을 맡아 상대 외국인 선수를 수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국내 빅맨들과의 매치업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대학 시절의 기대치에 비하면 성장세가 더뎠고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속팀 유재학 감독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악문 이종현은 3라운드부터 서서히 진가를 드러냈다. 9경기 평균 12.9득점 7.4리바운드 2.3어시스트 1.6블록슛으로 라운드 MVP급 활약을 펼치며 현대모비스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동안 부족한 공격기술로 인하여 애를 먹었던 이종현은 훅슛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한층 다채로운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해지며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뽑아내는 경기가 늘어났다.

시즌 중반까지 중하위권에서 고전하던 울산은 이종현의 상승세와 함께 한때 10연승 행진을 내달리기도 했다. 이종현은 부상 전까지 올 시즌 40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10.53점, 6.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수에 걸쳐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또다시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종현의 성장세는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경기 중 당한 부상 자체는 불운에 가깝다. 그러나 이종현이 이미 아마 시절부터 누적된 혹사와 잦은 잔부상에 시달렸던 경력을 감안하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이종현보다 2년 먼저 프로에 데뷔한 김종규(창원 LG) 역시 데뷔 초기에는 강한 체력과 빠른 부상 회복 속도를 바탕으로 내구성이 강한 선수로 꼽혔지만 2016년 이후로는 잔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부쩍 늘었다.

매경기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펼쳐야 하는 빅맨들은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도 부상의 위험이 더 높다. 특히 과거 서장훈-김주성 시절부터도 그랬듯이, 일찍부터 재능있는 장신 선수들을 혹사시키다가 결국 '유리몸'으로 전락시키는 한국 농구와 지도자들의 선수관리 방식에 대하여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뼈아픈 이종현의 공백, 울산 현대모비스는 물론 국가대표 팀까지

이종현을 대체할 만한 빅맨이 없는 울산으로서는 당장 시즌 막판 일정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진출 시에도 골밑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다음 시즌에도 언제쯤 이종현이 정상적으로 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종현을 주축으로 내신 울산 왕조 재건의 미래를 설계했던 유재학 감독의 구상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2월 FIBA 농구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던 농구대표팀으로서도 이종현의 공백은 뼈아프다. 최근 귀화선수 라틀리프(라건아)가 가세하며 골밑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골밑을 책임지던 이종현과 이승현(상주) 등의 연이은 부상으로 전력보강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일단 최부경(서울 SK)을 대체 선수로 발탁했지만 대표팀에서 이종현이 보여주던 높이와 블록슛 효과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종현 본인일 것이다. 운동선수에게 부상은 최대의 적이나 다름없다. 특히 아킬레스건은 운동 선수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부상중  하나다. 국내 무대에서도 윤호영(원주 DB), 이승준(은퇴), 김현민(부산 KT) 강병현(안양 KGC)등 많은 선수들이 같은 부상을 당하여 장기간의 공백기를 겪은 바 있다.

물론 부상을 털고 재기한 선수들도 있지만 복귀 후에 예전의 기량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특히 플레이 스타일상 운동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선수들일수록 부상 후유증에 의한 타격이 크다는 평가다. 팬들이 걱정하는 부분 이종현이 복귀 이후에도 과연 예전의 기량을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NBA에서 활약했던 그렉 오든(2007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는 불운한 유망주의 대명사로 꼽힌다. 센터 유망주로서 프로 진출 당시만 해도 역대급 재능을 지녔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거듭되는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커리어를 망쳤고 조용히 NBA에서 사라졌다. 원치 않은 안식년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완전한 회복이다. 이종현이 '비운의 1순위'로 기억될 오든의 전철을 밟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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