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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고통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찾는 이가 늘어난 만큼, 쫓겨난 이도 늘고 있습니다. 바로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입니다. 동네는 떴지만 슬픈 이들이 있습니다.

서촌이 뜨자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시던 분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지만, 세입자였습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297만 원이던 가게였는데, 건물주인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계약기간 5년을 넘긴 궁중족발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건물주인은 별다른 제한 없이 훌쩍 올린 임대료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재작년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 마련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가 돼버린 젠트리피케이션.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소리를 잘 담아 알리고 싶어 '둥지내몰림 시리즈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첫 인터뷰는 최근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왼쪽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서촌 궁중족발 김우식·윤경자 사장님입니다. 이들을 지난 1월 18일 만났습니다.

 ▲ 작년 11월 9일 왼쪽 손가락이 네 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접합수술 후 회복중이신 김우식 사장님과 윤경자 사장님(왼쪽부터).
 ▲ 작년 11월 9일 왼쪽 손가락이 네 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접합수술 후 회복중이신 김우식 사장님과 윤경자 사장님(왼쪽부터).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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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서촌 궁중족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우식 "서촌에서 분식점 2년하고 7년동안 실내포장마차 해서 번 돈에다 대출금 받아서 궁중족발을 차렸어요. 빚을 갚으며 장사가 좀 되겠다 싶었는데 건물주가 바뀐 거죠.

요즘 진짜 계산을 빨리 하는 사람들은 한 장소에서 가게 오픈해서 3~4년 하다가 팔고 나가요. 근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여기가 고향이란 말이에요. 독립문이 고향이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다 여기 있고. 다른 동네 떠날 생각을 아예 못 한 거예요.

저희도 부동산에서 나와서 부추겼어요. 팔 생각 없냐고. 얼마나 많이 왔는지 몰라요. 서촌이라는 이름이 뜰 때부터요. '사장님네 가게 정도면 권리금 1억 5천에서 8천까지 받을 수 있다'며 '내가 받아주겠다, 파시라'고 했어요. 근데 저희는 이 동네가 고향이고 여기 떠나서 살 생각이 없어요. 그렇게 하고 나서 그 다음 해에 건물주가 바뀌고 나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거예요."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 상으로는 계약갱신기간이 최대 5년밖에 보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5년만 지나면 집주인이 어떤 제한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습니다. 궁중족발 사례처럼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려도 '합법'입니다. 그래서 경실련은 '계약갱신요구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권 확보를 위해 최소 10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투자한 자금과 지역 명소화를 위한 노력 등의 투자 이익을 회수하기에 5년은 지나치게 짧습니다. 뿐만 아니라 임대료 상한 기준도 현재 연 9%에서 5%로 낮춰야 합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연9% 기준은 현재 물가상승률과 1%대의 은행이자율 등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 현재 궁중족발 입구는 트럭과 철문으로 막혀 있고, 2차 집행이 있었던 지난 11월 9일 이후로 영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 현재 궁중족발 입구는 트럭과 철문으로 막혀 있고, 2차 집행이 있었던 지난 11월 9일 이후로 영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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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집행은 언제 시작됐고, 최근 3차 집행(1월 15일)까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우식 "지난해 10월 10일에 1차 집행이 있었어요. 법원, 사설용역 포함해서 100명 넘게 왔고, 저희는 60명 정도로 막아냈어요. 새벽 6시 반부터 4시간 대치해서 '집행불능'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차 집행은 11월 9일에 야간집행이란 걸 신청하고 왔어요. 야간집행은 법원에서 판사가 허가를 내려야 되는 거고, 소수 인력으로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있는 거래요. 20명 내외로 왔습니다.

올해 1월 15일 3차 집행을 또 했고, 결국 막아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집행관이 집행불능이 아니라 '집행중지'를 내렸어요. 둘의 차이가 큽니다. 불능 결정이 내려질 경우, 건물주가 다시 집행 신청을 내야 해요. 그럼 또 돈이 들어가요. 근데 중지는 그게 아니라 중지된 상태, 말 그대로 '휴전'인 거예요. 그러면 언제든지 또 들어올 수가 있는 겁니다."

- 손가락 다치셨을 때의 상황을 좀 듣고 싶습니다.
윤경자 "2차 집행 때 사설용역이 사복차림에 손님처럼 가디건에 후드티 입고 모자쓰고 와서 여자들부터 끄집어 냈어요. 족발 꺼내려고 주방에 있는 남편도 끄집어 내려고 했는데 남자다보니 저항하는 게 틀리잖아요. 3~4명 사설용역이 붙잡고 빼는데 윗도리까지 다 벗겨지면서 죽을 힘 다해 싸우니까 용역대장, 제일 힘쎈 사람을 1명 더 불렀어요. 그 사람이 확 낚아채니까 그냥 딸려 나온 거예요. 그 과정에서 조리대 밑에 홈을 잡고 버티다가 새끼 손가락이 제일 심하게 다친 거였고, 네 개 손가락이 거의 절단이 됐죠. 다행히 접합은 잘 됐지만 정말 끔찍했어요."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 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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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궁중족발 집행관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집행관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우식 "집행관의 역할은 집행을 지휘하는 사람입니다. 건물주가 동원한 사설용역은 인원수만 채우는 사람들이에요. 물건을 만질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손을 쓰면 안 됩니다. 경비법에는 분명히 명시돼 있어서, 사람들에게 손을 대는 건 명백한 불법이에요.

2차 집행 중에 손가락 다쳤을 때도 집행관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인사사고가 나면 집행관이 정치시켜야 하는데, 이 사람은 자기 할 일만 하고 방관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법원 집행처에 진정서를 넣었어요. '집행관 위반'으로 법원이 과태료 200만원 처분을 내렸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이를 취재하기도 했는데, 법원이 노무자 관리 감독을 제대로 안 해 집행관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린 건 우리나라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 집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거 같아요.
김우식 "저희 건물에 다른 가게들도 있었는데 소송까지 간 건 저희뿐이에요. 다 지쳐서 떨어져 나갔어요."

윤경자 "남편이 손 다치고 병원에 입원하고 2주 동안 가스가 끊긴 적도 있었고, 전기 개량기도 떼어졌어요. 화장실도 폐쇄됐습니다. 사업자등록증 말소되고, 통장 압류도 진행되고요. 수도하고 전기는 생존권이잖아요. 사업자등록증도 저희가 관공서 쫓아다니면서 다시 회복시키느라 힘들었어요. 관공서 사람들 실사 나오게 해서 복구했어요. 화장실은 주변 상인들이 키를 주셔서 사용하고 있어요. 통장 압류한 것만 아직 못 풀었어요. 주택청약통장까지 압류 당했어요."

김우식 "10월 말에 투병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10월 30일날 돌아가셨는데, 탈상하고 1주일 만에 2차 집행을 들어온 거였어요. 그리고 그날 손을 많이 다친 거죠."

- 이런 일들 겪으시며 심정이 어떠셨어요?
윤경자 "아무리 자본주의이고 '내 돈 가지고 내가 올리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다쳤는데... 더군다나 음식하는 사람이 손을 다쳤는데. 그 당시에는 병원에서 '남편 손이 불구가 될 정도'라고 얘기했어요. 회복이 빨라 정말 다행이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하는데, 11월 한달 동안은 매일 울었어요. 경찰서도 한번 안 가봤는데 생전 처음 관공서도 다 다니고 법원이며 경찰서며 혼자 다녔어요. 아이들은 다 커서 직장 다니고 군대 가있고 해요. 큰애가 아빠 병원에 있는 동안 병간호했는데, 다친 날 아빠 다친 걸 직접 보고 대성통곡하는데 그거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요. '시세차익으로 돈 버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하지만 이건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들한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어요."

 ▲ 궁중족발집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 궁중족발집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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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은 많으세요?
김우식 "저희가 3차까지 집행을 막아낸 건, 도와주시는 분들 없으면 못 했을 거예요. 맘상모(마음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들의모임)는 저희처럼 다 장사하는 분들이세요. 저희처럼 이런 일 겪고 분쟁에서 합의 봐서 다시 장사 시작하시는 분도 있고, 장사 아예 접고 회사 다니는 분도 있고, 아직 분쟁은 안 일어났지만 다음 다음 차례로 대기하고 계시는 분도 있어요. 맘상모가 법률자문부터 수요집회 등 저희와 항상 같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윤경자 "그밖에도 보도가 많이 되고, 뉴스나 SNS 통해서 저희 사례를 접하고 찾아주시는 분도 많아요. 3차 집행 때는 새벽부터 모였거든요. 9시에 들어온다고 해서 새벽 6시부터 모였는데, 제가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니까요. 우리가게 처음 오는 젊은 학생들이 집행을 막아내겠다고 왔어요.

'사장님 힘내세요! 제가 보고 들어서 많이 알고 있어도 온 건 처음이에요. 많이 오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돼서 많이 못왔어요. 오늘 와 봤으니까 다음에 또 올게요'하고 가는 거예요. 두 달 동안 있으면서 저희한테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느껴요. 그러니까 버틸 힘이 돼요."

김우식 "저희 가게 단골손님도 문이 항상 닫혀 있으니까 지나다니기만 했대요. '사장님 힘드시죠? 여기 지나가기만 했는데 항상 문이 닫혀 있어서 사장님 못 뵈었어요. 저도 이 동네 살고 있습니다. 서촌이라고 뜨면서 이렇게 된 건데, 이제는 사장님만의 싸움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 거 같아요. 사장님이 쫓겨나면 여기 임대료 다 오르는 거예요. 사장님 꼭 이기셔야 해요' 말하고 가시더라고요."

윤경자 "어떤 분은 집에서 쿠키를 손수 구워가지고 쇼핑백에 메모를 붙여서 앞집에 맡겨놨어요. 자기네 온 가족이 우리네 족발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이기시라고... 그런 거 보면서 '세상에 진짜 나 혼자라고 느꼈는데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실감하게 돼요. 처음엔 죽을 거 같았거든요."

- 업을 못하셔서 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으시겠어요.
윤경자 "장사는 못하는데 계속 (돈이) 나가는 건 생기니까 어렵죠. 여기 지켜주시는 분들 생활하는 데도 돈이 들고, 한번 오면 스무 명에서 서른 명씩 오시니까. 그 사람들 먹거리며 돈이 계속 들죠. 그래도 돈으로 안 되시는 분들은 음식으로 연대해주시고, 김장철에는 자기네 김치 담그시면서 한 통씩 가져다 주기도 하셨어요. 인터넷에 후원계좌 열어서 십시일반 모이는 게, 그게 꽤 큰돈이 되더라고요. 큰 돈 송금하는 게 아니라 1인당 5천 원, 1만 원씩 모으면 그래도 꾸려나가겠더라고요."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우식 "이제 법정싸움하고 경찰서 조사만 남아있어요. 법적으로는 진 건데요, 아직 손해배상청구 건도 남아있고, 유치권 소송이 진행 중이에요. 강제집행은 중지된 상태라 또 들어올 수 있어요. 저번엔 법원 인력이 20명 내외로 적게 왔었는데, 이번엔 더 많이 올 수도 있어요. 보통 건물주가 3차 4차까지는 집행을 안 한다고 들었어요. 무리라고 생각해서 안 한 대요. 4차까지 하면 그때서 '아 안 되겠구나'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상태에서는 일단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윤경자 "24시간 항상 사람이 지키고 있고, 요일별로 행사를 해줘요. 제일 고마웠던 게 옥바라지선교센터는 기도회를 열어주시고, 음악가들은 다른 음악가들 추천해서 공연, 시낭독회, 영화상영도 해줘요. 잡다한 생각하지 말고 기운 북돋아주려고 다양하게 문화제를 많이 해주시는 거 같아요.

안쪽에 테이블 4개 놓고 손님 받던 방은 이제 가게 지키는 사람들이 잠자는 곳이고, 공연할 때는 무대가 돼요. 가수분들이 이 무대를 되게 좋아하세요. 신발 벗고 양말 신고 공연해보긴 처음인데 웬만한 공연장 못지않고 좋다고 해요. 홍대입구에 있던 두리반 사례처럼 저희도 빨리 해결돼서 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어요."

경실련 활동가가 인터뷰를 하러 가자, 사장님 두 분은 떡볶이를 한 그릇 대접해주셨습니다. 분식집하신 경험 때문이신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영업도 못하시고 투쟁장으로 변해버린 가게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지지해주고 함께 지켜주는 이들과 함께 꿋꿋이 싸우시는 두 분에게서 오히려 힘을 얻고 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분들을 소액으로나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궁중족발에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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